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바에서 2박 3일 있으면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두었다.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넓은 모니터에서, 창 크기 최대로 할 경우 ㅎㅎㅎ)
제노바는 정말 매혹적이고 지저분한 곳이다. (응?)
인터넷에서 제노바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 이런 설명 문구가 있어서 퍼왔다.
제노바는 영광스러운 항구 도시이지만 그 쇠퇴로 인해 매우 흥미롭고 아름답습니다. 웅장한 궁전의 외관은 지저분하지만 매혹적인 골목길에 숨겨져 있으며 거의 모든 골목에서 누구에게나 정말 기이한 간식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찰떡같은 표현이다.
우선, 항구 쪽에는 난데없는 해적선이 한 척 있다. 옛날에 해적 영화 촬영하려고 만들어 사용하고 놔뒀다고 한다.
다양한 형식과 디자인과 건축 자재가 뒤섞인 건물들. 그나마 칠이 벗겨지고 벽재가 떨어져 나온... 이게 제노바 전반적인 도시 풍경이다. 지금 여기저기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알아보니 대대적인 도시 정비 사업이 진행중이라고는 하나, 워낙 전반적으로 지저분해서 티도 안 날 듯하다.
어지럽게 이어진 좁다란 골목길과, 그에 비해 웅장한 건물들을 보면 뭔가 어색함을 느낀다. 진짜 오래된 동네들이 대체로 이런 식이다. 역사가 쌓이고 쌓여, 이제는 그것을 바꿀 생각조차 들지 않게 된 그런 동네랄까. 유럽의 구도심들을 다니면서 종종 느끼는 것인데 제노바는 그게 특히 심했다.
우선... 제노바도 식후경이다.
제노바에서는 해산물을 먹어야 한다. 특히 저 해산물 튀김은 정말 쵝오... ㅠㅠ
해산물 버거도 먹어봤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다. 식당 위치를 링크 걸어둔다. https://goo.gl/maps/C72zPK5HVDvREc7G6
식사를 했으면 커피를 마셔야 한다.
음악가 베르디가 제노바에 살면서 그렇게 죽때렸다는 까페. 마침 우리가 갔을 때는 문을 닫아서, 커피라도 마실까 했는데 아쉽게 됐다. 여기서 뜬금없이 베르디 오페라 하나를 링크한다. (응?) https://youtu.be/GS6L_9xUT5E
구도심은 거미줄처럼 이어진 정말 좁은 골목길이다. 사진을 엄청 찍었는데 다들 비슷해보이는 그냥 골목길이다.
커피를 찾아서 골목길을 헤맨다.
골목길은 정말이지... 지저분하고 매혹적이다. 지저분해서 사진을 올릴 수가 없다.
제노바 구도심의 중심지는 가리발드 거리인데 이곳에 정말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들이 모여있다.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그냥 딱 보면 뭔가 대단한 건물이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여기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2번과 9번, 팔라쪼 비앙코와 팔라쪼 로쏘. 흰 궁전과 붉은 궁전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나머지 궁전이나 저택들도 존재감이 크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고, 각각의 위치와 이름을 알 수 있는 입간판으로 나머지 묘사를 대신한다. ㅎㅎㅎ
다음은 제노바 대성당이다. 대성당 입구 양 옆에는 우울한 눈빛의 사자상이 있다. 내부 관람도 허용된다. 다른 건 다 평범했는데, 다만 이곳은 엑스테리어가 좀 특이했다. 무엇보다 여러 가닥의 기둥을 가지런히 모아둔 모습의 문설주 디자인이 독특하다. 대리석 색깔을 달리해서 더욱 특이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참고로 이 성당은 오랜 세월에 걸쳐 건축되었는데 처음 건축의 시작은 십자군 원정 때 따라붙은 무역 선단이 벌어들인 자본 덕분이었다고 한다. 하긴, 제노바의 리즈시절은 십자군 전쟁 시절부터 르네상스 때 베네치아에게 밀리기 전까지였으니...
대성당 근처에 많은 상점들이 있다. 정말 지저분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래 사진은 그나마 좀 깨끗한 사진이다. 약국 양쪽 문설주에 부조 작품(?)에 눈길이 간다. 글을 몰라도 여기가 약국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가게에서는 재봉틀(?)로 글씨를 와다다다- 새기고 있어서 가까이 가서 구경했더니, 제노바라고 적힌 것을 한 장 선물로 준다. 고마워서 기념사진을 찍으러 다가갔더니 갑자기 아내에게 이름을 물어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Seol라는 글자를 와다다다- 새겨준다. 제노바를 기억하는 좋은 기념품이 됐다. ㅎㅎㅎ
다음은 페라리 광장 쪽이다. 광장 분수대 및 주위 사진을 많이도 찍었지만, 마침 비가 좀 왔고, 경찰들이 무슨 행사를 준비하는지 어수선하고 소란을 피워서(?) 좋은 사진을 건지는 것은 실패했다. #경찰들이소란을
(여성과 약자에 대한) 폭력을 멈추라는 가벽 전시물.
