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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이번에 갈 곳은 에그모흑뜨라는 항구도시이다. 예전에 프랑스 서쪽 '라로셸'에 갔다가 인생일대의 감동을 받은 경험 때문에 이번에도 독특한 장소를 일정에 끼워넣어 필수코스로 가보기로 했다. 이곳은 중세 성벽이 잘 보존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으며, 프랑스 최대의 소금 생산지이기도 하다. (핑크 소금이 유명) 특히 이곳은 역사적 의미가 깊다. 13세기에 프랑스 국왕 루이 9세(성 루이)가 십자군 원정(제 7차, 8차)을 떠나기 위한 항구로 개발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루이 9세는 이 지역에 사각형으로 튼튼한 성곽을 두른 항구도시를 건설하고, 십자군 원정의 병참기지 겸 무역항으로 삼았다.

https://maps.app.goo.gl/Vk2gK3n6R4BnFdpX6

근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마르세유가 있는데, 왜 굳이??' 실제로 그 전까지 유럽에서 십자군 원정을 떠날 때 주로 이용했던 항구는 마르세유였다. 그런데 왜 루이 9세는 새로운 도시가 필요했던 것일까? ...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프랑스 전 지역은 통일된 국가가 아니었다. 아마도 당시 루이 9세는 마르세유 항구를 장악하기 힘들다고 봤거나 혹은 뭔가 서로 원하는 게 달라서 협상이 깨졌던 모양이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루이 9세는 마르세유 한 도시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줄이고, 자신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항구를 세우겠다장기적 빅픽쳐를 그렸던 모양이다.

아를에서 차로 1시간 가량 달리다 보면 저지대 평원이 나온다. 아를을 휘감아 흐르던 론강의 지류가 여기로 구비구비 흐르며 습지를 만든다.
도시 초입의 관광단지를 지나면 성벽과 타워가 보인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축제 기간이었다. 그래서 관광객이 평소보다도 더 많았고, 주차장도 꽉꽉 찼다.
성벽 안으로 들어가본다. 성벽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곳곳에 있지만, 매표소를 통해서만 올라가도록 통제하기 위해 벽돌로 막아두었다.
도시의 남쪽 중앙에 있는 성문. 저기로 나가면 바다가 보인다. (실제로는 소금이 가득한 염전이 먼저 보이지만)
성벽을 따라 조금 걷다가 도시 중심부로 들어가 보았다.
도시 북쪽 중앙 성문 근처에 광장이 있는데 축제의 열기가 뜨겁다. ㅎㅎㅎ 동네 사람들이 다 여기 나와있는 듯했다.
우리는 일단 성벽 투어와 박물관 관람을 위해서 매표소 쪽으로 이동했다.
왼쪽 상단에 위그노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보인다. 저 배는 강제로 노잡이가 되어야 했던 위그노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박물관, 타워 입장권을 사면 성벽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매표소를 지나서 들어온 곳. 오직 여기서만 성벽 위로 오르내릴 수 있다. 오른쪽에 Constancy Tower가 보이는데, 한때 지하에 위그노들을 가둬놓았었다고 한다.
한바퀴 돌고 오시는 분이 보인다. (모르는 분)
전시실에 입장하면 곧바로 이 도시의 형성사 및 역사 스토리를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퀄리티가 꽤 높다.
확실히 프랑스는 뭘 해도 예술적이야 ;;;

특히 수심이 얕은 이 지역 바다에서 어떻게 큰 배와 작은 배가 역할을 나눠 항구를 이용했는지 설명하는 부분은 굉장이 직관적이면서도 전달력이 좋았다. 염전, 간척지, 운하 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도 그래픽으로 아주 잘 설명했다.

이 도시의 특징과 역사적 배경은 이 전시관에서 10~15분을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전달받을 수 있을 듯하다.


