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근교를 자동차로 돌아보는 투어는 모두 권현익 선교사님의 도움을 받았음을 밝힌다.
사실 대중교통이나 기차 등으로는 하루에 많은 일정을 소화하기란 불가능하다.
샹티이 성이다. 콜리니 제독의 집안이 살았던 샹티 성(Château de Chantilly, 샤또 드 샹티).
나중에 알았지만 007 영화 A View to a Kill (1985) 촬영지로도 쓰였던 곳이다. 여기 갔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유튜브에서 영화를 보다가 익숙한 성이 나와서 후다닥 찾아보고 알았다. ㅎㅎ
여기서 잠깐. 근원적인 질문. 콜리니 제독은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까지 와야 했고, 왜 이 사람을 알아야 하나?
‘가스파르 드 콜리니’는 종교개혁이 한창이던 시절 프랑스 해군 제독이었다. 집안도 좋고 유력했지만 개신교 사상을 받아들여, 힘들어하던 위그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사람이다. 그는 아직 공개적으로 개신교를 표방하기 전부터도, 위그노들을 탄압을 피해 브라질 식민지로 보내서 안전하게 살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을 정도로 종교개혁에 우호적인 인물이었다. 위그노 전쟁이 일어나자, 콜리니 제독은 위그노 편에서 싸웠다. 초반에는 그리 적극적으로 싸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전쟁의 형편이 군급했고 지도자는 부족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영향력 있는 위그노 지도자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스페인과 프랑스가 전쟁에 돌입하면서, 프랑스 내부의 단결을 위해 카톨릭과 개신교가 단합해야 했고, 이때 콜리니 제독이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문제의 '카트린 드 메디치'는 그를 자신의 정적(政敵)으로 여겼고, 음해와 모략 끝에 저 유명한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학살'을 일으켰다. 즉, 이 말도 안 되는 학살은 결국 콜리니 제독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주를 받은 용병들은 가장 먼저 콜리니 제독의 집부터 공격했고, 안타깝게도 그는 그 자리에서 처참하게 순교한다.
콜리니 제독은 그렇게 죽을 필요가 전혀 없던 사람이다. 가만히만 있으면 어마어마한 영지를 물려받아 죽을 때까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인물이었다. 콜리니 제독이 몸담았던 몽모헝시 가문(House of Montmorency)은 왕의 친인척 관계로서 가족들이 군권과 교권에 두루 포진되어 있었다. 엄청난 재력을 소유했기에, 왕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 위세였다. 콜리니 제독은 이 성의 소유주인 콩데 공작(Guillaume de Montmorency)의 외손자였다. 그 자신도 이미 높은 지위에 올라 실력을 인정받은 자였다. 그런 그가, 왜, 말 그대로 ‘그 모든 부귀영화를 다 버리고’ 위그노 지도자가 되었을까. 이곳 샹티 성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뭐 그럴 수도 있지, 양심적인 사람이었나보군 -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샹티 성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는 콜리니 제독의 선택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샹티이 성을 둘러볼수록, 의문은 커져갔고 마음 한 구석이 먹먹했다. 콜리니 제독은 이런 찬란함을 다 버리고 개신교 신앙을 택했다. 재물과 권력뿐인가. 끝내는 그의 목숨까지도 신앙의 형제들을 위해 바쳤다. 맑은 하늘, 찬란한 햇빛 아래에서 쨍하니 빛나는 샹티 성의 아름다움과 위용이 나를 압도하면 할수록, 콜리니 제독이 버려야했던 물질적인 것들, 얽혀있는 관계들, 또한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뒤따라야 했을 사람들의 희생이 얼마나 깊고 넓었을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깊어진다.
“꽁데 뮤지엄”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샹티이 성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조금 더 알아보자. 콜리니 제독이 죽고 나서 한참 시간이 흐른다. 샹티이 성의 주인은 부르봉 꽁데 가문으로 바뀌었는데, 꽁데 백작에겐 직계후손이 없었다. 하나 뿐인 남자 혈육은 쿠데타를 도모했다는 이유로 잉글랜드로 도망친 상태였는데, 덜컥 백작의 유산을 물려받는다. 그런데 그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으로 이 사람이 한 일은 바로 ‘예술품 구입’이었다!
샹티이 성 정보 >> 클릭 또는 터치! ^0^
샹티이 성... 와 이거는 진짜...
평생 잊을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 관련하여, 샹티이 성에 대해서 기고했던 글을 링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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