광주는 내 고향이고, 광주에서 대학까지 다녔고, 지금도 부모님과 동생이 살고 있기 때문에 자주 방문하는 곳이지만, 막상 금남로에 있는 이런 곳들은 지난 20년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이런 곳의 분위기는 어떤가 보려고 가볍게 들렀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대충 지금쯤은 뭔가 설명문 같은 것을 마련해 놓았겠지 생각은 했으나, 이렇게까지 잘 전시해 놓은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자세한 설명은 웹사이트(본문에 링크)를 참고하시길 바라며, 이번에 찍은 사진 몇 장을 올려둔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 미리 시간을 확인해서 해설사 가이드(무료)를 받으면 좋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금남로를 조금 걸었다. 구 도청이 보이는 곳까지 오면 "못 보던" 시계탑이 보이는데 이것은 "시계탑은 알고있다"라는 노래 가사가 유행하자 어느 날 밤 갑자기 다른 장소로(농성 광장) 옮겨버렸던 것을 세월이 흘러 다시 그 자리에 복원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 시계탑은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에는 원래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되어있다. 기구한 운명의 시계탑. (아래 사진 참조)
전일빌딩245
이어서 전일빌딩에 들어갔다. 로비가 깔끔하게 치워져 있고, 전시공간에 대한 설명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 건물은 과거에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에 전남대 신문방송학과와 광주일보사가 산학협력으로 "수습기자교육 실습"을 했을 때 아주 질리도록 돌아다녔던 곳이어서 익숙한 곳이다. 그런데 내부에 들어와보니 그때의 기억은 전혀 찾을 수 없도록 리모델링 되어 있었다.
특히 내가 혼자서 건물 관리인 아저씨의 눈을 피해서 몰래 몰래 올라가곤 했던 옥상도 깔끔한 옥상 정원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때는 죽은 쥐, 비둘기, 똥.. 이런 것들로 더러운 곳이었는데...
옥상에서 보이는 전경. 구 도청 및 로터리(도청 앞 광장), 상무관을 비롯해서 저 멀리 광주의 남동쪽 도심과 무등산의 전경이 아주 잘 보인다.
245라는 숫자는 이 건물의 지번이기도 하고, 초기에 카운트 된 총탄 자국의 갯수이기도 하다. 추후 더 많은 자국이 발견되었지만 이름은 그냥 유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일빌딩 10층과 9층을 통으로 리모델링해서 5.18 당시의 총탄 흔적 등을 보존하고 교육하는 전시 공간으로 꾸며두었다. 나는 그냥 저 흔적을 대충 사진 몇 장 찍고 밀어버릴까봐 걱정했는데,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광주에 가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으로 꼽을만큼 잘 정비된 공간이었다. 다행이다.
두 개 층을 터서 극장식으로 개조해 두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원래 이 자리는 광주일보사 혹은 광주은행 이사장인가 하는 사람의 개인 사무실 겸 소장물품 보관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장학금인가를 받으려고 한 번 올라가서 구경하고, 아~ 높은(?)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공간이 이렇게 바뀌었다.
8층에는 까페가 있는데 넓고 시원하고 경치가 좋으니, 전일빌딩 관람 후 휴식 공간으로 좋은 마무리였다.
광주 5.18의 역사적 현장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하는 장소 두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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