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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떠나는 자유여행. 한 도시에 오래 머물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많은 것 경험하기.
대 제국의 수도 로마 & 파리를 중심으로, 종교개혁 취재여행 콘셉트덕분에 작가적 상상력이 대폭발하여, 실제로 <특강 종교개혁사>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었다.

로마에 가서 고대 로마의 유적을 보고바티칸을 방문하고, 폼페이 유적을 보고이탈리아 남부의 아름다운 해변마을 소렌토와 포지타노를 보고로마 시내의 유명한 관광지를 모두 방문하고현지인들의 식사와 여유를 즐기며 아리아 공연도 보고...

파리에 가서는 소르본 대학과 루브르 박물관을 답사하고, 칼뱅의 고향인 누아용과 인근 교외 마을들을 현지 전문가 권현익 선교사님과 알차게 둘러보고,  시내 중심가와 마레 지구에서 종일토록 파리의 낭만을 즐기고,  오페라 극장에서 마술피리도 보고프랑스 서쪽 끝, 위그노들의 항구도시 라 로셸이라는 숨은 진주를 발견하고, 그 도시 중심의 16세기에 지어진 건물에서 자고바닷가 오래된 탑에 올라 리슐리외의 포위전을 상상하고프랑스 동쪽 끝, 아름다운 스트라스부르에 방문하여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즐기고...

이 모든 것이 단 한 번의 여행으로 보름 동안 이루어졌다면#실화냐 #그거짓말정말이냐


모처럼 찾아온 둘만의 자유로운 유럽여행. 어느 지역을 고를 것인가에 대해서는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여행지인 로마와 파리. 마침 종교개혁을 다룬 역사책을 준비하던 우리에게 최고의 여행지였다.

책을 만들기 위한 취재의 목적도 컸지만, 우리 두 사람에게는 모험도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특답이를 통해 우리가 평생 꿈으로 생각했던 것을 너무 일찍 이뤄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뭐랄까 - 새로운 꿈을 꾸고 싶었다. 하지만 일상은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고, 우리는 각자에게 밀려드는 새로운 역할이 주는 압박감에 짓눌려 있었다. 이럴 때야말로 스케일 큰 여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질렀다. 로마, 파리를 거점도시로 삼고 숙소를 구한 뒤 당일치기로 주변 도시들을 다녀오는 반 배낭여행 콘셉트.

로마... 고대와 중세와 근대와 현대가 한 순간에 공존하는 놀라운 도시...

첫 여행지는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였다. 당시 화-목으로 저렴한 아시아나 직항편이 있어서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숙소는 로마 중심부에 위치한 BnB였는데, 인테리어나 안락함은 좀 떨어지지만, 주요 관광지 코앞에 있어서 이동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 약골 뚜벅이 여행자들에겐 딱 적합한 숙소. 제공되는 간편식을 하루 중 아무 때나 자유롭게 먹을 수 있어서 아침식사는 물론 간식으로도 활용했다.

 

팁. 로마에서 숙소 구하기
로마 중심지의 숙소는 유럽의 다른 도시에 비해 덜 비싼 편이므로 웬만하면 관광지 바로 근처에서 구하자. (나보나 광장 근처가 좋겠다.) 이렇게 하면 이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어디든 일찍 도착할 수 있고, 일찍 도착하면 매표소 앞에서 줄 서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그렇게 하루 관광을 일찍 마치면 저녁 시간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언덕이 많은 로마에서 도보로 이동하느라 소모되는 체력도 최대한 보존할 수 있고.

숙소 예약은 Booking.com 같은 글로벌 서비스를 이용하면 안전하고 편리하다. 여행 일정에 변동이 예상되더라도, ”무료 취소“가 되는 숙소 중에서 골라두면 안심이다. 로마의 숙소는 호텔보다는 아파트먼트 형태나 BnB 형태가 저렴하다. 당연한 소리지만, 3개월 이전에 검색하면 좋은 방이 많다. 닥쳐서 찾게 되면 마음에 들면서도 저렴한 숙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숙박비는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몇 가지 항목이 중요하다. 가장 큰 것은 ‘객실 내부에 전용 욕실이 있는가’이다. 당연히, 있으면 편하다. 그밖에는 조식이 포함인가 불포함인가에 따라 다르고, 침대가 트윈인가 더블인가, (렌터카가 있을 경우) 주차장이 있는가 등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는 거의 전적으로 ”지리적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24시간 인포데스크를 운영하는 곳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냥 동네를 걷다 보면 골목길 사이로 콜로세오(콜로세움) 유적이 보이는 도시...

