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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덜 전형적인'  관광지를 둘러보는 날이다. 로마 시내투어 심화반이랄까 ㅎㅎ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로마 여행의 몇 가지 팁을 알아보자.

로마에서는 버스와 트램 통합 승차권으로 1회 승차권 외에도 1일 패스와 3일 패스를 파는데, 언뜻 보면 그게 더 싸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하지만 여행자에겐 꼭 그렇지도 않다. 대부분 걸어 다니면 되므로 보통 하루에 두 번(왕복) 탈까 말까 하는 것이 전부다. 하루에 다섯 번 이상 탈것이 확실시되지 않는다면 그냥 1회 권 10장 묶음을 사서 두셋이 나눠 쓰면 딱이다.

게다가 요즘은 웬만한 거리는 우버를 이용하면 된다. 로마에서 짧은 일정에 많은 것을 봐야 할 경우,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메리트를 고려할 때 우버는 최고의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유럽의 오전은 썰렁하고 오후부터 슬슬 세상이 움직이며 피크타임은 저녁이다. 그러므로 일정을 짤 때 오전에는 주로 차분하게 박물관이나 성당을 보고, 오후에는 광장이나 카페, 유적지 등을 보자. 트레비 분수나 스페인 계단 같은 로마의 유명한 관광지들은 저녁에 들르는 것이 좋다. 이런 곳은 저녁식사 후 야경이 더 멋진 법이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식사는 피하자. 식사를 꼭 해야 한다면 바로 근처는 피하고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서 찾자.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당이 널려있다.

첫 번째 코스는 안젤리카 도서관이다.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도서관이라서 구경하고 싶었다. 오픈 시각이  되기를  기다리는  중...
헉.. 진짜 멋있는 공간이었다. 희귀본들이 많다고 한다. 오래된 고서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로 가득했다.
 저절로 경건해지기까지 하는 분위기... 무지함 때문에 어차피 봐도 뭐가 뭔지 몰라서, 그저 경이로운  눈으로 책들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나왔다. 그래도 가끔 알아보겠는 책들이 보였다. 여행 전에 "책공장 베네치아 - 16세기 책의 혁명과 지식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어둔 덕분이었다. 강력 추천 도서이다!
트램을 타고 강 건너 마을 "트라스 테베레"로 이동했다. 은근히 높은 언덕에 있다. 아마 지형적으로 이 아래 암반이 있는 모양이고, 오래 전부터 테베레 강이 여길 휘감아 돌면서 침식과 퇴적작용으로 테베레 섬을 비롯한 지금의 로마 지형도를 만든 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역시 밥부터 먹어야 한다. 어느 여행기에서 본 집으로 향했는데 이름이 바뀌었고, 메뉴도 딴판이었다.
당황하고 있는데 서버가 와서, 혹시나 하고 이런 거 되냐고 물어봤더니, 주방에 잠깐 물어보고는, 쿨하게, 된다고~! 게다가 엄청나게 맛있었다. 역시 관광지에서 먹는 거랑은 차원이 달랐다. 현지인이 먹는 식당에서 먹어야 진짜다!! ... 다만, 얼마라고도 말하지 않고 음식만 갖다줘서 먹으면서 살짝  긴장했는데, 계산할 때보니 값도 매우 저렴했다. 최고의 식사 경험! ^^
여길 널리 소개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구글에 상호가 뜨지 않는다. 지도상 위치는 파악 되지만, 아무래도 영업 접었거나 다른 집이 들어온 듯.
트라스 테베레는 그냥 이렇게 골목길 다니면서 구경하는 맛이다.
"우리와 함께 먹고 마셔요~" ㅋㅋㅋ 참으로 노골적인 식당 문구이다. 그에 걸맞게 점원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ㅋㅋㅋ
식후에 커피 한 잔~
광장에서는 그새 무슨 집회가 열렸다. 무슨  선거 유세가 아닐까 싶다.
이 동네 박물관이 있어서 들어가 봤다. 마침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우린 명색이 신문방송학과 커플. 한참을 구경했다.
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아내가 한 그림에서 "프로테스탄트 묘지"라는 제목의 그림과 거기 그려진 피라미드 형상을 발견하고는 급 관심을 보였다. 로마에 웬 프로테스탄트 묘지?? 검색했더니 대충 어딘지 감이 왔다. 그래서 저길 가보기로 급 코스 수정을 했다.
어떻게 갈까 하다가 그냥 걷기로 하고, 밖으로 나서서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언덕을 내려왔다. 어차피 오늘은 뚜벅이 관광을 하는 날이다.
조그마한 서점도 구경하고, 골동품 가게도 구경하고...  딱 로마의 골목길 사이즈에 맞는 미니카 옆에서 사진도 찍고 ㅎㅎㅎ
테베레 강가를 걸으며 
테베레 섬에도 잠깐이지만 들어가봤다.
이 섬에는 성당과 병원이 있다. 오래 전에도 이곳은 환자들을 격리하던 섬이라고 한다.
섬의 동쪽 끝부분에는 아주 오래된 다리 유적이 있다. 구글엔 "로토(Rotto) 다리"라고 나온다. 로마제국 시절에 만든 것인데, 기초 부분을 보면 그 옛날에 지은 것인데도 빠른 물살을 이겨내기 위한 유선형 구조가 잘 되어있는 것이 확인된다. 오랜 세월동안 홍수가 있을 때 다리는 종종 무너졌어도 기초는 그대로 있다. 기초 위로 보이는 하얀 부분은 중세 때 수차례 재건축된 것인데, 그마저도 무너지고 유실되어 지금은 유적으로만 남아있고 다리 역할은 하지 않는다. 실제 교통은 바로 옆에 새로 건설된 다리를사용한다.
고대 로마 시절부터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장구히 흘렀을 테베레 강을 대하니, 괜히 마음이 숙연해진다.
유명한 관광지 "진실의 입"이 있는 성당 입구 부분이다. 가봤자 줄을 많이 설 것이고, 별 관심도 없어서 (다리도 아프고) 그냥 지나쳤다.
힘들게 힘들게 아벤티노 언덕을 올라, 식물원을 통과해서 아벤티노힐 전망대로 향한다. 저 멀리 뭔가가 보인다!
기가막힌 경치가 펼쳐졌다.
올라와서 보니 상당히 높다. 헥헥...
기념사진 찍어주시고...
이 줄은, 열쇠 구멍으로 바티칸 대성당 쿠폴라가 내다보인다는 사비나 성당 문 앞에 선 관광객들이다.
이렇게 보인다고 한다.. 우리는 줄 서기 싫어서 패스했다. (사진은 구글에서 가져옴)
아벤티노 언덕을 말 그대로 "걸어서" 넘었다. 좋은 산책로이긴 하겠지만 더운 날씨엔 잘못된 선택이었다. 문제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프로테스탄트 묘지 입구는 반대편에 있어서, 피라미드를 돌아서 한~참을 가야 했다.
더구나 입구가 잠겨있어서, 문틈으로 카메라를 넣어서 사진만 찍고 말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카톨릭교도가 아닌 사람들, 로마에 머물다가 죽은 외국인들을 위한 공동묘지라 한다. 영국의 시인 등, 유명인들도 묻혀있다.
이제 집으로 가는 시간. 아쉬운 마음에 일부러 직선코스를 버리고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벽을 타고 오르는 덩쿨 / 창밖 풍경을 즐기는 검둥개
정말 아름다운 오후, 잊지 못할 산책이었다.
도그 파킹 ^^

 

나의 "로마의 휴일"은 이렇게 끝났다. 내일은 이탈리아 마지막 일정으로, "남부 투어"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