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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의 밤하늘이다. 중딩 때부터 30년간 갈고 닦은 '별 사진' 찍는 온갖 기술이 축적되어 있으나(ㅋㅋㅋ) 밤이 되자 사막이 너무 추워서, 각잡고 앉아서 진득허니 찍지 못했다. 덜덜 떨면서 몇 장 냅다 찍고 들어왔다. 맨눈으로 본 하늘을 보여줄 수 없어서 참으로 괴롭다.

대략 이 사진들보다 백 배쯤 별이 더 많이 보이고, 천 배쯤 더 아름답다 상상하심 된다!


새벽이다. 사하라 사막에 왔는데, 지금 잠이 오겠나?!? ㅎㅎㅎ 옷을 껴입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주위를 조금 걸어본다.
저 불빛은 일출도 아니고(북쪽), 도시의 불빛도 아니다. 추정컨대, '캠핑장' 불빛이다.
이거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캠핑장이 있다.
우리가 묵은 호텔에도 오늘 저곳에 갈 사람들이 많다. 새벽 어스름에 사막의 고요와 함께 혼자 밤하늘을 벗삼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RV들이 몰려온다. 모래언덕에서 액티비티를 즐기러 가는 사람들을 위해서이다.
신에게 새벽기도를 하던 이슬람교인이 RV가 도착하자 잽싸게 하던 기도를 멈추고 뛰어간다. ㅎㅎㅎ

 

RV 팀이 빠져나가고, 다시 조용해졌다. 떠오르는 태양을 만나러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다.

사하라 사막의 일출.
강력한 태양빛이 호텔을 비춘다. 덜덜 떨리던 추위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이제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를 사하라 사막을 눈에, 심장에, 마음에 담는다.
버스를 타고 떠나는데 야생 낙타가 한가로이 지나간다. 어제 그 녀석들에 비하면 참 행복해 보인다. 우리를 신경도 쓰지 않는다. 
저렇게 자유롭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생명체를, 우린 올라타고 잡아먹고 그랬다. ㅠㅠ

 

우리가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사막 호텔에서 찍은 지도 그림 위에 색깔로 덧입혀 보았다. 왼쪽부터, 카사블랑카에서 마라케시로 내려와서,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 계곡들을 들르며 동쪽으로 이동했다. 동쪽 끝이 메르주가. 사하라 사막의 서쪽 끝 지점이다. 거기서 쭉 올라가면 페스로 통한다.

생명이 살 수 없는 곳 주위에서 며칠 지내면서 청아한 공기와 물빛 밤하늘을 말 그대로 만.끽. 했더니, 스트레스가 다 사라졌다. 이렇게 가끔씩 일상의 템포를 끊어주는 것이 너무도 소중함을 절감했다. 사막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이런 기회를 가져주어야 되겠다.

아무튼 이제 또다시 멀고 험난한 길이다. 메르주가에서 페스까지는 산맥을 크게 두 번 넘어야한다. 하이 아틀라스와 미들 아틀라스 산맥.
중간 휴식처에서, 까페에 들어가서 화장실도 쓰고 커피를 한 잔씩 했다.
캬. 이것이 문명의 맛이로구나~ ㅋㅋㅋㅋㅋ
모로코의 고도(古都), 페스(فاس)에 도착했다.
구도심 중심지부터 구경했다. 이 문은 "Bab Bou Jeloud"라고 하는데 블루게이트라고 하면 더 잘 안다. 원래 있던 문 옆에, 점령자 프랑스가 다시 크게 지은 것이라, 유적으로서의 의미보다는 그냥 인증샷 용도로...
자연스럽게 시장 골목으로 들어간다.
관광객 대상으로 영업하는 가게. 즉, 가이드가 패키지 상품  관광객을 몰고 들어가는 곳. ㅎㅎㅎ 깔끔하고 세련되고 뭔가 젠틀한데.. 정이 안 간다.
이거시 진짜 전통 가게. 누가 오든 말든 신경을 안 쓴다. ㅎㅎㅎ
골목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미로처럼 되어서, 가이드 없이 들어가면 나올 수나 있으려나 몰겠다. 인터넷만 잘 되면 구글맵으로 어캐든 되겠지. 그 와중에 코카콜라 포스터 고퀄은 대체 무엇??
시장 골목을 한참 지나갔다. 갑자기 모스크 겸 대학교가 보인다. 매우 오래된 중세 대학이라서, 유럽의 대학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역사와 전통을 가졌다고 한다. 이슬람 사원이지만 현대적인 모로코 대학 시스템에 통합되어, 여학생도 다니고 있다. 
=골목 중간중간에 보이는 것들도 다들 대단하지만, 우리 일행의 목적지는 따로 있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짠! TV에서 종종 보던  그곳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현장. ㅎㅎㅎ 전통 기법으로 가죽을 염색하는 공장이다. 
구글맵에서는 Chaouwara Tanneries라는 이름으로 검색이 된다. Tannery를 번역하면 무두질인데, 가죽을 피혁제품으로 가공한다는 뜻이다. 악취가 코를 찌른다.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서늘한 편이라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더구나, 마침 오늘 쉬는 날인지, 일하는 사람도 별루 없다. 
밖으로 나오는데, 골목에서부터 호시탐탐 따라다니던 가죽공예품 판매상들이 큰길까지 따라오며 끈질기게 구입을 권한다. 골목 안에서 불렀던 금액의 5분의 1까지 떨어진다. ㅎㅎㅎ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