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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언제부턴가 꼭 가보는 곳이 있다. 그 도시의 역사박물관이다. 일정을 짤 때 구글맵에서 해당 도시의 이름을 적고 뒤에 History Museum 혹은 Museum of History를 붙여서 검색해보자. 그러면, 아주 소규모 도시가 아닌 이상, 그 도시의 얼굴 역할을 하는 역사박물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그 도시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박물관은 대부분 따로 있다. 규모가 더 크거나, 유명한 전시물이 더 많은 박물관은 따로 있는 편이다. 하지만 역사박물관은 낯선 방문자에게 그 도시를 비로소 알게 해주고, 사랑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가본 곳 중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곳은 뱅쿠버, 시카고 등이었고.. 무엇보다도 시애틀의 역사박물관(MOHAI : 역사와 산업 박물관)은 아주 대단했다. 관련 글: https://joyance.tistory.com/229

 

[미국] 시애틀 - 역사산업박물관(MOHAI: Museum of History and Industry)

이전 글에서 엘레이 똘레랑스 박물관을 소개하면서, 이번 미국 여행에서 경험한 박물관 베스트3를 소개할 때 언급했던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지금 소개할 모하이(MOHAI: Museum of History and Industry)이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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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그런 곳이 있을까? 찾아보니, 있다. 경희궁 경내에 위치한 서울역사박물관이다. 서울의 지리와 인문, 역사에 중점을 둔 전시를 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는 무수히 많은 역사박물관들이 있지만(지자체마다 대충 만들어둔 곳을 포함), 이곳은 국제 수준의 규모를 갖췄다. 그리고 서울 중심부(다운타운)에 위치하여 외국인 여행자들의 접근성도 좋다. 물론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조금 더 크고 유명하지만, 근현대 "서울"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곳이 전문이다. 외국인 친구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알고 싶으면 광화문으로, 서울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이곳으로 가보라고 하고 싶다.

실제로 리모델링 이후로는 전시기법도 더 향상되어서, 미국에서 가봤던 박물관들의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근접했다. 실제로 국내에 이 정도 수준의 박물관은 많지 않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가 되었으니, 이제 그간 예산을 핑계대며 대충 만들었던 박물관마다 리모델링 붐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현재 3, 4층 리모델링 중이다.)


날씨 좋은 날을 골라서 서울역사박물관을 두 번 찾았다. 한 번은 추석 때 가족 친지들과 둘러보았고, 다른 한 번은 아내랑 둘이서 따로 시간 내서 자세히 봤다.

홈페이지에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서울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98%의 전시물은 조선 중기 이후부터 20세기말까지로 집중되어 있다.

1존 (조선시대의 서울): 조선 건국 후 한양 정도부터 개항 이전까지 조선시대의 서울을 보여주는 공간.
2존 (개항, 대한제국기의 서울): 서울에 불기 시작한 변화의 새 바람을 돌아보는 공간.
3존 (일제 강점기의 서울): 1910년 일본에 강제로 병합된 이후 암울했던 식민도시 경성을 돌아보는 공간.
4존 (고도성장기 서울): 해방 이후 서울의 비약적인 성장과 변화를 돌아보는 공간.

위 네 전시관이 상설이고, 1층에는 특별전시가 열리는 넓은 기획전시관이 있다. 추석 때 갔을 때는 북촌에 대해서 하고 있었고, 두 번째 갔을 때는 반촌과 성균관에 대해서 하고 있었다.

상설 전시관과 기획 전시관

그밖에도 3층과 4층(?) 사이에 있는 중층에는 아래 사진처럼 "도시모형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어서 흥미를 끈다. 상해 "도시계획전시관"이라는 박물관에 갔을 때 훨씬 더 큰 규모로 잘 만들어진 것(https://joyance.tistory.com/99)을 이미 봤기에 특별히 놀랍지는 않았으나, 남의 도시보다는 내가 사는 서울에 더 애정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많은 관람객이 이곳을 보려고 서울역사박물관을 찾는다. 심시티 좋아하는 사람에겐 눈이 번쩍 뜨일 공간이다. ㅋ

이 사진은 폰카로 찍었다. 블로그 글을 쓰다가 생각나서 나무위키를 봤더니 사진이 없길래, 이 사진을 저작권 CC-BY 4.0 조건으로 제공했다. 나무위키 본문에 들어간 사진을 클릭하면 내 이름이 뜬다. ㅋㅋ

 

서울역사박물관 - 나무위키

서울역사박물관(서울歷史博物館, Seoul Museum of History)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제77조 제1항지방자치법 제114조에 따라 박물관의 운영에 관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장 소속하에 서울역사박물관 및 한성백제박물관을 설치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신문로2가) 소재. 경희궁 경내에 있는 서울의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하는 도시 역사 박물관. 원래 이 자리에는 경희궁이 있었는데 이 궁

namu.wiki

 

이제 1관부터 보자. 직접 가보시라는 뜻에서, 사진은 아주 일부만 보여드린다.

건물을 싸악 뺀 서울의 지형도를 보는 것이 신기했다. 하아, 이런 곳에 거대한 메트로폴리탄이 들어섰구나.... 보고있자니 신기했다.
눈길을 끌었던 광화문 앞 육조거리(현 세종대로) 모형. 조선의 행정부/사법부 조직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미 대사관, 세종문화회관 등 지금 있는 건물과 비교하면서 보면 재미있다.
이것은 한양의 "시장" 구역
동선이 이상해서, 1관을 중간쯤 보고 이곳으로 빠져나와서 실망하며 그대로 집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큰 실수다. 2관부터가 진짜다.
박물관 가운데 중정이 있다. 저 건너편이 경희궁이고, 사실 이 중정 및 박물관 터도 원래 경희궁 경내에 속한다.
이곳 주황색 벽에도 LED TV가 설치될 예정이다. 어떻게 알았냐고?? STAFF끼리 지나가면서 하는 말을 들었다. ㅋㅋ
2관과 3관에서는 대한제국 및 일제강점기의 서울 모습을 당시 사진으로 보여준다. (2관이 과하게 허술하다. 이것도 일제강점의 영향이겠지만...)
3관은 일제가 조선물산회, 조선박람회 등의 선전행사를 위해 경복궁과 한양 도심을 어떻게 유린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4관이 가장 매력적이다. 해방 후 쌍팔년도 시절까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세운상가 ㅎㅎㅎ
80년대 서울 중산층의 전형적인 아파트 생활을 잘 구현해 놓았다.
20세기 말, 서울 도심 디오라마. 화려한 시각효과가 멋있긴 한데 좀 정신이 없다. 
반가운(?) 청계천 고가도로가 보인다. ㅎㅎㅎ 사촌동생들이 저게 뭔데 저기 있냐고 물어봐서, 헛웃음이 나왔다.

 

반나절 쯤 시간 내서 직접 가보시길. 여기저기 쉴 곳도 많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고, 1층 계단 뒤 카페테리아는 간단한 매점도 겸하고 있으므로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입장료 무료. 관람은 평일(화~금) 09:00~20:00, 주말 및 공휴일 09:00~19:00.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