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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 관리법

category 위즈덤 프로젝트/ETC 2020. 12. 5. 02:16

나는 다이어리 매니아였다. 각종 메이커 다이어리는 종류별로 다 써보았고, 프랭클린 플래너는 전문가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다이어리 라이프도 정말 오래 되었는데, 중3 때부터 매년 써온 수첩형 다이어리가 모두 보관되어 있다. 심지어 모 회사에 있을 때는 사내용 온라인 플래너 개발과 보수에 장시간(2~3년) 관여할 정도로 깊이 빠져있었다. 그런 다이어리 라이프를,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서 2008년부터 "딱 끊었다". 그 뒤로 몇 년간은, 매년 11월쯤 되면 보험회사 같은 데서 홍보용으로 뿌리는 탁상용 달력을 하나 주워서 썼다. 커다란 변화였다. 물론 지금은 그것조차 안 쓰고, 그냥 구글캘린더를 쓴다. 아무튼 나에게 그렇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그 깨달음이란......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이걸로 다 했다. ㅎㅎㅎ

 

..... 플래너를 아무리 잘 써봤자 일의 우선순위를 잡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바꿔 말하면, 일의 우선순위를 잘 잡으면 다이어리 따위는 안 쓰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식상한가? 이게 무슨 이야긴지 몰라서 그렇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중요한 일'부터' 하라는 이 단순한 진리는, 다음과 같은 실천방안을 산출한다. 그날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고른 뒤, 그 날은 그것'만' 하는 것이다. 대신, 그 일을 반드시 한다. 하루에 하나만 하면, 1년이면 주일 빼고 313가지 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나는 2008년 이후로 다이어리를 던져버리고, 달력과 메모장을 이용해서 하루에 하나만 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걸 한다. 때로는 그 하나조차 못 마치는 날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성공한다. 왜냐하면 애초에 하루에 충분히 끝낼 수 있는 분량으로 일을 쪼개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일도, 잘개 쪼개놓고 보면 이루기 쉬운 목표가 된다. 쉬운 예로, 100쪽짜리 책도, 하루에 두 페이지씩 쓰기로 목표를 세우면 꾸역꾸역 두 달이면 쓸 수 있다. 그 전에는 두 달만에 책을 한 권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이렇게 하면 좋은 점이 또 있다. 그 일이 일찍 끝나면 나머지 시간은? 논다. 놀더라도 아주 마음 편하게~ 논다. 할 일을 다 마쳤기 때문에, 시원하게~ 놀 수 있다. 이렇게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 뒤로, 하루하루가 보람차게 되었고, 더 많이 놀면서, 더 많은 일을 성취하게 되었다. 강의도 많이 뛰고 책도 내면서 놀기도 참 많이 놀았던 것은, "하루에 하나씩만 하자"는 원칙과 실천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하려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방해물도 많을 것이고......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을 하지 않을 용기. 그것을 버릴 용기. 솔직히,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말은 못하겠다. 나 역시 힘든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힘든 기억쯤은, 도대체 바쁘게는 사는데 왜 이렇게 남는 게 없나 허둥대며 살아가던 그 전의 삶을 떠올리는 순간, 연기처럼 허허이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 보너스 : 여러분이 실제로 하루에 하는 일을 아래 사분면에 표시해보시기 바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가 아니라 B라는 점이다. 우리 인생에서 거시적이고 중요한 과업은 대부분 B에 들어가야 한다. A는 이웃을 돕는 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을 넣으시기를. 그리고 D는, 잘 버려야 한다. 과감하게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자. 물론,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