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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메이커/2016 미국 동부 - 시카고 보스턴 뉴욕

[미국] 보스턴(3) - 로드 아일랜드, 플리머스 투어

이 날은 참 이상한 날이었지......

보스턴에 온 이유 중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플리머스를 여행하는 것이었다. 종교개혁사 책을 마무리하면서, 급진적 청교도들이 건너가서 정착했던 플리머스를 보고 싶었고, 기왕 미국 동부를 뚫은(?) 김에 일정에 넣은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만 해도 렌터카로 다닐 생각을 못했던 나는 보스턴에서 플리머스까지 교통편이 애매했다. 둘이서 가는 거라면 뭐 대충 기차 타고 고생해도 되겠지만 부모님이 함께 하시는 일정이라서 조금 더 편했으면 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던 차에, 인터넷에 보스턴에서 출발하는 개별 당일투어가 있는 것을 보고, 금액도 뭐 너무 심하게 비싸지 않아서 덜컥 예약했다. 집결지가 이상하게 보스턴 다운타운에 있는 "차이나타운"이라는 점이 조금 걸렸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곳이 교통이 좋은가보다 했다.

아침에 숙소에서 천천히 걸어서 집결지로 이동했는데, 동네가 너무 허름하고, 투어 가이드도 아직 보이지 않고, 웬 중국인 가족만 한 팀 멀뚱히 서있었다. 뭔가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왔지만 방법이 없었다. 한참 후, 중국인 한 명이 다가오더니, 중국말로 뭐라 하더니, 내가 못 알아먹는 것을 보고는 "미스터 황?" 한다. 아뿔싸! 이 투어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국 관광객을 위한 투어였나..? 그러더니 봉고차에 타란다. 온갖 생각이 들면서 공포감이 엄습했지만, 그래도 어디 팔려갈 거 같지는 않고 하루 일정을 열심히(정말 열심히) 영어로 설명해주는 그 사람을 따라 차에 탔다...

우리는 잠시 후 어느 골목에서(덜덜..) 조금 더 투어 버스처럼 생긴 좋은 차로 갈아타고(여기서 약간 안심..) 중국인이 운영하는 마트에 들러서 먹거리를 좀 구매한 다음에, 본격적인 투어를 떠났다. 일행이라고는 우리 가족과 그 중국인 가족 뿐이었다. 나름 소수 정예라는 점은 좋은데, 투어의 퀄리티가 심히 우려되었다. ("디스 이스.. 베리 리치 하우스..." 수준의 안내...ㅠㅠ ) 게다가 그 중국인 가족도 우리가 외국인이라서 은근히 불편한 듯, 자기들끼리도 대화가 거의 없었다. "조용한 중국인 가족과 함께 떠나는 미국 동부해안, 플리머스 투어~!!" 이게 뭔가 싶었다. ^^;;;

첫 번째 도착한 곳은 "어느 부잣집"이라고 했다. -_-;; 나중에 알고보니 "The Breakers"라는 아주 유명한 곳이었다. 미국의 화려한 호황기에 해운업과 철도 산업으로 돈을 엄청나게 벌었던 '밴더빌트'의 여름별장이다. "부자"에 대해 언급하는 다큐나 자료화면에 막 나오는 그런 곳이다.
하여튼 어마어마하게 화려했다. 유럽의 웬만한 궁전을 그냥 옮겨놓은 듯했다. 밴더빌트 사망 당시 재산이 당시 미국 GDP의 1.5%였다고 하니;;;
테라스에 나갔다가 저절로 탄성이 질러졌다.
그렇지, 베란다 경치가 이 정도는 되어야... 쿨럭...
울 어머니가 감탄하셨던 주방. 그치, 적어도 주방이 이 정도는 되어야 요리도 좀 해볼 맛이 나고, 라면도 두 개씩 한꺼번에 끓이고 그러지...
정원에 나가보았다.
아. 이렇게 생긴 집이구나...
드넓은 잔디밭을 다 가진 기분을 내봤다. ㅋ

 

점심을 먹고 이동한 곳은 "플리머스 플랜테이션"이라는 곳이다. 플리머스에 초기 정착했던 실제 지역은 도시화가 되어있으므로, 그곳에서 약간 떨어진 해변에, 당시의 개척지 마을을 복원해 놓았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민속촌' 개념이다.

이곳에도 역할극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꼬마 아이들이 인디언(역할극을 하는 배우)에게 이것 저것 질문하면 대답해준다.
인디언 마을을 지나서, 요새가 보이는 쪽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17세기란다. ^^
대포도 있고..
메인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양쪽에 만들어진 해안 마을이다.
집안 내부 디테일까지 꼼꼼하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자기들끼리 17세기 당시의 삶을 연극으로 하고 있다. ㄷㄷㄷ
텃밭에 뭘 심고... 집안에 닭도 돌아다닌다. 

 

열심히 나무를 하는 아저씨도 있고... 관광객이 뭘 물어보면 대답도 해주고...
벽에 바르는 콘크리트(?)를 어떻게 제작하는지, 담장과 축사는 어떻게 짓는지도 알려준다.
이 아저씨는 여우를 많이 잡았다고 ... ㅎㅎㅎ

 

플랜테이션을 나와서 물레방앗간(?) 쪽으로 이동했다.

The Plimoth Grist Mill
여기서도 설명을... 미국은 어딜 가나 이렇다. ^^;;
물이 아주 콸콸 흘러서 방아를 돌리기에 충분할 듯했다.
근처에 있는 두 집은 플리머스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가옥이라고 한다.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나가다가 아기의 생일축하파티를 하고 있는 가족을 보았다. ^^
물레방앗간에서 흘러나온 물이 흐르는 개천을 따라 해변까지 걸어갔다. 필그림 메모리얼 주립공원(Pilgrim Memorial State Park)
초기 정착민들이 이곳에 내린 것을 기념하는 공원이다.

 

 

필그림 메모리얼 주립공원 · 79 Water St, Plymouth, MA 02360 미국

★★★★★ · 주립공원

www.google.co.kr

1620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바위(Plymouth Rock)
선착장에는 원래 메이플라워호가 정박해 있어야 하는데, 이때는 수리를 하러 가서 볼 수 없었다. 사진으로 만족...

 

투어를 마치고 보스턴으로 돌아왔다. 차이나타운에서 내려서 숙소까지 슬슬 걷기로 했다. 당황스러운 출발이었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플리머스+a를 다녀올 수 있었다. 나중에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미국 동부를 다시 보고 싶은데, 그때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등을, 그때는 꼭 "렌터카"로 자유롭게 돌아보며 오늘의 부족함을 채워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