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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돌아다니면서 개인적으로 신기하게 느꼈던 것은, 이렇게 철교 밑에  들어서 있는 음식점들... (이것도 다 유래와 역사가 있을 듯)

그리고 이렇게 멋진 건물들과, 그 틈새에 아무렇지 않게 갑자기 나타나는 널찍한 도심 공원들...

그리고 그런 공원의 신록 옆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시민 편의시설들이었다.

며칠 전에 혼노모리 추오 도서관에서 받은 충격 때문에, 인근에 있는 또 다른 도서관 하나를 뚫었다. 공원 한구석에 자리 잡은 히비야 도서관 겸 박물관은, 책 냄새와 고대 유물이 뒤섞인 공간이다. 게다가 역사가 거의 100년에 이른다. 1903년 일본 최초의 서구식 공원으로 문을 연 이곳은 원래 1929년에 지어진 도서관 건물을 1957년에 재탄생시켰고, 최근에 다시 현대적 감각으로 리뉴얼 되었다. 푸릇푸릇한 공원 전망을 즐기며 숲속에서 책을 보도록 설계되었다.

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ㅎㅎㅎ
1층에 들어서자마자 "NO PHOTO" 사인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직원에게 '한국에서 왔는데 도서관 사진 좀 찍겠다'고 협조 요청을 하자, 나를 데리고 4층 사무실로 올라가면서 정식으로 취재 허락을 받자고 한다. 마침 4층엔 한국인 직원이 있었고, 덕분에 수월하게 완장을 차고, 마음껏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이걸 보여주면 누구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끄덕! 해준다. 어느 방이든 통과 ㅎㅎㅎ
어디서나 탁 트인 창밖에 파란 하늘과 푸른 나뭇잎, 멋진 건물의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할아버지 직원이 지키고 있는 특별한 공간도 완장을 보여주자 통과 통과~
건물이, 뭐랄까, 뼈대는 오래된 60년대 스타일로 보이는데, 내부는 초현대적으로 리모델링 되어있었다.
컨셉이 자연 속의 도서관인 듯하다. 천장이 낮은데도 시야가 답답하지 않도록 공간에 여유가 넘친다.
게다가 이 건물에는 고고학 개념을 담은 박물관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도서관과 연계되어, 시민사회에 지역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까페 겸 식당도 있다.
1층에는 역시 이 도서관의 컨셉을 잘 살린 까페가 있다.
협조에 감사합니다!


자연 친화적인 도시 조경에 감탄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자, 이제 이 언덕에 올라가야 하는데, 발도 아프고, 저놈의 높디높은 계단과 그 앞에 서있는 뻘건 '도리이'를 보니까, 가기 싫다. 모든 의지가 꺾인다...
잠깐 고민하고 있는데, 근처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 어떤 할아버지가 탑승하시길래 얼른 따라 올라갔다.
이거 없었으면 어쨌을 뻔....

이렇게 도쿄 '아타고 언덕' 꼭대기를 찾아온 이유는 NHK 방송 박물관에 가기 위해서였다. 1956년 이후 NHK 방송국이었던 이곳은 지금은 일종의 타임캡슐처럼 자기네 방송국의 역사를 보존/전시하는 공간이다.

방송국 건물 전체를 쓰기 때문에 규모도 꽤 크다. 4층에 걸쳐 총 3만 점이 넘는 장비와 전시물로 라디오 첫 방송부터 8K 초고화질 방송까지의 역사를 모아둔 곳이다.

https://maps.app.goo.gl/E27ygHu7aCKTXnRn6

 

NHK방송박물관 · 2 Chome-1-1 Atago, Minato City, Tokyo 105-0002 일본

★★★★☆ · 기술 박물관

www.google.co.kr

필자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기에 당연히 모든 파트에 관심이 있었지만, 딱히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거의 두 세대에 걸친 역사의 흔적들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들 것이다.

어린 시절 어렴풋한 기억들이 몽글몽글하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았었음을 실감한다.
국민학교, 국민교육헌장, 새마을운동, 새마을체조 등, 우리나라가 영향을 받은 것이 참 많았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어린이용 인형들은 멈춰있을 때는 무서운 느낌일까 -_-;;;
NHK는 초고화질 8K 영상 송출을 자랑하는 커다란 스튜디오를 자랑스럽게 운영하고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실감나게 감상하는 미니 극장.
방송국 장비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 방문자가 나 혼자였는데도 직원이 친절하게 하나하나 안내해주고 사진도 찍어주셨다.
사실 이런 건 내 전공 분야라서 신기할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열심 열심 일하시는 직원분 민망하실까봐 신기한 척 오지게 하고 나왔다.

일본은 기업이나 기관 어디를 가든지 이렇게 자신들의 자산과 역사를 기록하고 전시하고 공유하는 일에 열심이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래서 도쿄 관광은 따로 계획을 세울 것이 없고 그냥 유명한 브랜드나 기업 이름만 알아도 검색해서 가보면 그곳이 곧 박물관이다.

이런 점도 약간... 부러운 구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