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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이 밝았다. 시차 땜에(응?) 일찍 깨버려서, 그냥 아침일찍 길을 나섰다. 그런데 해가 꽤 높이 떠있다?? 그러고보니 일본이랑 우리나라는 같은 시간대를 쓰니까, 훨씬 더 동쪽에 있는 도쿄는 실제로는 1시간 이상 해가 일찍 뜨는 셈이네. 

이 지역은 도쿄만의 바닷물이 도쿄 구도심으로 밀려들 경우 그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어서 일찍부터 제방 사업이 있었다고 하여 일부러 걸어보았다.
사실 오늘 일정은 좀 애매한 것이, 원래 계획했던 에도시대 및 그 이전을 다루는 박물관들이 월요일이라 대부분 휴관. 그래서 코스를 급 변경했다.
덕분에 헛걸음..아니, 아침 산책 및 모닝커피 타임 - 아침에 문을 연 커피집이 많이 없었는데 고마운 장소를 만났다. 커피가 넘 맛있어서 추가로 티백을 두 개 샀다.

 

신도시 오다이바 지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했다.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하루 일정을 구상했다.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면서 남쪽에 있는 도쿄만 인공섬 지역을 가보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여러 종류의 간척지가 있지만, 지형적으로나 역사적인 이유로 그 유래는 다양하다. 밀물로부터 농경지를 지키려던 우리나라 벽골제 간척지랑 비슷한 것이 유명한 네덜란드의 간척지라면, 적들에게 쫓기다보니 바다로 도망쳐서 살다가 도시가 된 케이스가 베네치아라면, 도쿄만 중심에 있는 인공섬들의 유래는 국제 무역과 관련이 된다. 줄지어 밀려드는 배가 도쿄항 입항을 대기하면서 도쿄만 한가운데 배를 정박해놓고 무작정 기다리기 일쑤였는데, 며칠씩 혹은 몇 주씩 배에서 그냥 살다시피 하면서 생각해보니까 이게 좀 덜 흔들리기 만하면 땅이랑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게 배가 섬이 되고 섬이 확장되면서 땅이 된 케이스가 도쿄만.

지금은 완전 신도시로 개발되었다는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 하루를 할당했었다.

 

지하철은 익숙하게 생겼지만 안내판이 훨씬 더 알아보기 쉬웠다. 크게 적혀있는 숫자로, 상/하행 구별을 바로 할 수 있다. 우리 지하철에도 자세히 보면 숫자가 적혀있긴 한데, 전형적인 관리자 중심의 숫자였다. 결국 어느 방향으로 가는 열차인지, 지역명을 알아야 제대로 탈 수 있다. 하지만 도쿄 첫 방문자인 나도 지하철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특히 이 핑크색 OEDO 라인(오이도??)을 자주 탔는데, 한국에서 쓰던 신용카드가 그대로 먹혔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운 좋게 첫 지하철을 신용카드 되는 놈으로 만난 셈이다. 다른 라인은 신용카드 안 되는 곳이 많아서, 처음엔 '도쿄 지하철에서 그냥 신용카드 쓰면 되는구만!' 하고 방심했다가 의도치 않게 수많은 걸음을 걷고 또 걸어야 했다. ㅎㅎ

여기서 내리면 어디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는지 알려주는 인디케이터도 상당히 편했다. 내려서 양쪽을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된다.
갈아탄 지하(?)철은 지상으로 다닌다. 바다를 건너서 간척지 신도시 지역으로 간다.
가는 길에 도쿄만, 항구, 다리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아직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중인 지역이다. 간단한 작업처럼 보이는데 인력이 남는다는 듯이 안전요원을 빽빽히 배치해 놓는 것도 듣던 대로 일본의 특징이다.

 

오다이바 지역 첫 코스는 박물관이다. 구글맵에 The National Museum of Emerging Science and Innovation Japan 이라는 긴 이름으로 뜨는 과학박물관. 현지에서는 짧게 '미래관'이라고 부른다. 과학과 기술의 미래를 살펴보는 체험형 전시와 세미나가 이루어지고,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있다. 시설 규모에 비해 입장료는 5천원 정도로 저렴하고, 특별전 요금은 따로 받는다. 대체로 아이들을 위한 곳이지만, 나는 이런 콘텐츠를 어떤 식으로 전시하고 운영하는지 보기 위해 일부러 먼 길을 왔다.

https://maps.app.goo.gl/o281BNzbitZa3epa8

 

일본 과학 미래관 · 2 Chome-3-6 Aomi, Koto City, Tokyo 135-0064 일본

★★★★☆ · 과학박물관

www.google.co.kr

 

양자컴퓨터 관련 전시물 규모가 상당했다.
로봇 분야는 요즘 미국과 중국이 워낙 빠르게 치고 나가니까 여기서는 좀 식상해 보였다.

 

인상 깊은 전시물은 어린이나 젊은층에게 '노화'에 관련된 이해를 돕도록 설치된 체험관이었다.

나이가 들면 실제로 걷기 힘들고, 눈이 안 보이는 등, 제약이 많아진다는 걸 직접 체험으로 알 수 있게 해놓았다. 아이들이 흥미를 보인다.

 

그리고 기후위기 관련된 전시물이 상당히 큰 규모로 마련되어 있었다.

