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여행을 준비할 때 여행사가 제시한 일정표를 보고 내가 예측한 동선이다. 실제로 거의 비슷했는데, 마지막에 페즈에서 해안까지 가는 길이 다르다. 나는 최단코스로 예측해서 그렸고, 실제로 버스는 고속도로를 따라 빙 돌아갔다.
오늘은 그 거대한 사하라 사막의 서쪽 가장자리 끝... 움푹 패인 곳에 모래가 쌓여서 모래언덕을 이룬 곳까지 간다. 직선거리로는 카사블랑카에서 마라케시 정도에 불과하지만, 중간에 두 군데를 들렀다 간다. 다데스 협곡(Gorges Dadés)과, 토드라 협곡(Gorges Toudgha)이다. 아틀라스 산맥에서 흘러내린 물이 부드러운 사암과 모래를 깎아 만든 협곡들인데,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가볼만큼 멋지다고 해서 기대를 했다. 구글어스에서 3D로 자알 조작해서 살펴보니 과연 대단할 것처럼 보였다.
다데스 협곡(왼쪽)에 들어가는 길은 길게 뻗은 강을 따라 굴곡이 심한 지형까지 들어오면서 수많은 산골 마을들을 볼 수 있다. 토드라 협곡(오른쪽)은 강물이 거대한 사암지대를 케익 썰듯이 쪼개어 그 사이로 지나가면서 만들어졌다.
이제 직접 가보자!
해가 뜨기 전부터 출발이다. 버스에서 일출을 봤다. 오늘도 먼 거리가 될 듯하다. ^^;;
버스로 지나치는 마을들은 지도에도 잘 표시되지 않는 오지 마을들이다. 이곳 산골마을 아이들은 버스가 지나가면 멈춰서서 '구경'한다.. 눈을 마주치면 웃거나 손을 흔들어준다. 21세기에 이런 곳이 있다니...
귀여운 꼬마 아이도 아침 일찍 학교에 간다. 물론 우리가 지나가니까 멈춰서서 구경중..
모로코 내륙지방 사막에 흐르는 강은 대부분 와디(Wadi)이다. 말을 탄 아저씨가 지나가고 있어서, 버스 차창을 통해 냉큼 사진을 찍었다.
기나긴 다데스 협곡 중에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멈춰서는 곳이다. 사실 아틀라스 산맥을 넘은 뒤로 쭉 그랬지만, 차에서 내릴 때마다 펼쳐지는 경치를 나의 빈약한 기술과 장비로는 표현할 수 없어서 애석하다..
경치가 좋은 곳에 민박 겸 식당 겸 찻집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차를 한 잔씩 하면서 쉬었다.
이곳 전통차인데, 특이하게도 설탕을 아주 가득 타서 저어 마신다.. 별로 맛있진 않았다. 위생적으로도 좀 꺼려졌고... ^^;;
계속 가면 산맥을 다시 넘어가는 셈이라, U턴해서 돌아 나온다.
여러 와디가 모여서 넓은 강을 이루는 지역이다. 유일하게 식물이 숲을 이루며 자란다. 모로코의 소중한 젖줄 중 하나일 것이다.
※ 이 장면을 볼 수 있는 지점이 구글맵에는 따로 뜨지 않아서, 경위도 정보를 남긴다. 31°31'04.7"N 5°31'02.3"W
토드라 협곡으로 가는 길에 지대가 높은 곳이 있어서 멈춰서서 쉰다. 눈으로 보고도 못 믿을 정도로 대단한 전망인데, 사진으로는 이것밖에 표현을 못하는 것이 원통하다. 아침 햇살이나 저녁 빛을 받으면 또 얼마나 멋진 장관일까 궁금하다.
※ 이 지점도 구글맵에는 따로 뜨지 않아서, 경위도 정보를 남긴다. 31°33'06.2"N 5°35'06.8"W
토드라 협곡이다. 역시 여기서도 더 직진하면 꼼짝없이 산맥을 넘어야 하므로 여기서 멈춘다.
거대한 암반에 경외감까지 들려구 한다. 거길 또 암벽등반하는 사람들이 있다. ㄷㄷㄷ
높은 바위 틈으로 해가 잠깐씩 비치는 것도 신비롭고, 오래도록 그늘진 곳에 자라는 식물들도 대견했다. 이곳에서 관광객에게 모델이 되어주고 팁을 받는 당나귀와 그의 주인도 수고가 많으시다! ㅎㅎㅎ
모로코에서는 꼼짝없이 연일 현지식이다. 보통 패키지 여행은 하루에 한 번은 호텔식이고, 2~3일에 한 번은 한식을 주는데, 모로코 내륙, 아틀라스 산맥을 넘는 뒤로는 그런 거 기대를 말아야 한다. ^^;;; 심지어, 조만간, 본의아니게, 우리 모두는 낙타 고기까지 먹게 된다..... ㅠㅠ
어쨌든... 이제 또 한참을 가야 한다. 본격적으로 사하라 사막의 가장자리를 향해 달려가는 광야길. 지금까지도 나름대로 사막이었지만, 진짜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진 '진짜 사막(?)'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주로 차 안에서 창 문을 통해 찍은 사진이다. 오랜 시간을 달려야 했지만, 낯선 모로코의 시골 풍경과 '야생 낙타'의 자유로이 휘적거리는 걸음걸이 등 워낙 진풍경이 많아서, 도통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버스 맨 앞 자리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앞 자리로 나왔는데, 이번 여행 통틀어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
사진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장면을 몇 시간씩 눈으로 즐기며 드라이브하는 기분을 (실제로 드라이브를 안 하고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은 진정 커다란 행운이다.
뭐랄까, 정말, 아름. 답다. 모래언덕이 나올 때까지 사진 몇 장 보자.
이렇게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따로 다니는 애들은 야생 낙타라고 한다. 이런 걸 보다니.... ㅠㅠ
가이드가 버스를 잠깐 멈추게 하더니 우릴 화석이 나오는 지역으로 데려갔다. 이곳이 원래 바다였다는 증거라며 엄청난 양의 화석이 그냥 길바닥에 굴러다닌다. 땅바닥에 바위가 있고, 그걸 잘 두들겨 깨면 화석을 떼갈 수 있다. 사람들이 좋은 건 많이 집어가고 대충 생긴 것은 바닥에 버렸다. 다들 몰려가서 화석을 찾는데, 나는 귀차니스트라서 사람들이 버린 것을 두어 점 집어왔다. ^^;;
슬슬 도로 위에도 모래가 날리기 시작한다.
모래언덕 사막을 맞이할 준비가 거의 되었다.
다음 글에서, 드디어 사하라사막을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