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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도쿄의 중심부를 걸어서 돌아다녔다. 도쿄에 와서 그동안 일부러 외곽부터 훑으며 다녔는데, 이제 본진(?)으로 들어간다. 다만, 일왕 궁전 내부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그나마 평소에도 예약이 꽉 차는 편인데다가, 이번 여행에서 내가 굳이 내부까지 볼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둘레길(?)만 돌아봤다. 그 과정에서 근처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들러보기로 했다. 이곳은 우리에게 아주 민감한 감정의 장소인데,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곳인지 직접 보고 싶었다.

지도에 표시한 영역 내부에서만 하루를 다 보냈다. 야스쿠니 신사는 북쪽에 있다.
아침마다 감탄하지만, 대도시 중심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공기가 깨끗해서 청명한 느낌을 준다.
어제의 긴자 거리를 통과해서 일왕 궁전 쪽으로 걷는다.
평일 아침에 꽤 많은 사람들이 도토루 커피(Doutor Coffee)에서 아침식사 및 간단한 업무를 보고 있다. 분위기가 거의 공유오피스 수준 ㄷㄷㄷ
나는 겸손하게 옆에 있는 웬디스에서 모닝 메뉴를 먹었다. 키오스크에 한국어가 지원되어 편리하다.
여행계획 짤 때부터 마음 먹은대로, 고질라 상이 있는 곳에서 먹었다.ㅋ 메뉴는 예상과 좀 달랐지만...


본격 일왕 궁전 주변 산책로(?)에 도착. 약도와 함께 추천 동선이 안내되어 있다. 나는 반대로 돌 것이다.
두꺼운 철갑 성문과 경첩(?) - 이런 것도 경첩이라 하나... 아무튼.
인근에는 주요 관공서들이 모여있다고 한다.
해자를 따라 도로가 둘러싸고 있는데 인도가 꽤 넓다. 조깅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쪽 출입구. 깨알같이 제초 작업중인 인부 넷이 보인다. 이들을 통해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왕궁 구역의 서쪽, 말하자면 일왕의 등 뒤에 떡 버티고 있는 영국 대사관. 상왕 느낌으로다가....


야스쿠니 신사

정면은 아니고 옆구리 쪽 출입구이다. 특별히 진입을 통제하거나 하지는 않고 누구나 입장 가능했다.
그런데 새까만 정장으로 통일한 젊은 남녀로 구성된 단체 입장객이 보인다. 확실히 누군가는 각잡고 의미를 부여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다.
내부에는 방문객을 위한 비지터 센터 비슷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까페도 있다.
메인 건물이다.
이 사진을 찍자마자 보안요원이 황급히 제지한다. 곧바로 쫓겨났다. 알고보니 노 포토 존.
주의를 받고 물러났는데도 경비가 계속 나를 주시하고 있어서 그냥 박물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권 까보라고 하지 않은 게 다행인가;;
전쟁 관련 전시물들과 기념품 매장 등이 꽤 큰 건물 안에 마련되어 있었다.
원래는 입장료를 내더라도 들어가보려 했지만, 침략전쟁을 너무나 당연시하고 정당화하는 방식의 몇몇 안내문구에 기분이 상해서 그냥 나왔다.
야스쿠니 신사 취재 끝.



야스쿠니에서 나와서 조금 걸으면 
국립 쇼와 기념관(National Showa Memorial Museum)이 있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당시와 그 이후의 일본 일반 시민들의 삶과 고난을 기념하는 박물관이다. 쇼와 시대라고 하면 '쇼와 왕'이 재위했던 시기에 사용한 일본의 연호이자 시대 구분으로, 일본 역사상 최장 기간 사용된 연호이다. 1926년~1989년까지로, 그 사이에는 2차 대전과 전후 복구, 고도 경제 성장, 버블 시대까지의 일본 현대사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이 시대의 일본에 대해서 궁금하고 관심이 많았기에, 일본 취재 기획 단계에서부터 찜해놓았던 박물관이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여행의 중요한 제약요인 중 하나인 '신용카드만 쓴다'는 조건 탓에 입장이 불발되었다. 입구에 두 명의 안내자가 있는데도 오직 키오스크로 결제를 하도록 했는데, 키오스크는 신용카드가 먹히지 않았다. 방법이 없겠냐고 묻는데, 대단히 친절한 표정과 말투로 '다른 방법은 없다'고....

