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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에서 잘 자고 일어나서, 오전 내내 버스로 달린다. 휴대폰 데이터가 터져서 구글맵을 확인하니, 차가 북쪽이 아닌 서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ㄴ자로 빙 돌아서 가는 것인데.. 아마 고속도로로 가는 것이 더 확실하고 안전해서 그런 모양이다. 모로코는 아직 지방도로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 더구나 위성지도를 살펴보니 직선으로 가자면 작은 산맥을 하나 더 넘어야 한다.. 바로 이해 됐다. ㅋㅋ

 

모로코 최고의 항구, 탕헤르 항 도착. 구글맵에서 영어 표기로는 탠지어(Tangier)로 되어 있다.

여권을 검사하고 배를 타고 보니, 모로코를 떠나는 것이 실감난다. 아마도 내 기억에 다른 나라로 배를 타고 건너간 것은 이 때가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홍콩에서 마카오를 배로 가봤지만 '다른 나라'는 아니니까.. 우리는 편도를 끊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스페인 쪽에서 왕복 티켓을 끊고 모로코에 들어와서 구경하고 다시 돌아가는 관광객이라고 한다.

 

모로코 작별

놀랐던 것은, 지브롤터 해협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깝더라는 것... 이미 항구에서도 저 앞에 스페인 땅이 육안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최단거리가 14km밖에 안됨) 이대로 1시간이면 스페인에 도착한다. 이정도면 웬만한 호수 건너편이라 해도 될 정도로 가까운데, 엄연히 유럽과 아프리카라는 심리적으로 엄청난 간격의 대륙간 거리가 그 사이에 있다!

어렸을 때부터 세계지도를 보면서도 신기해 했던 점인데, 어떻게 두 지점이 딱 이렇게 가까울 수가 있을까... 그것도 모로코와 스페인을 연결하는 두 항구가 있는 지역이 특별히 더 가깝다. 아, 이건 순서가 바뀐  이야기다. 가까우니까 그곳에 항로가 생겼겠지. ㅋㅋㅋ 이 두 지역을 일컬어,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이라고도 부른다. 

약간 이런 느낌?? ㅋㅋㅋ

 

... 어쩌면 그래서 이런 전설도 생겼던 모양이다. 오랜 옛날에, 이곳은 원래 육지로 막혀있었는데, 거인이 둑을 터버렸고, 엄청난 양의 대서양 물이 흘러 들어와 지금의 지중해, 즉, 유럽의 내해(內海)가 됐다는 썰... (그러면 그 와중에 바닷물이 요동을 치는 과정에서 가라앉은 땅이 바로 전설의 '아틀란티스'냐?? ㅡ,.ㅡ)

 

근데 이건 전설이 아니라 과학이다. 지질학에서 말하는 "Messinian Salinity Crisis"라는 시기가 그것이다. 과거에 지브롤터 해협이 막히는 바람에(베틱 장벽: Betic corridor) 실제로 지중해 물이 말라서 해안선이 물러나며 소금밭이 됐고, 사해처럼 염도도 높아졌던 시절이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그 둑이 넘치는 바람에, 지브롤터 해협은 엄청난 폭포가 됐고, 말랐던 땅에 물이 차면서 지금의 지중해 해안선이 만들어졌다고. 그렇다면 전설의 그 거인은 당시 해수면이 높아지게 했던 간빙기(間氷期)인 셈이다.

아무튼, 전설의 탄생에는 항상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

이걸 재현하자는 미치광이 프로젝트도 있었다! 지브롤터를 막아서 지중해를 간척해서 유럽의 땅을 넓히자는.... 도대체 무슨 약을 하면 이런 발상을 ㅋㅋㅋ

 

아무튼... 지도를 좋아하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관심있게 봤던 '지브롤터 해협'을, 배를 타고 건넌다니 감개무량했다. ^^

그래서 나는, 이 느낌을 공감받고 싶어서, 바다 한 가운데 배 위에서, 페북에 위치 공유를 누르고 "다시스로 가는 중"이라고 적었다. 성경에 나오는 '요나'에게 감정이입한 것인데, 농담은 농담일 뿐, 진지하게 듣지 마시길. ^^ 아무튼 내 말을 실제로 믿는 사람이 페북에 아무도 없었다. 사하라 사진에 이어서 이번에도 ㅋㅋㅋ

 

스페인 도착

저 앞에 스페인 최남단 도시 타리파(Tarifa)의 항구가 보인다. 이곳은 실제로 고대 도시 '다시스'로 추정되는 곳과 매우 가까운 지역이다.


배에서 내려서 여권 심사를 받으러 갔다. 위 사진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다. 줄을 기다리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지역 다시스는 성경 시대에 '세상의 끝자락'이었다.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을 넘어가면 끝없는 바다가 있고, 거기서 더 가면 폭포에 떨어져서 다 죽는다고 여기던 시대였으니... 그래서 당시 세상에서 인간이 도피하기로 마음 먹고 떠날 수 있는 최고로 먼 곳처럼 다시스는 묘사된다. 그래서 이곳 타리파(Tarifa)까지 오는 한국 사람이 누가 얼마나 있으랴 생각하던 그 순간, 욱기게도, 입국 수속 담당관 부스 바로 앞에, A4용지에 또렷한 "한글"로 프린트물이 똭- 붙어있었다. -_-;;;

여권 커버를 벗겨서 제출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딜 가나 느낄 수 있는 한국인의 존재감. 참으로 대단한 대한민국, 우리 조국이다!!

무사히 입국 허가를 받고 유럽에 안착! 이제 모로코 버스와는 또 다른 느낌의 유럽 버스를 타고 스페인을 누빈다.
저 건너편이 바로 모로코, 아프리카 땅이다.
똑같은지질_ 똑같은바다인데_ 두 나라는_ 비교체험 극과 극...... 돈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ㅠㅠ
버스는 스페인 땅을 달린다.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그런 거 무시하고, 버스는 계속해서 드넓은 스페인 땅을 달린다...
자아... 3대륙 여행의 2대륙을 마치고 마지막 유럽대륙을 여행하게 됐다.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까. ㅎㅎㅎㅎㅎ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역사적인 도시,
레콩키스타(Reconquista)의 마지막 저항 도시,
'그라나다'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