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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해외여행지는 2003년 이스탄불이었다. 첫 여행지라서 그만큼 인상깊은 도시. 그러나 유럽 5개국을 다니는 전체일정 중에 달랑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내로 여기저기 휘몰아치듯 다닌 터라, 좀 더 꼼꼼히 보고싶다는 아쉬움이 늘 남았었는데 이번에 한을 제대로 푼다. 

이스탄불 공항 도착. 이제 숙소까지 가야 한다.
공항철도를 타고 시내로~ 중간에 도시 지하철로 갈아타야 해서, 짐을 지고, 끌고, 머나먼 모르는 길을 어렵게 한참 가야 했다. ㅎㅎㅎ
고생 끝에 밥이 있다. ㅎㅎㅎ 튀르키예 스타일의 한상 차림. 오른쪽은 식사 때마다 꼭 마시게 되는 중동 국가들 특유의 차.

숙소는 이스탄불 관광지역 한 가운데 위치 좋은 곳으로 잡았다. 이 놀라운 도시를 샅샅이 걸어다니고 싶어서.

숙소에 짐을 풀고 장을 보러 나왔더니 마침 석양 빛이 아름다웠다. 골목 사이로 보이는 아야소피아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도시 전체에 예쁜 길냥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수없이 마주치는 고양이들과 인사하며 항구 쪽으로 자연스럽게 걷는다.
케밥과 생과일 착즙주스. 석류주스를 시켰는데 석류를 무려 예닐곱개를 짜서 준다! 물 한 방울도 안 섞인 100% 과즙 음료를 엄청 저렴한 가격에~! ㅎㅎㅎ
항구에 다다르니 가슴이 탁 트인다.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너무 지친데다 주위에 사람도 많아서 쓸만한 사진이 별로 없다.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이 포스팅의 스크롤만큼 길고 긴 하루가 시작된다. 사진이 무려 80장. 이 블로그 역대 최고기록이다. ㅎㅎㅎ

숙소 조식. 저런 구성에다가 식후엔 차를 준다.
바다부터 보러 갔다. 21년만에 만나는 보스포러스 해협!!
수많은 스토리를 간직한 해협이라 그런지, 그저 똑같은 바다일 뿐인데도 느낌이 다르고 가슴이 벅차다.
나중에 알았지만, 오늘 초대형 유람선이 두 대나 들어와서 관광객이 엄청 몰리는 날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침 일찍이라 아직 한산하다. 카라쿄이 지역에서 예쁜 골목을 발견하고 좀 거닐었다.
오른쪽 위에 보이는 탑이 갈라타 타워! - 갈라타 지역은 따로 시간을 내서 가볼 것이다.
걷다 보니 공구의 거리에 들어와버렸다. 옛날 같으면 안 들어갔을 골목 골목을 자연스럽게 누볐다. 종로, 세운상가 느낌이 났다.
다시 바닷가 쪽으로 나오니 식당과 어시장이 즐비하다.
웬 방송국에서 와서 촬영 중이었음. 카메라 앞쪽을 괜히 기웃거려 봤다.ㅎㅎ
다리 위에는 낚시하는 분들이 즐비하다.
좀 깔끔해 보이는 커피숍 겸 빵집이 있길래 들어갔다. 2층에 올라가니 전망이 좋다.
여기서 한참을 쉬다가...
아내는 저 배를 타고 카디쿄이 지역에 방문하는 미식투어팀에 참가하러 떠나고, 나는 혼자 다리를 건너 구도심을 좀 걷기로 했다.
아내가 구경 갈 카디쿄이 지역.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 아시아 쪽 지구에 가는 것이다. 오늘은 아내가 먼저 체험하고, 이틀 뒤엔 나도 다시 함께 간다.
아내가 투어팀에 합류하고, 나는 걸어서 저 다리를 건넌다. 이스탄불 구도심에서 갈라타 지역으로 건너는 갈라타 교는 상부 및 하부 일부구간도 도보로 건널 수 있다.
먼저 하부 다리로 건넌다. 식당과 까페가 꽉 들어차 있다.
반대편으로 가보니 경치가 끝내준다. 저기 보이는 모스크는 쉴레이마니예 모스크인데, 쉴레이마니예는 사실 우리가 잘 아는 이름이다. '솔로몬'이란 뜻.
다리 상부로 올라오니 경치가 더 좋다. 다리 아래로 큰 배들이 지나가는데, 그걸 위에서 구경하는 맛이 좋다.
갈라타 교 위에서 바라보는 금각만 전경.
다 건너오니 이곳은 관광객 천지다.
여기서부터 이스탄불 거의 전 지역이 사실상 "그랜드 바자르"라고 할 수 있다. 이 주변이 죄다 시장이다.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다. 복잡하고 좁은 시장 골목을 관통하여 오르막길을 계속 걸었다. 그냥 그렇게 걸어다니고 싶었다.


그랜드 바자르 구역을 넘어, 모스크 지구(종교 구역)에 도착했다.

여기도 고양이가 누워있다. ㅎㅎㅎ 주워 듣기로는 마흐메트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우호적이라고... 고양이들도 별라 이쁘게 생겼다.
모스크 내부는 신을 벗고 들어간다.
도보로 20분 쯤 떨어진 곳에 로마시대 수도교가 있다고 해서, 모스크 지구 끝까지 일단 걸어 내려가 보았다.
지도를 보면 설명하기 좋다. 오른쪽 끝에 있는 다리가 갈라타 교. 그 아래가 구도심 및 시장 지구. 왼쪽 빨간 선이 쉴레이마니예 모스크 지구.
걷다 보니 로마제국 시대의 수도교가 보인다.
스페인에서 봤던 것에 비하면 규모는 작았지만
세월의 흔적은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시 언덕길을 조금 올라, 쉴레이마니예 모스크에 도착했다.
웨딩사진 촬영지로도 쓰이는 모양이다. 정말 몹시 아름다운 사원이다. 관광객이 미어터지는 블루모스크보다 나는 이곳이 훨씬 좋아보인다.
모스크 입장 시간은 지났지만 뒷뜰은 개방되어 있다. 뒷뜰에서 내려다보는 갈라타 교 부근 경치는 일품이다.
이곳에 혼자 앉아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비로소 내가 이곳까지 여행 온 것이 실감이 났다. 21년만에 다시 만난 이스탄불. ^^
오늘 걸은 거리 ㅎㅎㅎ 숙소까지 걸어서 돌아가면 2만 5천보쯤 된다.
묘지 쪽도 조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걷다가 나왔다.


숙소까지 돌아가는 길. 이 도시는 계단마다 페인트 아트가 유행이다.
시장통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골목길은 걷기 힘들 정도였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골목길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올리지는 않는다.
숙소 근처 Sırkecı 트램 정류소 부근. 사실 이곳은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동쪽 끝 역(우측)으로 유명한 장소이다. (며칠 뒤에 그 역에도 들어가 본다.ㅎㅎ)
여기서 아내가 투어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며칠 지냈을 뿐인데도 정이 듬뿍 들었던 Sırkecı 역 광장. 지금 다시 봐도 이뻐 죽겠다.
이곳의 유명한 과자 가게. 유명하다길래 사진을 찍긴 했다. 언젠가 지인분이 튀르키예 여행하고 오면서 기념품으로 사다주신 것이 이것이었다.


 

미식투어 참가해서 아시아 지구 쪽으로 다녀왔던 아내가 배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스탄불에서의 길고 긴 첫날 일정이 이렇게 끝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