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뭐, 도쿄는 9월 말에 맨날 흐리고 비가 온다더니, 날마다 화창하기만 하다. 괜히 썬크림 두고 와서 얼굴이 자글자글 타고 있다. 휴대폰으로 이마만 겨우 가리면서 걸어다닌다. 오늘 첫 코스는 어제 한참 걸어갔다가 월요일 휴관이라 물러섰던 후카가와 에도 뮤지엄이다. 에도 시절의 도쿄 주변부, 즉 지금의 강동 지역(고토구 Koto City 江東区) 생활사를 보여주는 작은 특화 박물관이다.
근처에 왔더니 요상한 것들이 5m 간격으로 수십 개가 매달려있다. ㅎㅎ 뭐지.. 도쿄는 길을 걷다보면 요런 잔망스런(?) 것들이 많아서 귀엽다.
이곳은 고토 구청에서 운영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서울의 마포구청이 이런 걸 운영하는 셈인데, 잘 상상이 안 된다. 물론 잘 찾아보면 있긴 있는데, 실제로 찾아가보면 규모라든지 운영에 있어서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물론 도쿄의 구와 서울의 구는 규모가 다르긴 하다.)
입구에 이런 아저씨들이 ㅋㅋ아참, 신용카드가 되는 자판기가 이렇게 가뭄에 콩나듯 있긴 하다. 혹은 전용 앱을 깔고 이용하는 자판기 부류가 있는데 그걸 이용하면 현금이나 IC카드를 별도로 만들거나 하지 않고도 도쿄에서 자판기 이용이 가능하다.박물관 팜플렛.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아보고 한국어 안내장을 쥐어준다.1층으로 진입했는데 지하 공간까지를 터서 큰 공간을 만들고 에도 시대의 이 지역을 재현해 놓았다.가운데 흐르는 스미다강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강동, 즉 고토 시티 지역이다. 아주 과거에는 대부분 늪지, 습지, 갯벌이였다고 한다.
이 박물관이 나름 고증을 거쳐서 전시물을 기획/제작한 것이라 신뢰가 갔다.일본의 명절들 및 그에 맞는 풍속들을 만화로 알기 쉽게 전달: 11, 33, 55, 77, 99, 1111일이 주요 명절이다.감탄이 나오는 그림이다. 과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한 그림. 석양이 강물에 반사되는 것을 독특하게 표현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화가의 작품 스타일이 유럽 인상주의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자포니즘이렇게 박물관 직원(학예사? 자봉단?)이 서포트 해주는 것이 정말 좋았다. 이 사진은 생쥐를 함께 찾아보자며 플래시를 비치는 중인데, 다음 순간 생쥐는 천장 밑 시렁 위에서 등장한다. ㅎㅎㅎ 아이들이 뜻밖의 발견에 너무너무 좋아했다.사진만 보면 그저 그런데, 이 마을에서 들릴법한 소리들이 사운드 효과로 주어져서 정말 실감이 난다.
밤과 낮,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을 분위기가 바뀐다. 특히 밤에서 아침이 되는 새벽, 그리고 오후에서 일몰의 순간이 멋있다.
이제 두 번째 박물관으로 갈 차례이다. 지하철 두 코스 반 정도의 거리라서 그냥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내가 경험한 가장 작은 맥도날드. 이래뵈도 창가 쪽을 바라보는 좌석이 3석이나(?) 있다. 가볍게 맥까페로... 한국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차량 진입을 막아둔 거리가 보였다. 한참을 서성이며 이게 뭐 하는 곳인가 추측해보려 했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에도시대 박물관을 보고 나와서 그런지 이런 운하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도쿄 중심지에는 철도 밑에 거의 항상 이렇게 가게들이 있었다. 한국과 다른 독특한 부분이다. (한국은 대부분 주차장)
간토 대지진(관동 대지진) 박물관에 왔다. 직접 와보고 알게 되었지만, 사실 이곳은 대지진 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군인과, 특히 민간인들을 기리는 공간이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지금 도쿄 대지진이 임박했다고 예상하고 있다.입구에 들어서면 1층부터 보라고 안내가 나온다. 시대순으로 보려면 그게 맞다. 1층이 대지진, 2층이 전쟁이다. 도쿄가 크게 파괴된 두 사건이다.지진계 기록간도 대지진은 말로만 많이 들었지 사진으로는 처음 자세히 보게 됐는데 어마어마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때 조선인들에게 화살을 돌려서 희생이 컸었던 역사적 사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함께 올라온다.
한편으로는 대지진 이후 도시를 복구하는 과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이 부분이 참 흥미로웠다.동경제대 엘리트 집단이 도시 복원 및 현대화를 이끌었다고 소개되어 있다.이제 2층으로 올라간다.사진과 인포그래픽 자료, 그리고 당시 병사들의 소지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전쟁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에 기뻐하는 어린 학생들의 표정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 전쟁은 일본이 전범이며 침략국인 것이 빼박이지만, 이곳은 그런 내용은 쏘옥 빼고 희생당한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도쿄 공습으로 인한 피해를 기록했던 유명한 사진가. 표정이 처연하다. 신문방송학과 학부 때 종종 봤던 사진을 여기서 만났다. 저 사람은 당시 정부의 감시를 어떻게든 뚫고 필름을 지켜내서, 지금의 수많은 사진들을 세상에 남겼다.
그리고 전시실 한쪽을 할애해서, 전쟁으로 인한 서민들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특별자료를 전시해 두었다.이곳은 관련 그림 전시실이다.
두 번째 도쿄 복구. 이제는 완전히 현대화 과정을 겪는다. 지진과 전쟁의 파괴가, 에도 시대의 도쿄를 지금의 초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 시킨 촉매가 되었다.
일본은 전후복구 과정이 상당히 다급했고, 다소 강요되다시피 했던 걸로 안다. 그런 과정에 대한 반작용으로, 산업화와 도시화, 인간성 몰락 등을 예술작품으로 어떻게든 다루려 하는 사조도 있었다. 그걸 특정해서 뭐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예술가들은 파괴된 세상 위에서 과거와 다른 철학적인 사유를 더 깊게 하고, 사물의 본질을 묻거나, 고질라와 같은 거대한 상징을 만들어서 기저의 불안감을 표출할 수 있었다. 얼른 생각나는 애니메이션과 같은 대중적인 작품으로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라든지, 붉은 돼지 같은 것도 있었고... 지브리 작품들도 대체로 그런 정서가 담겨있는 듯하다.
박물관을 나오면 보이는 - 사실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존재감이 넘치는 - 이곳은 희생자 기념관인데, 일종의 종교시설이다.이 사진을 보면 명확해진다.두 박물관을 보면서 도쿄에서 해야 할 숙제를 10% 정도는 마친 기분이 들었다.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제 긴자 거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