아직 오전이고, 이곳에서 2~3시간은 보낼 요량으로 하루 일정을 잡았는데, 아쉬움과 난감함을 뒤로하고 '이제 어쩌나' 생각하며 구글맵을 열어보니 가까운 곳에 또 다른 박물관이 보인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가게 된 장소는 조금 특이한 곳이다. 안내 직원에게 번역기를 돌려서 물어보니, 일본의 자위대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알려준다. 자기들 말로는 '군 Army'에서 운영한다고 표현했다. 구글맵에 Shōkei-kan しょうけい館 (戦傷病者史料館)라고 표기된 이곳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고민해봤는데 그냥 상이군인 역사관(혹은 사료관)이라고 쓰는 게 좋을 듯하다. 2차 세계대전으로 아시아 전역을 침략했던 군인들의 실제 자료와 증언들을 모아서 전시한 곳이다.

https://maps.app.goo.gl/4FCDwjD3ALb7XT9c9

 

Shōkei-kan · 일본 〒102-0073 Tokyo, Chiyoda City, Kudankita, 1 Chome−11−5 Greenoak Kudan, 2階

★★★★☆ · 전쟁 박물관

www.google.co.kr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고통스러운 생활상 그 자체에 포커싱한 버티컬 뮤지엄으로서는 확실한 존재감을 보인다.
군인들이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필자의 할아버지도 일본군에 징용되어 - 다행히 살아 돌아오셨지만 - 엄청난 고생을 하셨다.. 생전에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전시물들 하나하나를 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전쟁의 참상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좋은 장소였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일본은 전범국으로서, 그들의 고통은 선택의 결과였다면, 아시아의 수많은 국가와 국민들의 고통은 결코 선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 부분을 상기할 때, 이 뮤지엄에서 그런 반성이나 평가가 전무한 것은 여전히 씁쓸한 일이라 하겠다.


점심 시간이 되었다. 맛집으로 보이는 모든 곳은 줄을 길게 늘어섰다.
그냥 맘 편하게 편의점에서 간단히 당을 충전하고 쉬어간다. (자리를 오래 차지하지 마라는 경고문 앞에서 ㅎㅎㅎ)


이제 일왕 궁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공원 중에서 오픈된 구역에 들어가본다. 야스쿠니 신사 쪽에서 가까운 입구는 Tayasu-mon Gate라는 곳이다. https://maps.app.goo.gl/3gjCq4W9CVVVvDsj8

 

에도 성 다야스 문 · 2-5 Kitanomarukoen, Chiyoda City, Tokyo 102-0091 일본

★★★★☆ · 역사적 장소

www.google.co.kr

공원 내부는 도심 속의 그것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조성되어 있다. 벤쿠버의 스텐리파크가 연상될 정도였다.
여기서 다시 안쪽의 Kita-Hanebashi Gate 쪽으로 들어오면 메인 홀, 동쪽 정원으로 들어올 수 있다.
입구에서 간단한 짐검사를 한다. (가방 열어보라고 하고, 육안으로 내부를 살펴본 뒤 통과)
도쿄 역 주위의 깔끔하고 세련된 신도심 바로 옆에 이렇게 널찍한 궁전 뜰이 있으니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몰려든다.
다만 바깥쪽 정원은 경복궁처럼 다양한 옛 건물이 복원되어 남아있진 않고, 그냥 공터로 되어있다.
모형은 있다.
특이하게도 이곳엔 비교적 허섭한 휴게실 비슷한 기념품샵이 있는데 희한하게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물건을 구매했다. 여기가 목이 좋은 모양이다.
이제 나갈 시간. 일반적으로 많이들 입구로 이용하는 Ōte-mon Gate(Gate to the East Gardens)쪽으로 나왔다.
코앞에 곧바로 거대 빌딩단지가 딱 나타난다.

 

이제 이 빌딩단지를 지나서 도쿄역 앞으로 가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