엄청난 관광객이 아침부터 줄을 서고 있는 콜로세움을 그냥 지나쳐서 계속 걷는다. 줄을 덜 서는 방법을 알기에! ^^ 비교적 한산한 팔라티노 언덕 매표소에서 팔라티노-콜로세오-포로로마노 통합티켓을 사면 줄을 덜 서도 된다. (단, 2015년 당시 상황임. 요즘은 여기도 소문이 나서 줄이 좀 길어졌다는 정보가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콜로세움 앞보다야 나을 것이다. 그리고 시대순서로 봐도 먼저 팔라티노 언덕부터 보는 것이 정석이다.)

※ 팔라티노-콜로세오-포로로마노 답사와 관련하여, 매체에 기고했던 글을 링크한다.

 

로마: 고대, 중세, 현재를 마을버스처럼 오가는 타임머신 - mytwelve

지난 글에서 종교개혁지 탐방으로 유럽을 어떻게 둘러볼 것인지, 아래 표와 같이 4개 모듈, 20개 도시를 소개했다. 앞으로 이 도시들을 중심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이미 강조했듯이, 이 지역에 왜(Why) 가야 하...

www.mytwelve.co.kr

 

팔라티노 언덕.

안내도에서 가운데 밑에 화장실 그림 근처에 있는 숫자 21번 위치가 우리 여행의 시작점이다.
입장 후 왼쪽으로 언덕을 오르면 심상치 않은 유적이 등장한다. 거대한 수도교의 일부를 '봉사 코끼리 만지듯 보면서 원래 모습을 상상한다.
팔라티노 언덕. 이곳은 지금은 그냥 풀만 무성한 동네 공원처럼 보이지만, 한때 로마제국 수도의 행정 중심지였다. 
유적만 봐서는 잘 상상이 되지 않겠지만, 이곳은 여의도 IFC몰, 혹은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같은 거대 복합 빌딩이자, 문화 공간이었다.
흐르는 세월 속에 얼마나 많은 인생과 역사의 드라마가 켜켜이 쌓여있는지 모른다.
감이 잘 안 오는 사람들을 위해 이곳에는 별도의 작은 박물관이 있다. 구글맵에 Palatine Museum on Palatine Hill라고 뜬다. 규모는 작지만 전시는 충실하다. 꼭 들어가자.
대리석을 마치 깃털처럼, 시스루 옷자락처럼 표현하는 능력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진으로는 그 질감 표현이 불가하다!)
이 지역에 나지 않는 대리석들이 이곳 건축물 내외장재로 두루 쓰였다고 한다. 이것은 엄청난 경제적 지출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타일조각 하나하나가 어디 전시해도 될만한 예술작품인데, 이걸 대량으로 제작해서 바닥에 깔아버렸다. 수공예품의 대량생산 및 소비!
실내 정원들의 흔적. 고증이 잘 된 외국 역사 드라마에서 로마시대를 다룰 때 종종 보인다. 오늘날 고급 호텔 로비를 연상하면 될 듯.
남아있는 유적만 봐도 최소 5층에서 최대 7층 가량의 높이와 구조를 가졌다.
복원을 한다고 하면서도 어디에 쓰였을지 미처 확인되지 못한 석재들을 바닥에 두었는데, 스산하면서도 아련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팔라티노 언덕 남쪽에 있는 4~5층 높이의 테라스에 선 관광객들이 작은 탄성을 내지른다.
저 소녀가 모자를 놓은 곳은 어느 거대 조각상의 발가락 부분 ㅎㅎㅎ
발굴작업을 하다보니 고대 로마 '이전의' 유적들도 발견되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그쪽 구역을 한참 복원 중이었다.
반대쪽 테라스에서 보는 로마 시내 전경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포로로마노 전체가 보인다. 벌써 수많은 관광객이 줄을 지어 관람하고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느 산중턱이나 언덕 꼭대기 정도로 느껴졌다. 그런데 나중에 내려가서 이쪽을 보고 깜놀했다.
콜로세오도 보인다.

 

이곳에서 로마의 수천 년 영욕의 역사를 느끼며 한껏 취해있고 싶지만,
시간은 취하지도, 쉬지도 않고 흐른다. 서둘러 포로로마노 쪽으로 내려갈 시간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