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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내 고향 광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왔으나, 타지역 누군가가 광주에 가서 뭘 하고 - 뭘 보면 되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다만, 매니아층을 위해서는 양림동 선교사 묘역과 호남신학대, 수피아 여중고교, 기독병원 주변 골목길 등을 알려주고, 구 도청과 금남로 정도를 알려주면서, 그것도 "단, 재미는 없으니까 참고하세요."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맺곤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곳 양림동 일대가 "역사문화마을"로 정비되기 시작했다. 기대감을 품고, 부모님 댁에 방문했을 때 시간을 내서 함께 이 지역을 둘러보았다. (이 근처에 내가 졸업한 석산고등학교도 있다.)

탐방 시작은 어디서든 해도 되나, 우리는 기독간호대학과 양림교회당 근처에서부터 출발했다.

동네 어귀에 손그림으로 그려진 지도가 있다. (2016년 봄 현재)
골목이 5거리로 갈라지는 지점에 다방이 있다. 사진의 왼쪽 골목으로 직진한다.
이런 요사스런 것도 붙어있다. 이런 것 좀 안 하면 얼마나 좋나... 말하고자 하는 건 알겠는데, 가장 유치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오래된 골목길이 벽화로 단장되고, 보도블럭도 깔끔하게 정비되었다.

언덕 위에 선교사 사택들이 보존되어 있다. 피터슨, 우일선, 허철선, 브라운, 인도아 선교사 사택 등을 확인해보자.

 

언덕 너머로 걸어가면 호남신학대학교 교정으로 연결된다. 

첫 번째 건물이 도서관인데, 이곳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호신대 교정을 통과해서 선교사 묘역에 올라가도 된다. 우리는 몇 번 가봤기에 이번엔 패스하고, 건너편 사직공원으로 이동했다. 사직공원은 어렸을 때 많이 왔었는데, 오랜만에 왔더니 못 보던 전망대가 있었다.

옛날에 조그마한 팔각정이 있었는데, 그 흔적만 남기고 그 자리에 거대한 전망대가 만들어졌다.
옛 팔각정의 흔적. 저 계단을 오르내리던 기억이 난다. 옆에는 간단한 매점도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광주천과 조선대학교, 무등산이 한눈에 보인다. 그런데 오른쪽에 지어지는 아파트단지가 시야를 심하게 가린다. ㅠㅠ
실내, 실외 전망대가 모두 있어서 날씨와 무관하게 최적의 전망을 즐길 수 있겠다.
두 전망대 사이를 오르내리는 계단에는 사진 타일이 전시되어 있는데, 눈에 익은 사진들이 많다.
순천에서 우리 가족에게 복음을 전해주셨던 로버트 코이트 선교사의 두 자녀... 선교 초기에 안타깝게 사망하여 이 땅에 묻혔다.
광주광역시 전체를 아주 단순화 시켜서 묘사한 디오라마. 이걸로 보면 작은 도시처럼 보이지만, 인구 130만명의 광역 대도시다. 물론 광역시 중에는 많이 약하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까지만 해도 왼쪽의 수완지구와 공단이 없었기에, 거의 두 배 면적으로 넓어졌으나, 인구 숫자는 그대로다.
아버지 어머니의 추억이 담긴 광주 CCC 회관. 나 역시 대학 1학년 때 잠깐 몸담았다.
우리가 갔을 때 마침 이 지역 선교사 '유진 벨'의 선교 기념관이 개관했다. 개관식 준비중.
우리 아버지는 이 지역 문화해설사 역할을 충분히 하실 수 있다.
뜻깊은, 추억의 양림동 나들이. 가족과 함께 해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