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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음식 중에 한식이랑 비슷한 '아란치노'라는 놈이 있다. 겉은 고로케 같은데 속은 밥알 같은 것이 양념과 함께 들어있어서 아침 식사로 먹었더니 든든했다. 

이것과 함께 꼭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 '봄볼로네'인데 이걸 찾기가 은근히 쉽지 않았다. 알베르토가 꼭 먹어보라고 추천하는 바람에...

내가 가게마다 봄볼로네를 찾으면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다 떨어졌다'고 표현하는 걸 보면 흔한 음식인 거 같긴 한데...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내가 갑자기 뭔 삘을 받았는지 길가에 있는 가게로 성큼 들어가서는 봄볼로네를 찾았고, 직원은 아주 친절한 얼굴로 '하나 남았다'고! ㅎㅎㅎ 

기적적인 순간!

덕분에 바로 결제하고 가까운 광장으로 갔는데 그곳에 익숙한 '쉐이크 까페'가 있고 거기서도 봄볼로네를 팔았다. 하루 종일 못 찾다가 갑자기 엉겁결에 두 개를 구한 우리는 맛을 비교해봤는데 그 길가의 까페에서 산 더 저렴한 봄볼로네가 훨씬 맛있었다. 

커피는 쉐이크 까페에서, 봄볼로네는 동네 까페에서 ㅎㅎㅎ
이탈리아 시내에서 길을 걷다 보면 이런 걸 파는 가게들이 꽤 많다. 그 중에 봄볼로네가 한두 개 씩은 남아있을 것이다. ^^

가게 위치를 구글맵에서 기어코 찾아서 링크 해둔다. ㅎㅎㅎ https://goo.gl/maps/1Hta6EonHbWUax4n7

 

Strangers Bar · Via Nazionale, 75/R, 50123 Firenze FI, 이탈리아

★★★★★ · 비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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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당 세 곳을 하루에 도는 날이다.

1.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성당

제일 먼저 간 곳은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성당 앞 광장이다. 아침에 이곳을 온 이유는 (아란치노 가게 옆이기도 하고 ㅎㅎ) 내부에 있는 프레스코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아래 사진에서 정면은 부르넬레스키가 설계한 '최초의 르네상스 양식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유럽 최초의 보육원'이고, 그 왼쪽이 성당 앞 전실(?)이다. 정면 건물은 꼭대기 까페에서 두오모를 바라보는 뷰가 좋다고 해서 관광객이 많이 가지만, 왼쪽 성당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흔히 보는 성당과는 입구부터 다른데, 보통 으리으리한 파사드가 먼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앞쪽에 전실처럼 된 공간이 있다. 이곳은 일종의 중세 병원 역할로,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불치병/난치병 환자들을 보살피는 장소였다. 이곳에서 그와 관련된 (각종 치유, 기적 등)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다. 

성당 안에서는 마침 미사 중이라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입구에서 줌으로 살짝 찍었.. 

 

중세 교회는 어쩌면 아픈 사람들에게 유일한 안식처와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 역할마저 잃어버렸던 시절에는 세상의 냉정한 외면을 받았었고... 나는 개신교인으로서 구교의 단점과 불합리를 늘 지적하곤 하지만, 중세 교회가 추구했고 또 실천함으로써 인정받으려 했던 그 가치는 세상 앞에 명확했다. 그것을 일반은총의 영역에서 온전히 다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세 / 르네상스 시대를 추적하는 여행의 과정 속에서 전적 타락과, 은혜와, 인간의 본성과, 선행과, 진실과, 거짓과, 일반은총의 가치와 한계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하게 된다.


레푸블리카 광장은 시가 행진이 진행 중이었다. 행진이 끝나고 회전목마와 거리공연이 흥겹다. 이번 피렌체 여행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을 여기서 본 듯하다. 나는 키가 작아서 이런 곳에서는 늘 밟혀 죽지 않기 위해 몸조심을 하는 편이다. 축제가 한창인 광장은 볼거리도 많고 사람을 들뜨게 했지만, 우리는 꾹 참고 뒷골목으로 빠른 도피를......


점심을 먹으러 찾아간 피렌체 중앙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거기서 눈이 밥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비싼 돈 주고 칼로리만 채워야 했고 심지어 여기에도 봄볼로네는 없어서 잠깐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조금 걷다보니 다행히 아까 그 까페에서 봄볼로네를 득템하고 급 기분이 좋아졌다. ^^


2.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이곳은 그 기하학적인 파사드의 무늬로 유명한 - 그러나 피렌체 기차역 바로 앞에 있어서 더 유명한 -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이다. 저 파사드의 널리 알려진 균형미는... 그러나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정말 정말 감탄스러웠다. 

