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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공항에 가기 전, 오전 시간이 남아서, 엑상프로방스 인근에 있는 Milles라는 마을에 있는 유대인 수용소 사적지에 방문하기로 했다. 발음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컴 데 밀레"는 원래 타일 공장이었으나, 1939년 9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수용소로 전환되었던 곳이다. 이곳에서 유대인들이 학살당한 건 아니지만, 문제(!)의 장소로 이주되기까지 임시로 수용되었던 대기소였다. 약 2,000명의 유대인들이 이곳에서 드랑시를 거쳐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송되었다. 

1993년부터 기념관(사적지)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의 박물관 형태로는 2012년에 개관해서 운영되고 있다. (입장료는 10유로 정도)
철도길 옆에 상징적으로 기찻간 1량이 전시되어 있다.
내부는 생각보다 크고, 전시물이 많고, 읽을 내용도 겁나 많다. ^^;;;
당시 신문기사들도 전시되어 흥미롭게 봤다. (구글 번역 및 Ai 만세!! ㅠㅠ)
아침 시간인데도 내부에 벌써 견학팀이 세 팀이나 돌고 있었다.
현장에서의 산 교육. 너무나 부러운 문화이다.
그동안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여러 도시에서 가봤었지만, 이곳은 실제 사적지를 그대로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전쟁 후 다시 타일공장으로 꽤 오래 사용되었지만, 전쟁 당시의 흔적들도 많이 남아있었다. (성공적 복원)
이곳은 원래 타일을 굽는 가마인데, 수용소로 쓰일 때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잠을 자고 생활했다.
윗층으로 올라갔다. 총 3층 건물이다.
진실이 밝혀지고 보존되기까지 프랑스 언론들의 역할이 컸다는 내용... 기레기의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눈물 나게 부러웠다.
벽면 낙서들 가운데 남아있는 나치 문양
이런 투어를 '다크투어'라고 부르는데, 정말 마음 한 구석이 어둑어둑, 묵직해지고, 이런 저런 현실들을 떠올리며... 생각이 많아졌다.
기념관을 나오면서는 역시 교육용 전시공간이 충실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왜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고 괴롭히고 차별했을까. 근원적인 문제를 건드려준다. 흥미롭고 인상적인 문구가 많았다.
이 공간에서만 거의 반 시간을 머물렀다.
남부 프랑스의 박물관 수준도 꽤 높다는 생각을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이 했다.
그 유명한 사진 앞에서 나도 자세를 취해보았다.

 

최근 한국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 페북에 썼던 글을 인용해둔다.

불법적인 명령에는 불복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법치국가에서 공무원은 불법 명령에 대한 거부권이 있으며, 이는 관련 법조항과 판례에서 확인됩니다. 정당한 거부권 및 양심선언을 단순히 "항명죄"로 다스리겠다는 것은, 오히려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외면하거나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도 과거 나치 정권에 복종하여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던 '아이히만 증후군'이 휩쓸게 될 것입니다.

박물관을 나서는 길에 걸려있는 정말 인상깊었던 초대형 카툰. "하지만 나 혼자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뭐가 되겠어??"

엑상프로방스에서 오래 머문 덕분에 뜻밖에 소중한 장소를 알게 되었다.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인생의 가치와 방향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