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시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기의 마지막 포스팅!)
이곳은 앞의 글에서 소개한 그 아씨시 옆동네 쇼핑타운이다. 주차장에서 아씨시 쪽을 보면 무등산처럼 생긴 산이 보인다. 이 산은 몬테 수바시오라고 하는데, 아씨시는 바로 이 산의 서쪽 끝자락에 형성된 도시였다. 그래서 수바시오 산은 소위 '영산'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도 뭔가 이유는 모르지만 옛부터 영험한 기운이 있는 산을 따로 정해놓고 그렇게 믿는 경우가 있는데 이탈리아도 그런 듯하다. 계룡산 같은... ㅋㅋㅋ
이 산은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차량으로 갈 수 있도록 도로가 잘 나있어서 렌터카 관광객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출발 전에 네비 찍을 곳은 이곳이다. https://goo.gl/maps/CrAQU3pjckkaSNnu7
지그재그로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다 보면 수도원이 하나 나오고, 거기서부터 더 오르려면 빨간색 동그란 원, 공포의 ZTL 표지판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일몰 후에 들어가지 말라는 뜻이니 쫄지 말고 계속 가자. (밤에 갔다가는 추락해서 죽을 위험이 있다.)
네비 찍은 곳까지 오면 넓은 주차장이 있고, 간단한 피크닉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아침에 마트에서 사온 빵과 피자와 콜라와 커피로 점심을 해결했다. 한가롭게 쉬는 가족, 커플, 자전거 부대를 만났다.
조금 더 올라가 보기로 한다. ^^
정상 가까운 곳까지 올라오면 임시 주차장이 있다. (말똥도 많으니 주의...) 구글맵 상으로 여기를 찍고 가면 된다. https://goo.gl/maps/Bmk69DAGQDw2taJr5
아씨시와 성 프란체스코 성당, 로카 마조레 성이 저 아래에 보인다. 높이 올라왔더니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화각 자체가 다르다. 여기서 걸어서 조금만 더 오르면 360도 전경이 보이는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정상 근처. 먼저 온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까지 자전거로 밟아주시는 형님들도 계신다.
정상 정복의 포스...... 저러고 한 1분 있다가 쿨하게 내려가심 ㄷㄷㄷ
저 멀리 보이는 눈 덮힌 봉우리는 구글맵을 찾아보니 Monti Sibillini 정도로 보인다.
이곳에서 이탈리아의 동서남북이 다 보인다. 동영상으로 한 번 보시자!
이번에는 다른 봉우리에 올랐다. 2020년 피크 디스트릭 사건 이후로 '일일투봉'의 전통이다. ㅋㅋㅋ
https://goo.gl/maps/hvsdfXkGzKBYSQAx5
그다지 높지 않은 봉우리였다. 가보니 여길 굳이 올랐어야 했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특이한 지형을 볼 수 있긴 하다.
하산하는 길에 아까 지나쳤던 수도원에 들렀다.
우리나라 산 속에 있는 절간 느낌이 든다.
이곳 수도원은 좁은 통로를 따라 정해진 순례 코스를 통과하도록 관람(?) 안내가 되어있다. 관광객에게는 관람코스이지만 카톨릭 신자들에게는 일종의 예배 행위가 된다. 영상과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블로그에 남기지는 않겠다.
첫 코스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후로 몸을 굽히거나 쭈그려 앉아서 통과하는 등, 복잡한 코스가 이어진다. 신체 장애가 있는 분들은 아무래도 통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둘러보다 보니 이것은 흡사... 일본 교토에 있는 청수사(기요미즈데라) 느낌이다. 수도원과 절은 결국 종교학적으로는 같은 맥락에 있으니, 건축 양식과 입지조건에 있어서도 통하는 바가 있다.
이렇게 해서
아씨시의 모든 일정이 드디어 끝났다. ^^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아씨시 숙소 할머니와 작별하고, 우리는 귀국을 위해 로마 피우미치노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으로 달렸다. 그런데 그 전에 들를 곳이 있다. 아직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에 우리는 점심을 특별한 곳에서 먹기로 했다. 바로, 맥도날드다. (응?)
