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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오늘은 로마 카피톨리노 박물관 가는 날. 숙소에서 지하철로 테르미니역까지 나온 뒤에 오전에 몇 군데 들렀다가, 점심 먹고 오후에는 박물관을 보기로 했다. 슬슬 걸으며, 젤라또랑 커피도 먹고, 그렇게 별 생각 없이 걷다 보니 갑자기 이런 유적지 한 복판으로 들어와 버렸다. 알고보니 트라야누스 시장, 포럼, 아우구스투스 포럼 등이 모여있는 고대 유적 보존 구역이다.

지난 번 2015년 로마 여행 때는 5일간 로마 시내를 싸돌아 다녔어도 이걸 못봤었다. 그땐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기에....
기대조차 안 했다가 갑자기 만나게 된 유적지라서 무슨 깜짝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곳은 저번에는 버스가 다니던 곳이었는데 보행자 도로로 바뀌어 있었다.
저 멀리 팔라티노 언덕이 보인다. 자꾸 말하지만 저건 언덕이라기 보다는 로마 팔라티노 구역 빌딩숲의 잔해 ㅎㅎㅎㅎ
카피톨리노 박물관 쪽으로, 캄피돌리오 언덕을 걸어 올라간다. (같은 말인데 발음만 다름. 구글맵 기준으로 설명한 것임.)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내려다 본 포로 로마노 구역
로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뷰 중에 하나이다.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보면 정말 신비롭다.

혹시 로마의 원래 모습이 어떠했는지 정보가 없는 분은 잠깐 시간을 내서 이 영상을 시청해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린다.

 

캄피돌리오 언덕에 들어서면 보이는 늑대상 (모조품). 로마의 건국자인 로물루스와 레무스 쌍둥이가 젖을 먹고 있다.


이 언덕에 올라왔으면 무조건 가야 하는 곳이 카피톨리노 박물관이다. 이곳 방문 기록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룬다.


박물관을 본 뒤에, 올라온 쪽과 반대 쪽으로 내려가면 언뜻 콜로세움처럼 보이는 건물이 보인다. 이것은 경기장이 아니라 고대 극장이다. 이름은 마르셀루스 극장(Teatro di Marcello)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시절 건물이니, 콜로세움보다 훨씬 형님이시다.

잘 보존된(혹은 복원된) 마르셀루스 극장. 가까이 가볼 수 있고, 야경이 멋있기로 유명하다.
오랜 세월 방치되고 또 복원된 흔적들. 그러나 원래의 자태는 느낄 수 있다. 감상하시자. ㅎㅎㅎ

참고로, 고대 로마의 극장은 대충 이렇게 생겼다. ▼ 둥그런 부분이 객석이고 무대는 반듯하다.

안탈리아 아스펜도스의 2세기 로마 극장
오랑주(프랑스 남부)의 1세기 로마 극장
수많은 관객들이 관람을 마치고 걸었을 회랑... 머릿 속에서 상상력이 폭발한다.
주변 지역까지 함께 보존구역으로 관리를 시작한 듯하다. 사진에 보이는 길로 쭉 걸어가면 유대인 거주 골목(게토)이 나온다.
유적을 벽면으로 활용한 건축물들. 이런 게 로마에서는 일상이다.
나중에는 이곳도 포로 로마노처럼 입장료 받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이런 유적들을 막 만져볼 수 있다. ㅋㅋㅋ
포르티코 도타비아(Portico d'Ottavia). 아우구스투스가 자신의 누이 오타비아의 이름을 따서 세운 신전. (지금은 Piscaria의 Sant'Angelo 성당)
이것도 고대 로마의 신전 Tempio di Giano 유적 일부를 '활용'해서 건축한 중세 성당. 이런 융복합(?) 건물이 로마에 상당히 많은데,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성당 지하에는 고대 로마 유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러니까 성당이 유적을 파괴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보존한 효과도 있는 듯하다.

 

이것도 로마에서 꼭 봐야 할 유적. 테베레 강에 있는 로토 다리(Ponte Emilio)인데, 무려 기원전 2세기쯤 만들어진 아치형 건축물이다. 지금은 일부분만 남아있다.


이번 포스팅은 주로 캄피돌리오 언덕 주변을 다루었다.
하지만 고대 로마 유적을 이렇게 끝내기는 아쉽다. 9년만에 판테온을 다시 보러 가자.

이제 다시 판테온을 만나러 간다. 거대한 통조림이 저 멀리서부터 위압감을 뽐낸다.
요즘은 관광객이 미치도록 많아서, 아예 소액이긴 하지만 입장료를 받는다. (5유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질릴 정도였다. 일행이 들어갔다 오는 동안 우리 부부는 커피숍으로 직행...
그 유명한 타짜도로 커피. 우리 책에도 소개했었다. 다시 보니 반갑.. 맛있습니다(?) ㅎㅎㅎ
크으~ 이것이 로마의 맛이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