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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탈리아를 떠나서 프랑스로 간다. 기차를 타면 너무 지루할 거 같아서, 짧은 거리지만 저가항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기차여행이 나았을 거 같기도 하다. 비행기로 가면 보안검색과 시간 맞추기 등등 신경쓰이는 게 많아서인지 피로감이 크다. 

숙소에 도시세(관광세)를 계산해서 놓고 출발. 사람수에 숙박일수를 곱하니 꽤 된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마르세유-프로방스 공항으로. 저가항공이지만 이번엔 우선탑승권을 사봤다. 먼저 짐을 넣기 편하고, 무엇보다 기부니가 좋다. ㅋㅋ


마르세유 첫인상 ❤︎

마르세유가 노잼 도시이며, 볼 것 없고, 치안 불안하고, 개똥 많고, 인종차별 심하고, 불친절하다던 사람들 다 나와!!!
예쁘고, 상냥하고, 친근하고, 깨끗하고, 안전하고, 평화롭고, 농담 잘 하고......
... 맛있고, 아름답고, 햇살 찬란한 마르세유였다.
꿈에 그리던 마르세유 항. 저번 코로나 때문에 마르세유 여행계획이 몇 번 좌절된 기억 때문에 더 간절했던 듯하다.
Les Terrasses du Port(항구의 테라스라는 이름을 가진 쇼핑몰)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전통적인 건물들을 (로마와 달리;;) 깔끔하게 유지하고 리모델링 하여 사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통 항구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은 오지게 지저분한데, 역시 프랑스~! .... 최근에 올림픽을 치러서 그런가...
아무튼, 마르세유에 대한 첫인상으로 그간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첫 날은 이렇게 산책을 마치고 일찍 쉬었다.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 (Mucem - Musée des civilisations de l'Europe et de la Méditerranée)

다음 날 아침. 오늘은 많이 걸을 것이 분명하므로 아침부터 우버를 불러서 조금이라도 걷는 거리를 절약했다.

오늘 가려는 곳에는 두 개의 박물관이 나란히 있는데, 큰길 쪽에 더 가까운 박물관은 Cosquer Méditerranée라고 하여, 수중에 잠긴 고대 마르세유 항구 유적을 볼 수 있다. 더 안쪽에 있는 정사각형 모양의 박물관은 풀 네임이 Musée des civilisations de l'Europe et de la Méditerranée라고 하여, 유럽과 지중해의 문명 박물관이란 뜻이다. 줄여서 Mucem이라고 한다.

시간이 많을 경우 두 박물관을 모두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마르세유의 역사적 현장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다. 참고로 Mucem 입장권을 사면 근처에 있는 성채에도 추가 요금 없이 입장할 수 있는데, 그 성채를 둘러보는 시간도 꽤 걸린다. 일정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두 박물관 중에 우리는 고대 항구의 유적 부분은 건너뛰고, 안쪽에 있는 박물관만 보기로 했다.
1층(레벨 0)에서 티켓을 구입한다. 학생은 무료!
1층에서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딱히 관심이 없는 주제라서 바로 3층으로 이동했다.
다양한 전시 구성. 맨 오른쪽 포트 상-장은 별도로 입장하는 곳이지만, 이 박물관에 들어오면 옥상에서 구름다리로 건너갈 수 있다.
이 박물관 외관은 마치 산호초 속에 담긴 듯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3층 전시관에 입장하면 보이는 그림. 사실 박물관 이름 자체가 풍기는 아우라가 어마어마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지중해 문명 박물관"이라니 ㅎㅎㅎ
다만, 미국처럼 쉽고 친절한 박물관 구성은 아니었고, 약간 지적이고, 프랑스 특유의 난해함(?)이 다소 섞였다. ㅋㅋㅋ
중요한 개념들을 먼저 정의하고 관련 자료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시 기획이 짜여 있다.
그리고 확실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탈식민주의 관점이 이곳에도 반영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특히 프랑스는 지중해 건너 알제리(고대 용어로는 카르타고)를 오랜 세월 지배했다. 그에 대한 반성적 고찰이 전시기획에 반영되었다.
요즘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는 유럽에서, 그러나 학문과 지적 세계에서의 대세 어젠다는 여전히 탈식민주의라는 점이, 다행이다 싶었다.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지중해 문명 한복판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듯한 2층 전시관의 기획/구성은 크게 칭찬하고 싶다.

* 우리가 갔을 때 2층 전시관의 절반은 비어있었다. 다른 전시를 준비하는 듯했다. 타이밍 문제지만 꽤 아쉬웠다.

관람을 마치고 옥상으로 올라오면, 휴식 공간이 있고, 저 쪽에 비탈길이 보인다. 저기로 올라가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Fort Saint-Jean으로 진입하게 된다.

 

Fort Saint-Jean은 다음 글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