와.. 저런 거 하나 미니어쳐로 방에다 두고 싶다. ㅋㅋㅋ

가만히 보고 있자니 뭔가 동양적인 느낌도 나고.. 종교 통합의 분위기조차 느껴진다.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라는,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 + 인문주의자, 미술가, 조각가, 시인, 성직자, 언어학자, 암호학자....;;;)에 의한 디자인이다. 이 사람도 보통 인간은 아니어서, 이번 여행에서 자꾸 마주치는 브루넬레스키와 쌍벽을 이루는 르네상스 양식 건축가라고 한다. 성당은 도미니코 수도회 소유이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봄볼로네를 먹느라 정신이 팔려서.......

관련하여 도움이 될만한 글이 눈에 띄어 소개한다. [이탈리아 여행] 알베르타와 마사초의 걸작을 만나는 곳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성당 | 꿈꾸는섬 (happist.com)

 

[이탈리아 여행] 알베르타와 마사초의 걸작을 만나는 곳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성당 | 꿈꾸

마케팅 경영 사례 연구 및 트렌드 탐구

happist.com


※ 중세 / 르네상스 취재를 겸하고 있어서, 모든 정보와 스토리를 다 공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


3. 산토 스피리토 성당

이번엔 트리니티 다리를 건너서, 내가 피렌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을 지닌 Santo Spirito 성당으로 간다.

트리니티 다리에서 베키오 다리 쪽을 보면 이런 멋진 모습이다. 날씨가 드라마틱해서 느낌이 더 살았다. 파아란 하늘만 있었으면 재미 없었을 것이다. 역시 요즘은 '클라우드'가 대세다. (응?)

길가 모퉁이에 있는 공공 수도시설. 스프론 분수라고 한다. 구글맵에서는 Fontana dello Sprone 라고 검색하면 뜬다.

이곳이 바로 산토 스피리토 성당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성령 교회당'이랄까. 파사드가 극도로 절제되어 있다. 현대적인 디자인 같기도 한데, 원래부터 이랬을 거 같지는 않고.. 아무튼 오히려 특이하다. (내부는 지짜 화려한 게 반전.) 여기는 아우구스틴 수도회의 성당이라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했지만 완공은 제자들이 했다고 한다. 이 성당의 건축과 관련하여 유익한 블로그 글 하나를 링크한다. Firenze-산토 스피리토 성당Santo Spirito / Filippo Brunelleschi(1435)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Firenze-산토 스피리토 성당Santo Spirito / Filippo Brunelleschi(1435)

아르노 강Arno에 세워진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 서쪽에 있는 산타 트리니타 다리Ponte S.T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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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내부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하지만 2유로를 내면 내부 정원 및 특별한 방(전시 공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시공간은 종교성이 강했고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야외 공간은 자유로웠다.

이 방은 나폴레옹이 침략했을 때 털릴까봐 수도사들이 문을 아예 벽처럼 막아버린 덕분에 온전히 보존되었다고 한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도 비일비재 했었는데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나폴레옹도 제국주의자였다. 근데 뭐 그렇게 따지면 피렌체도 다를 건 없지 않나? ㅎㅎㅎ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지금 기준으로 비교하고 평가하면 너무 많은 것이 애매해지니 그냥 넘어가기로 ㅎㅎㅎ

아무튼 며칠간 바글바글한 관광객 무리에 질렸다가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하고 아늑한 곳을 발견하니 기부니가 너무 좋았다. 단돈 2유로의 행복. 모든 관광객에게 추천한다.


이곳 광장에서는 젤라또도 사먹으며 한참을 쉬었다.

가까운 곳에 유명 젤라또 가게가 있다. 명성에 걸맞게 맛있고 깔끔하고 친절했다. 다만 그 맛이.. 좀 현대적인(?) 맛이긴 했다. '요즘 것'들이 만든 맛이랄까 ㅎㅎㅎ


아쉽지만 피렌체 일정을 다 마치고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피렌체는 나에게 애증의 도시로 남을 듯하다. 때를 잘못 만난 가난한 여행객에게 너무 피곤한 도시였다.

 비수기에 한번쯤 다시 와서 조용하게 둘러보고 싶다. 하지만 피렌체에 비수기란 것이 존재할까? 흑사병이 돌던 시기, 코로나로 봉쇄되던 시기 말고 말이다.

 

오늘 저녁은 수퍼에 들렀다가 숙소로 일찍 들어가서 먹기로 했다.
아래에, 어제 저녁에 불만족스럽게 먹었던 것을 기록용으로 남겨둔다. (눈에 보기는 좋으나 가심비가 최악..)

요즘 이탈리아 물가... 그리고 환율 땜에... + 관광지 바가지 요금까지 더해지면... 이렇게 한 끼 가볍게 먹더라도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야 한다.

그냥 수퍼에서 사다가 이렇게 먹는 것이 제일 가심비가 높다. ㅋ

이상으로 오늘 아란치노와 봄볼로네.. 아.. 아니... 세 성당에 대한 기록을 마친다.

이제, 부티가 철철 흐르는 피렌체를 떠나서... 다음 장소를 향해 출발한다.

 

다음 글 : [이탈리아 7편] 피사 & 친퀘테레(몬테로소알마레)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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