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바를 떠나서, 이탈리아 북부의 광활한 롬바르디아 평원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달렸다.
피아첸차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한동안 더 달려서, 드넓은 호숫가에 도착했다.
이 호수의 위치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맥 아래, 빙하가 만든 계곡물이 모여 형성된,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다.
그 중에서도 호수 최남단의 육지에서 호수 중앙 쪽으로 길게 뻗은 반도 지역이 있는데 그 끄트머리 부분에 오늘의 목적지가 있다. 이런 곳까지 기어 들어온 이유가 있다. 역시 이번에도 인터넷에서 사진 한 장을 잘못 봐버린 통에......
이런 사진을 봐버렸으니, 어찌 참을 수 있으랴....
이 성은 14세기 후반에 지어졌는데, 위 사진처럼 성 내부로 이어지는 방파제 겸 도크가 중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물론 1차 대전 이후에 복원 작업을 거치긴 했음.) 내가 또 이런 거 못 참는 편...
하필 이날은 날씨가 흐리고 비도 조금씩 왔다.
인터넷에서 본 사진과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신비로운 느낌은 여전했다.
이 성의 존재감만으로도 호수 지역 전체를 콘트롤 하기 충분해 보였다. (육군과 수군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음)
바람이 불면 마치 바다처럼 파도까지 치는 이 호수에서 배를 안전하게 도크 내부로 피신시킬 수 있는 성벽의 존재는 너무나도 든든했을 것이다.
전망 좋은 곳에 키스 플리즈 표지판이 있다. 은근히 유명한지, 구글맵에도 뜬다.ㅎㅎ
심지어 PLEASE를 대문자로 적어두었다. 키스를 강요하는 뉘앙스다.
키스할 사람이 있는지부터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닐까?? ㅋㅋㅋ
성 주변의 마을은 관광객들을 맞이할 태세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이탈리아 치고는 깨끗하고 정돈된 마을. 역사 깊은 까페와 식당도 즐비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단체 관광객'이 지나갔는데, 그 이유는 역시 지리적인 이유였다. 이곳은 정확히 밀라노와 베네치아의 중간에 위치해서, 두 지역을 오가는 단체 관광객 버스가 딱 쉬어가기 좋은 위치였다. 여행사나 가이드 입장에서도 이런 반도 지역에 손님들을 풀어놓으면 어디로 도망가거나 잃어버릴 염려도 없어서 좋을 것이다. ㅎㅎㅎ
우리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까페를 하나 발견하고 달달한 것을 먹으러 들어갔다.
역시... 벽에 붙어있는 사진을 보니 역사와 전통이 있는 까페였다. 까페 이름이 "위대한 이탈리아"였다. ㅋㅋㅋ
까페가 위치한 광장이 이 좁은 반도 지형의 전체 폭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듯하다. ㅎㅎㅎ 그만큼 좁은 지형이다.
숨막히는 대치 상태 ㅎㅎㅎ
날씨가 좋았으면 또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해 하면서 이만 물러가기로 한다.
이제 며칠간 알프스 (돌로미티) 지역에서 지낼 것이라, 보급품 비축을 좀 했다. 유럽에서 Aldi라는 마트를 만나면 그저 고맙습니다 하고 들어가서 주워 담으면 된다. 내 경험상, 유럽의 마트 브랜드 중에서 가격대비 만족도가 최고다.
숙소는 이탈리아 북쪽 알프스 산맥 초입, 국경 바로 앞의 볼차노 밑에 있는 '트렌토'라는 도시다. 이곳까지 가르다 호숫가에 난 무료도로를 이용해서 달렸다. 유료도로도 있지만 일부러 구 도로를 따라 가보고 싶었다. 결론은 비추. 유료도로도 바로 옆에 있어서 경치 구경에 별 차이가 없을 듯하다.
경치가 정말 좋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B&B 도착! 점잖은 주인장 아저씨가 맞아주면서, 우리가 South Korea에서 온 첫 손님이라고 한다. ㅎㅎㅎ 그런데... 이 숙소, 물론 예약할 때 이걸 보고 하긴 했지만, 실제로 와서 보니 전망이 장난이 아니다!!!
저녁 때 우리 방 화장실에서 내다본 경치가 대충 이렇다. ㅎㅎㅎ
전기포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모처럼 끓인 물로 식사를 하면서 행복했다.ㅎㅎ 해외여행에서 전기포트의 소중함.jpg
다음 날 아침에 찍은 이 숙소의 기가 막히는 전망 사진 및 제대로 된 이탈리아 B&B의 조식 클라스...
그리고 우리 부부가 '트렌토'라는 생소한 도시까지 찾아온 이유 등은
다음 글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
다음 글 : [이탈리아 11편] 트렌토 - '트리엔트 종교회의'가 열린 도시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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