이 동네는 특이하게 '친미' 느낌이다. 어딜 가나 햄버거만 바글바글... 제노바에서 뭔가 제노바스러운 음식을 먹어보려고 노오력했지만 결국 이름조차 미국스러운 '하메리카 버거'에서 햄버거를 먹어야 했다. 제노바는 햄버거 맛집인 걸로......
이 분도 계시고... 마침 우리가 지나갈 때 어떤 흥 많은 아저씨가 이 인형을 붙들고 한참 랩을 하다 가셨다. ㅎㅎㅎ
요렇게 생긴 성문을 지나면, 콜롬부스의 집도 보이고...
세인트 엔드류 수도원의 남은 유적(회랑)도 보인다.
그래도 페라리 광장 주변은 대체로 고오급스럽고 깔끔하다.
전체적으로 제노바는 가장 바닥층(?)이 가장 더럽고, 한 단계 올라오면 좀 낫고, 경치와 공기가 좋은 윗쪽으로 갈수록 고급 주택가가 들어서 있었다. 지극히 계층적인(?) 도시 형태였다. 설국열차스러운 도시랄까.
파가니니 동상이 있는 극장 앞.
아케이드 쇼핑 타운 (Galleria Giuseppe Mazzini)
그 안에 있는 유명한 장난감 가게.
우리는 제노바의 전망을 좀 보고 싶어서, 주위에 높은 지형을 찾아 올라가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꾸역꾸역 높은 곳에 올랐더니 좋은 전망이 있긴 있었다. 구글맵 보고 알았지만 이곳은 Villetta Di Negro라는 공원이었고, 공원 내부에 폭포와 동굴도 있는 특이한 곳이었다.
공원 반대쪽으로 나와서 계속 오르막을 걸었다. 다리가 살짝 아팠다. 그런데...
푸니쿨라(산악 열차)로 올라오면 편한 곳이었어......;;;
오르다 보니 실제로 상당히 높은 지역이 되었다.
건물 상층부와 옹벽 사이를 구름다리로 이어놓고 다닐 정도로.....
고급 주택가를 지탱하는 옹벽 위로 난 길을 계속 걸어서 도착한 이곳은 건너편 언덕 Belvedere Castelletto라는 곳이다. 대충 때려 맞춰보자면 '경치 좋은 성벽 위의 평평한 전망대'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인 듯하다.
여기서 제노바 항구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위치는 이곳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까지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걸 몰라서 그저 뚜벅뚜벅 걸어 올라왔다. #몰랐으니까!!! 엘리베이터 입구는 앞서 소개한 구도심 중심부의 가리발디 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위에서 내려다 본 까마득한 내리막길이다.
내려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리 부부에게는 삘 받으면 하루에 두 봉우리를 오르는 '일일투봉'의 전통이 있다. 전통이라 해봤자 2020년 영국 여행 때 생긴 전통이지만... 아무튼 뭐에 홀렸는지 우리는 이미 일일투봉을 했음에도 (역시 길을 잘못 들어서) 다른 언덕길을 또 오르기 시작했고, 한참을 가다 보니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옹벽 속 화장실도 만날 수 있었다. 구글맵에 무려 '무료 화장실(Public toilet)'로 표기가 되어있는 곳이다. ㅋㅋㅋ 내가 우리 부부 대표로 여기에 싸(?) 보았는데, 대로변에서 다 까놓고 오줌을 누는 기분이 꽤 상콤했...
세 번째 오른 언덕은 제노바 대학 구역의 식물원 뒷동산(?)이었고, 그리로 빙 돌아서 적막한 골목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황금색 연립주택을 발견했다. 뭔가 범상치 않은 이 지역에 얽힌 사연이 분명 있으리라 여겼는데, 골목길을 다 내려와서 보니 여기가 옛 수도원 자리였다고... 이 수도원은 원래는 제노바 항구 근처에 있던 것인데, 언제부턴가 도시에 파벌 싸움이 심해지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산기슭으로 피해 온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이걸 보면서 제노바는 정말 구석구석 이야깃거리도 많고 뭔 사연도 많고 탈도 많은 그런 동네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제노바는 솔직히 막 쉽게 추천할만한 관광도시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앞으로 이탈리아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날 것만 같은 그런 강한 인상을 남겨준 도시였다. 제노바 역사의 한 자락에 슬그머니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든다.
이번 여행에서 제노바의 재발견! 우리에게 귀중한 소득이었다. ^^
다음 글 : [이탈리아 10편] 가르다 호수 + Sirmione의 Scaligero 성(Castello Scaligero)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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