이제 성벽 위로 올라간다. 도시 전체를 두르고 있어서 한바퀴를 다 돌기엔 살짝 빡쎄다. 처음엔 잠깐만 보다가 내려갈까 했는데...
돌다보니... 너무 좋아서 멈출 수가 없었다. 시간 절약을 위해서 중간엔 마구 뛰어다녔다. ㅎㅎㅎ (아래 영상 참조)

어세신 크리드 느낌으로다가;;

성벽 위에서 본 풍경들
곳곳에 타워가 있는데, 내부를 전시관의 연장으로 꾸며두었다. 내용이 좋으니, 충분한 시간을 두고 돌아보기를 권한다.
핑크빛 바다. 아마 특유의 바닷물 성분 때문이겠지. 저 멀리 쌓아올린 소금산(?)이 보인다.
아주 신났음. 중세 성벽 중에서 이렇게 큰 규모로 잘 보존된 곳은 처음이었으니... (물론 그동안 규모가 작은 곳들은 여기저기 많이 가봤음.)
엑상프로방스 이우석 목사님께, 나중에 전교인 수련회로 이곳에 와서, 종교개혁사 특강과 함께 둘러보시기를 권했다.
아무리 축제라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와있어서 다들 이 시골에서 뭐하고 노나 궁금했는데... 특별한 행사가 따로 있었음을 성벽 위에서야 알게 되었다.
프랑스 스타일로 하는 '투우 경기'였다!

이것은 식전행사(?)로 관객의 흥을 돋구는 모습이다. 실제 투우는 오후 늦게 열려서 우리는 못 보고 돌아와야 했다.

한바퀴 거의 다 돌았다.
이제 콩스탄스 타워에 올라가본다. (잘 찾으면 엘리베이터가 있음)
타워 꼭대기에서 내륙 쪽을 바라본 장면. 길게 뚤린 운하는 론강의 지류와 연결된다.
위그노를 가두었던 지하 감옥도 보인다.


이제 돌아갈 시간.

이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저 안내판의 글씨를 Ai에게 해석해달라 했더니 아래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편한 세상이다. ㅎㅎ

>> 이 문구는 프랑스의 루이 9세(성왕 루이)와 그의 기사들을 기념하는 내용이야. Aigues-Mortes의 성벽에 새겨진 이 글귀에는 두 가지 중요한 십자군 원정과 이 도시에 대한 그들의 헌신이 담겨 있지. 다음은 각 구절의 의미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한 거야:
  1. "A LA MÉMOIRE DE S-LOUIS ET DE SES CHEVALIERS..."
    “성왕 루이와 그의 기사들에 대한 기억으로…”라는 뜻으로 시작하는 이 문장은 루이 9세와 그가 이끌었던 기사들을 기리며 이 기념비가 세워졌음을 알리고 있어.
  2. "QUI RECURENT LA CROIX EN CETTE EGLISE DÉS HAINS DES CARDINAUX-LÉGATS B. DE CHATAUROUX ET R. DE QHEYRIÈRES POUR LA VIIME CROISADE"
    여기서 루이 9세와 그의 기사들이 "십자군 원정을 시작하며 이곳 성당에서 십자군에 참여하기 위한 십자가를 받은" 사건을 말해. Chateauroux와 Qheyrières라는 두 추기경이 그들에게 성스러운 십자가를 수여했어.
  3. "VIIIME CROISADE 25 AOÛT 1248 ET LA VIIME 1ER JUILLET 1270"
    두 차례의 중요한 십자군 원정을 기념하는 부분이야. “1248년 8월 25일 제8차 십자군 원정”과 “1270년 7월 1일 제9차 십자군 원정”을 의미해. 성왕 루이는 제8차 십자군 원정을 이끌었고, 제9차 원정 중에 튀니지에서 병사했어.
  4. "+ DIEU LE VEUT"
    "신이 그것을 원하신다"라는 뜻으로, 이는 십자군 원정의 구호 중 하나야. 신의 뜻에 따라 원정을 진행한다는 신념을 강조하는 표현이지.
  5. "AIGUESMORTES RECONNAISSANTE DE SON ROYAL FONDATEUR A JAMAIS BENIRA L'IMMORTEL SOUVENIR"
    마지막으로, 에그모흑뜨(Aigues-Mortes)는 도시의 창립자인 루이 9세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의 불멸의 기억을 영원히 축복할 것임을 다짐하는 내용이야.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려서 봤더니... 엄청난 장면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ㅎㅎㅎ

 

에그모흑뜨. 짧지만 강렬했던 인상을 준 도시! 앞으로 이 도시를 소재로 여러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