내 영상을 찍어서 점점 물에 잠기는 모습으로 합성해준다.
한국이 기후 악당이다.. 인구 대비 탄소발생이 너무 많다. 물론 제조업 중심이었으니까 어쩔 순 없었다지만...
내부 시설은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도쿄 이튿날부터 벌써부터 부러운 구석이 참 많았다.
올해 과학분야 노벨상도 두 명이나 수상한 일본. 우주 분야에서도 아득히 우릴 앞서고 있어서 부러울 뿐이다.
이날이 평일이었는데 어린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방문하고 있었다. 단체로 왔겠지만, 부모가 데려온 케이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아이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관람하고 체험시설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부러운 마음을 정리하면서 오다이바 지역을 하릴없이 걷다가 만난 건담.
뭐, 일정한 시각이 되면 움직이기도 한다는데, 배가 고파서 밥이나 먹으려고 쇼핑몰 건물로 들어갔다.
일본에 왔으니 면 요리를 먹어야징
별 생각 없이 주문한 탄탄면이 너무나 맛있어서 깜놀... 역시 면은 일본인가;;

식사 후에는 이 동네 인공섬 지역을 가볍게 걸으면서 통과하기로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가볍게' 걷기엔 너무나 광활한 지역 ㄷㄷㄷ 족저근막염이 염려되었지만, 이 지역은 꼭 직접 걸으면서 보고 느끼고 싶었다. 주요 답사는 크게 세 장소였다.

1. 지도상의 아래 쪽 미래관에서 출발. 건담을 만나 식사한 지역부터가 거대한 쇼핑몰이 모여있는 곳이다. 원래는 미국의 페리 함대가 들어왔을 때 방어를 위해 건설한 포대가 있었던 지역이라고 한다.
2. 다음 지역으로 다리를 건너가면 거대한 수산시장 느낌의 도요스 마켓이 나온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이라고 한다.
3. 다시 긴 다리를 건너면 깔끔한 주거 및 사무지역이 나온다. 일본의 버블경제 막바지에 건설된 지역이다.

위에 설명한 지역을 지도상에 대충 그려보았다.
일본은 캐릭터 상품의 천국이다. 특이한 것도 참 많이 판다.
그런데 스테이크 자판기까지는 좀.... ㅋㅋ 오싹했다. ㅋㅋㅋ
이 지역에 거대한 쇼핑몰이 참 많았다. 도쿄가 크긴 크구나 싶었다.
레고랜드가 근처에 있구나
정답
날씨도 덥고 해서 오다이바 해변을 따라 늘어선 쇼핑몰 건물로 들어가서 건물과 건물이 이어진 통로를 따라 움직였다. 이것만으로도 한참이 걸렸다.
오래된 전통시장(?) 느낌으로 꾸며놓은 곳
곳곳에 조그마한 체험관도 많았고, 평일 낮인데 손님도 많았다.
분위기에 맞게 옛날 느낌으로 꾸며둔 엘리베이터 ㅎㅎㅎ (실제 작동하는)
오다이바 비치 전경 및 건너편 도쿄 구도심 - 상징적인 도쿄타워가 보일랑말랑 한다.
이제 관광객은 아무도 안 걷는 코스를 굳이 걸어서 이동한다. 여기는 유니클로 사무실.
걸으면서 보는 도쿄만 경치. 날씨가 딱 좋다.
도요스 수산센터 쪽으로 건너왔다. 이 지역 전체가 수산업 관련 구역이다. 세계 최대의 수산시장이라더니 정말 거대하다.
전망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니 옥상이 푸른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다만, 일반적인 공원처럼 뛰놀(?) 수는 없다. 그냥 지붕을 풀로 덮었다는 의미...
옥상에서 내려가니 곧바로 수산업 관련 공간들이 나오는데.. 마치 박물관에 들어온 듯하다.
자연스럽게 내가 도쿄의 수산업 시스템을 관찰하고 있...
규모가 정말 엄청났다. 부산 자갈치 시장도 가봤지만 여기는... 정말... 구조적으로 자본이 집약된 티가 팍팍 난다.
그리고 최근엔 아예 관광지로 조성이 되었다.
먹자골목이다.
건물 한쪽에는 입주사(혹은 건물주?) 회사에서 마련한 작은 박물관도 있었다. 내가 쓰던 카메라도 있어서 반가웠다. 출생연도가 나랑 같은...
게다가 제일 신박한 것은, 옥상에 마련된 무료 족욕탕 (응?)
온천 리조트 대기업이 건물 옥상에 진짜 온천수로 무료 족욕장을 마련해두고 운영하고 있었다.
도쿄만 경치를 보며 온천수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
저 아래 아까 그 먹자골목 지붕들과 작은 광장이 보인다.
해가 벌써 지려고 한다. 아! 일몰도 실제로는 1시간쯤 빠른 셈이지...
오늘도 2만 보를 벌써 넘겨서 완전히 지쳤지만, 숙소까지 계속 걸어가야 한다.
너무나 깔끔한 동네이다. 약간 부자 동네 느낌이다.
여러 다리를 건너, 드디어 도쿄 본토(?)에 도착
공용 주차장을 공원과 접목시킨 좋은 아이디어. 이번에 도쿄에서 공공을 위한 작은 시설들에 대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딱 봐도 유수지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맞았다. 해일이나 홍수 때 물을 잠시 가두는 곳이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망원동에도 있는 시설.
일본의 까만 택시는 영국의 그것과 똑같이 생겼다. 유럽의 많은 모습을 그대로 본따고, 심지어 EU 가입까지 추진했던 일본......
하루가 저문다. 다리가 너무 아팠다. ㅎㅎ 하지만 도보여행을 하니까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고,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