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는 매일 최소 5시간, 최대 10시간이나(ㅎㄷㄷ)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중세교회사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들을 경험하고 사진도 찍었다. 첫 순서는 알함브라 궁전(La Alhambra).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음악과 기타 선율 때문에 그 이름은 유명하지만, 정작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잠깐, 토막상식으로 썰을 풀어보자.
바로 앞의 글 말미에서 언급만 하고 넘어갔는데, 이곳은 스페인 '레콩키스타(Reconquista)'에 대항한 마지막 저항도시였다. 유럽에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있는 지역을 '이베리아 반도'라고 부르는데, 이 지역은 로마제국 이후로 게르만족의 일원이었던 반달족에의해 서고트 왕국이 차지했다가, 이슬람 세력에 의해 점령된, 그러다가 다시 카톨릭 세력에 의해 이슬람 세력이 차차 물러갔던, 나름 기구했던 땅이다. 즉, 로마 >> 게르만 >> 무어인 >> 가톨릭 왕국 순서로 주인이 바뀐다. 여기서 마지막 단계, 즉, 무어인들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다시 모로코 쪽으로 몰아냈던 일련의 과정들을 레콩키스타라고 한다. 굳이 보케블러리까지 안 하더라도, 레콩키스타(Reconquista)는 영어 단어 Reconquest와 같은 것임을 눈치챌 수 있다.
(※ 개인적으로 '레콩키스타'나 '무어인'과 같은 신민주의(新民主義)적이거나 차별적인 용어 사용이 별로 내키진 않지만, 설명을 위해 부득불 쓰고 있음을 밝힌다.)
자, 그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남았던 무어인들의 왕국이 바로 그라나다였고, 로마의 팔라티노 언덕처럼 그라나다의 정치, 종교, 문화 중심지였던 알함브라 궁전 지구는 '그 최후'의 역사 현장이자, 그 자체로 증거품이다. 세련된 이슬람 문화의 정점이 이 궁전 건축물에 스며있는데, 레콩키스타 이후 가톨릭 문화가 문자 그대로 '덧칠'되면서 독특한 복합(?) 문화를 인류사에 남겨둔 셈이 됐다. 이후 수백년간 처참한 훼손이 있었지만, 그 소중함을 인식한 자들의 치열한 노력 끝에 복원을 거쳐, 인류 문화 유산으로 남겨질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이 바로 그 결실이고...
즉, 이 궁전을 볼 때 이런 배경을 모르고 보면.. 그냥 경치 좋은 산 위에 있는 '예쁜 팬션' 구경하듯 보게 된다. 궁전 치고는 규모가 작고, 요새라고 보기엔 너무 예쁘고... 이슬람 문명인지 가톨릭 문명인지, 대체 어느 시대에 왜 건설된 것인지 감도 오질 않는, 혼란스럽고 특이한 짬뽕처럼 보일 수 있다. 마치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처럼 말이다.
사실 그렇다. 얘는 특이한 짬뽕이 맞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공부 많이 했으니까... 사진이나 보자. ^^*
알함브라에서 스페인 첫 일정을 보내며, 하루 종일 레콩키스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바로 전날까지 모로코에 있다가 와서 그랬을까??
이베리아 반도에서 축출당한 그들은 모로코와 알제리 등 아프리카 북부 지역으로 영향력이 축소되었고, 이후 대항해 시대를 이루며, 유럽은 이슬람 문명을 산술적으로 넘어서기 시작한다. 동쪽에서 십자군 전쟁으로 내내 이루지 못했던 일을 서쪽 이베리아 반도를 획득함으로써 얻어낸 셈이랄까. 특히 스페인은,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어마어마한 대제국을 이룬다. 반면 모로코는 바로 그 스페인의 식민지 생활을 해야 했다.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풍요로운 스페인 땅에 발을 딛고, 황량한 건너편 아프리카 땅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이, 이날 알함브라에서 증폭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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