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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탐방팀은 루터의 구역(?)으로 접어든다. 여기서부터 며칠간 탐방팀은 종교개혁자 루터가 평생에 걸쳐 다니면서 활동했던 지역들을 그의 발자취를 순례하듯이 따라가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여행은 좀 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종교개혁자가 루터 혼자였던 것도 아니고, 종교개혁은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운동도 아니었다. 특정 교파가 아닌 바에야 이렇게 며칠씩 한 사람의 발자취를 추적할 필요가 있을까? 루터라는 인물 하나에 이렇게까지 집중해야 하나 싶어진다. 특히 10~15일 정도의 일정으로 유럽에 왔다면, 이 코스는 결코 들어서면 안 되는 길이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찾아가는 장소들도 좀 문제가 있다. 루터가 태어난 곳, 첫 세례를 받은 곳, 수도사가 된 곳, 수도사가 되어서 첫 미사를 집례한 곳.... 마지막 설교를 한 곳, 죽은 곳 등등... 우리가 이런 곳을 꼭 다 가봐야 할까? 마치 로마 가톨릭에서 떠받드는 성자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성지순례를 연상시킨다. 혹은, 무슨 ‘로드무비’라도 찍는 기분이 든다. 종교개혁지 탐방이 꼭 그런 식일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이때는 꼼짝없이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야 했고, 경험상 한번쯤은 나도 경험해봐야 겠다고 생각했기에 따라나섰던 것이다.

터의 행적은 독일 전역에 걸쳐있다. 그것도 대도시 중심으로 굵직굵직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작은 도시들에 흩어져있다. 그만큼 루터의 활약이 활발했다는 뜻이긴 한데, 그렇다 보니 여행자 입장에선 곤란하다. 답사 동선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주요 지점들이 동에서 서로 길게 늘어서 있어서, 출발지에 따라 동에서 서로 가거나 서에서 동으로 가면서 작은 도시와 마을을 수시로 들러야 한다. 그래서 독일 지역 종교개혁지 탐방은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투어버스를 이용하곤 한다. 이번 코스도 버스를 타고 독일의 작은 도시들을 잠깐 방문하고 또 움직이고.. 그러다가 저녁이 되면 밥 먹고, 자고.. 그렇게 진행되었다.

넓어도 너무 넓다..

 

루터 관련해서 첫 방문지는 보름스였다. 루터가 종교재판을 받았던 곳이다. 시간 순서로 하면 루터의 탄생지부터 가야겠으나, 서에서 동으로(또는 동에서 서로) 움직여야 효율적인 여행 동선상, 이곳이 보통은 출발지(혹은 종착지)가 된다. 2017년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에 맞춰서 왔더니, 동네마다 골목마다 건물마다 루터 얼굴이 잔뜩 붙어있다. ㅎㅎㅎ 이 동네는 이번 기회에 관광산업으로 한몫 단단히 잡고 있다.
보름스 광장에 종교개혁 기념비가 있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누가 누군지 자세히 살펴보고, 적혀있는 글도 읽어보자.
이곳이 바로 루터가 용감하게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던 재판 현장이라고 한다. 전에는 건물이 있었던 곳이나 지금은 공터가 되어 있기에, 루터가 서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기념비를 설치했다. 

 

※ 보름스와 제국의회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소개는 여기 쓴 글을 참조해주시기를...

 

보름스 : “내가 여기 섰나이다!” - mytwelve

앞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독일 여행 동선을 짤 때는 동에서 서로, 혹은 서에서 동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베를린에서 가까운 비텐베르크에서 출발해서 바르트부르크를 거쳐 보름스로 가거나, 거꾸로 프랑...

www.mytwelve.co.kr

 

이것은 2017년 봄에 찍은 사진인데, 인터넷에서 최근에 찍힌 이곳 사진을 검색해보니, 저 바닥에 루터의 신발을 청동으로 만들어서 설치해 둔 것이 보인다. 수백 년 된 유물처럼 생겼지만, 필자가 갔던 2017년 3월까지만 해도 없던 것이다. 보름스 시의 관광지 정비 작업이, 쫌 귀엽다. ㅎㅎ
보름스에서 볼만한 곳은 이렇게 된다. 모두 걸어서 이동 가능하다.
다시 버스로 이동해서 아이제나흐라는 도시에 들렀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바르트부르크 성이 있다. 루터가 재판 후 피신했던 곳이다.
평야에 우뚝 솟은 언덕 위에 작지만 강한 성이 있다.
성 한가운데는 큼지막한 예배실을 갖춘 궁정이 있다. 왕은 아니지만, 자치권을 가진 지방 호족이 기거하는 공간이라 궁정이라고 써봤다.
성 내부의 모습.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루터가 숨어 지내기엔 적당했으리라 보인다.
다른 건물에는 루터가 기거하면서 성경도 번역하고 그랬던 방이 보존되어 있다.

 

※ 바르트부르크 성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소개는 여기 쓴 글을 참조해주시기를...

 

바르트부르크성, 루터를 완벽하게 보호하다! - mytwelve

루터는 이단자로 선언되었지만, 대중은 루터의 편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위험은 여전했다. 아무리 루터가 인기를 끌었다고는 해도, 당시 교황청은 또 다른 수단이 충분했다. 암살자를 보내거나, 거짓 선전으로 ...

www.mytwelve.co.kr

 

탐방팀은 바르트부르크 성 답사를 마치고 아이제나흐 시내로 들어왔다. 이곳은 원래부터 유명한 관광지였다. 음악가 바흐의 생가가 있기 때문이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바흐하우스에도 들러보자.

시간을 잘 맞추면 악기 연주 시연도 들어볼 수 있다.

 

아이제나흐 구도심 구경. 여기저기 루터 얼굴이 보이는 것은 이곳도 마찬가지다.

 

이제 다음 코스인 에르푸르트로 이동해서 숙박을 했다. 저녁에 잠깐 시간이 나서 밖으로 나와 조용한 에르푸르트 시내의 야경을 사진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