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내가 10년 전부터 머릿속으로 구상하던 도보 답사코스가 있다. 바로 로마의 아피아 가도 일부분을 실제 두 발로 걸어보는 것이다. 저번에 맥도날드 지하에 있는 아피아 가도를 밟아본 것만으로는 만족되지 않는다.
생각해본 코스는 이렇다. 로마 외곽 카타콤베에서부터 출발해서, 로마 도심 방향으로 아피아가도를 따라 걷다 보면 아우렐리아누스 방벽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인사(?)를 나누고, 바로 진입하지 않고 성벽을 따라 우측으로 돌다가, 사도 요한이 끓는 기름에 고초를 겪었으나 죽지 않고 살아났다는 전승(썰)의 현장인 라틴 문(Porta Latina)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성벽 안쪽으로 진입해 공원길을 따라 걸으며 숨을 크게 쉬고, 다시 아피아 가도를 만나서 더 직진하면 이번에는 카라칼라 욕장을 만나게 되며, 거기서 더 전진하면 드디어 팔리티노 언덕 기슭의 키르쿠스 막시무스(대 경기장)을 만나게 된다.
사실 로마는 강력한 제국을 건설한 직후 도시 방벽을 다 없앴다. 감히 누가 우리 로마를 침공하겠는가 해서, 과감하게 없앤 것이다. 그래서 로마는 고대의 몇 안 되는 '성벽 없는 대도시'였다. 그러던 것을, 나중에 게르만족의 위협이 예상되는 시기에, 예방 차원에서 다시 건설한 것이 바로 이 아우렐리아누스 방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는 아직 게르만족이 실제적인 위협을 하던 시기가 아니라서, 어쩌면 로마의 힘이 정점에 달했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당시 방벽 건설은 로마 도심 바로 둘레에 했던 게 아니라 이처럼 먼 외곽에 둘러친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로마는 이 방벽에서 근무할 병사조차 로마인으로 조달(?)할 수 없어서 게르만족 용병을 썼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방벽의 의미가 전혀 없이, 내부로부터 무너졌다.
아피아 가도가 방벽을 만나는 그 지점 살짝 안쪽에 있는 '드루수스 개선문(Arch of Drusus)'이다. 그런데 이 아치는 실제로는 개선문이 아니라 과거의 수로 시설 중 하나라고.... 아무튼 그 중요한 것이, 철조망은커녕 그 흔한 보호벽 하나도 없이 그냥 길 한 가운데 대충 보존(?)되어 있다. 로마 스타일이다. ㅎㅎㅎ
다음 날. 이번에는 아침부터 아피아 가도를 걷는다.
조금 더 걸으면 저 멀리 팔라티노 언덕이 보이고... (언덕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오늘날 보이는 것은 온통 고대 로마의 고층빌딩 잔해이다. 무려 5층 높이...) 그 기슭에 운동장 같은 것이 보이는데... 이게 바로 고대 로마의 대 경기장,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us Maximus). 이것은 라틴어로, 직역하면 "가장 큰 경기장" 정도가 된다. 키르쿠스는 영어식으로 하면 그대로 Circus가 되고, 막시무스는 Massive 정도가 될 듯하다. 여튼 지금은 그 흔적만 겨우 알아볼 수 있다.
또 다른 날, 우리 일행은 카타콤베에 가기 위해 또 다시 아피아 가도를 걸었다. 이번엔 북쪽에서 남쪽으로 걸었다.
이제 입장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사진이 없다. 왜냐.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ㅠㅠ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 역시 기념품 가게가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3일에 걸쳐, 아피아 가도 중에서 계획했던 구간을 다 걸어볼 수 있었다. 물론 그 3일간 이것만 한 것은 아니고 한번에 1~2시간밖에 안 걸렸고, 나머지 시간은 다른 일정들을 계속 해 나갔다. 마음 먹으면 반나절에도 다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정이다.
나중에 혹시 기회가 되면 아피아 가도의 더 긴 코스도 걸어보고 싶다. 카타콤베 남쪽으로 쭉 보존구역이 있고, 가다보면 거대한 수도교를 만날 수도 있다. 이 길을 따라 새벽에 조깅하는 로마 시민들도 많다고 한다. 언젠가 그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기를 슬그머니 소망하며... ㅎㅎㅎ
아피아 가도 특집편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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