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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차 4월 초 LA에, 그리고 4월 말 시애틀에 가게 되어, 중간에 아예 미국 서부에서 지내기로 하고 일정을 거창하게 짰다. 결국 여러가지 사정으로 계획한 일정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애초 계획이 워낙 어마어마해서 그나마 절반쯤 이룬 성과물조차 어마어마하다. ㅎㅎㅎ

위 구글맵에서 우리가 이동한 거리를 하늘색으로 표시했다. 렌터카로 운전한 곳은 굵은 선, 비행기로 이동한 곳은 가는 선이다. LA에서 1주일 보내고, 차로 사막과 고지대의 각종 캐년 국립공원을 통과해서,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차를 반납하고 시애틀로 날아간 뒤, 1주일간 거기서만 머물렀다.

차로 이동한 지역만 따로 확대하면 이렇게 된다. 이 지역은 주로 미국 서부 국립공원들이 몰려있는 콜로라도 고원 지대이다. 차량 운전거리는 LA에서 돌아다닌 거리를 더해서 2278마일, 환산하면 3666km로 찍혔다.

 

걱정이 많이 됐으나, 출국 때까지는 될대로 되거찌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렌터카를 빌리는 순간 앞이 캄캄했다. 외국에서 한 번도 직접 운전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떡하니 차를 받고 나니, 도로로 나서면서부터 막막했다. 그리고 듣던 것과 달리 미쿡 사람들 왜 이러케 운전을 빨리 하는 거시야;; 

덜덜덜... 공포에 질린 저 눈빛... 스트레스 만땅.

참고로, 렌트한 차는 <포드 퓨젼 하이브리드>였다. 애초에 렌터카 업체와 하이브리드(전기 보조동력 차량)를 계약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풀사이즈 세단 등급을 빌렸는데.. 해당 등급 내에서 자유롭게 차를 고르도록 나에게 할당된 구역으로 나가보니 이게 똭! 있어서 냉큼 잡아 탔다. 럭키했다. ^^ 포드 퓨젼은 하이브리드 중에서도 상당히 진화된 차량이다. 덕분에 기름값 완전 절감. 처음엔 너무 조용해서 시동이 안 걸린 줄 알고 스타트 버튼을 계속 다시 누르기도... 감속시 회생제동이 꽤 효율적으로 잘 되는 편이라,조금만 신경써서 센스있게 가속/감속하면 시내 주행만으로는 기름을 거의 안 먹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8일간의 엘레이 일정을 마치고 라스베거스로 이동할 때에야 처음으로 주유소에 들어가봤을 정도였다.

겨우겨우 숙소까지 도착해서...... 완전히 지쳐버렸다. 숙소는 우리 두 사람이 좋아하는 미드 빅뱅이론에서 "쉘든이 고른 안전한 도시" 패서디나로 선택했다. ^^ 숙소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시 해보겠다.

숙소 도착시각이 오후 3시쯤이어서, 애초 계획은 동네(올드 패서디나) 관광 좀 하려고 했는데, 오랜 비행에다가, 렌터카로 미국 LA 도심에서 첫 운전하느라 초긴장하고, 시차까지 겹쳐 너무 지친 나머지 곧바로 골아 떨어졌다. 저녁 때쯤 깨긴 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것 시차적응이나 완벽하게 하자며 둘이서 의기투합(?)하여 스트레이트로 더 잤다.


결국 다음 날 아침 ㅋㅋㅋ

새벽부터 깨서 딱히 할 일도 없고, 6시에 칼같이 숙소 조식을 먹고,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지나, 말리부로 달렸다.

아.. 말리부 피어... ㅎㅎㅎ 너무 멋진 곳이었다.

 

 

말리부에서 꿈같은 아침을 보내고 산타모니카까지 국도로 달려서 산타모니카 비치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쯤 됐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 중 하나가 바로 이 루트66이라고 불리는 미국서부개척 시대의 상징 '구 66번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인데 산타모니카는 그 서쪽 끝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걸 기념하는 푯말이 이곳에 있다.

 

즐겁게 놀다가 11시쯤 되어 배가 고팠고 (너무 일찍 일어났기에) 찜해두었던 부바검프로 갔다. 부바검프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어진 음식점이다. 한국에서 아내와 영화를 보면서 미국 가면 저런 새우요리를 먹어야게따 생각했는데, 딱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미 체인점이 미국 전역에 준비되어 있다. ㅋㅋ

 

 

식사 후, 산타모니카 다운타운의 유명한 써드 스트릿으로 걸어가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오후의 산타모니카 피어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즐기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미국 서부여행의 실질적인 첫째 날, 너무너무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그런데... 슬슬 제트랙 땜에 피로가 몰려왔다. ㅎㅎㅎ

오후엔 원래 게티센터를 가려고 했으나, 급 피곤이 몰려와서 숙소로 향했다. 저질체력의 우리 부부는 남들 여행코스 일정의 절반도 못 따라가지만, 나름 우리 방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우린 남들이 두 개 볼 동안 하나를 보더라도 천천히 즐기며 대화를 많이 나누는 스타일이다.) 동네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사서 숙소로 들어가서 차려먹고 내일 일찍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