맥도날드가 왜 특별하냐... 이곳은 고대 로마의 고속도로라 할 수 있는 아피아 가도(Via Appia) 유적 '위에' 세워진 맥도날드이기 때문이다. ㅋㅋㅋ 언젠가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 매거진'에서 이 정보를 보고 흥미를 느껴서, 나중에 언젠가 로마에 가보면 들러야징~ 생각만 했던 곳인데 생각보다 빨리 실현되었다.
McDonald's Roma Appia (Frattocchie) https://goo.gl/maps/CARa3HviG6B6dkNTA
건물의 안팎으로 투명 강화유리가 설치되어, 건물 아래 유적을 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유적지를 순수하게 보존하는 것과 이렇게 콜라보(?)를 이루는 것 중에서 과연 어떤 것이 좋은가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가치판단 문제가 될 듯하다. 하지만 기왕에 파괴될 것이라면 이런 식으로라도 만들어서 교육의 터전으로 활용하는 것도 뭐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은 되는 듯하다.
.... 그런데 여기 왜 이렇게 직원들 서비스 좋고, 음식도 좋아?? #강추
실제로 교육용 자료들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심지어 이탈리아어/영어가 병기된 안내판이다. 우리나라 웬만한 박물관보다 나은 서비스;;; (제발 우리도 박물관 국문/영문 안내판 제작에 더욱 예산을 투입하고 박차를 가하자.)
이걸로 만족하기엔 좀 그래서, 맥도날드 직원에게 - 구글 번역기를 동원해서 - 질문했다. 저 아래로 내려가볼 수 없나요??
직원은, 뭐 될꺼에요 하더니 상급 직원을 부른다. 상급 직원은 오케이 슈어 잇츠 이지 어쩌구 하면서 밖으로 나가면 계단이 보이고, 그리로 내려가면 된다고 알려준다. 오호! 이렇게까지는 기대하지 못했는데~
계단으로 내려가니 지하통로가 있고 곧바로 유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강화유리로 대충 보는 거랑은 확실히 다르다.
실제로 이곳에서 발굴된 무덤 3기가 표현되어 있고, 자세한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어린이를 위해 쉽게 설명한 교육자료도 붙어있다.
이집, 맛집이다. 유적 맛집... ^^
렌터카 채크아웃 할 때의 경험 때문에 채크인 때 양아치 짓을 당할까봐 살짝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무 탈 없이 렌터카를 반납했다. 마지막 관문으로 공항 채크인까지 마치고 짐을 부치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탁 놓인다.
해외여행 때 둘둘 말아서 가져가는 바람막이. 이번에도 요긴하게 잘 썼다. 공항에서 가방에 덮어놓고 멍 때리다 보니 등짝에 적힌 문구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사실 이 점퍼는 서기 2002년도에 "당신의 디지털 세상의 중심", "인텔 펜티엄 4" 출시 기념 프레스 컨퍼런스에 베타뉴스 기자 자격으로 참석하고 받아온 것. 즉, 올해로 22년차다. ㅎㅎ 나와 함께 전 세계 20개 국가 1백 여 도시를 방문하느라 낡아지고 헤어진 백전노장 판촉물 ㅋㅋㅋㅋ
올 때의 역순으로, 다시 사우디 경유. 킹 칼리드 국제공항.
기착 시간이 상당히 길어서 밤을 보내는 셈이다. 중동의 사막 한 가운데서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다. ㅎㅎㅎ
드디어 새벽에 이륙.
다시 현실로 복귀.
온갖 잡다한 전리품들... ㅎㅎㅎ 비행기에서 준 빵과 수퍼에서 산 양념, 치약, 쨈, 스프 등을 보며 흐뭇하다. 몇 주간 이걸 쓰면서 여행지를 회고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이다.
2023년 봄 이탈리아 여행, 이렇게 마친다. ^^
▶ 영상 : 이탈리아 북부 여행 스케치 모음 - 2023년 4월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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