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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함부로 하다가 어쩌다 사진 한 장을 잘 못 봐가지고 확 꽂혀서 오게 된 "치비타 디 반뇨레죠". 인터넷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구글 맵(아래 화면)에서부터 장난 아닌 아우라가 느껴지는 이곳을 꼭 와보고 싶었다. 구글 맵에는 시비타(Civita)라고 뜨는데, 발음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보통은 치비타라고들 많이 한다. 치비타는 라틴어에서 파생되어 중세 이후  '도시'라는 뜻으로 쓰였고, 이탈리아어에서 "di"는 "~의"라는 뜻이므로, 치비타 디 반뇨레죠는 반뇨레죠에 있는 도시라는 말이 된다. 오늘날 관광객은 반뇨레죠 시내를 거쳐서 치비타 쪽으로 들어간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이 장소를 찍은 멋찐 사진들이 즐비하다. 나도 석양이나 일출 때 와서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는 있었지만 몸이 안 따라주... 그래서 그냥 B&B 조식 잘 먹고 아침에 갔다. 치비타 관광객은 위 화면의 맨 아래 P 표시 지점에 주차하면 된다. 주차 티켓을 대시보드에 올려놓고 문을 잘 잠그고 표지판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선 순간,

헉! 

노란 화살표 방향의 전망이 잠시 숨을 멋게 만든다.

왼쪽에 보이는 치비타...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이곳은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델이 됐다고들 하는 곳이다. 실제로 저 움푹 들어간 주변 지형에 새벽과 저녁에 안개가 끼면 마을 전체가 구름 위에 떠있는 느낌이 든다고....

요런 느낌??

원래 좀 더 큰 마을이었는데 주변 지형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사람들이 떠나가고 지금은 극소수 주민이 살고 있다고. 언젠가는 이 지형도 완전히 무너져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사연들이 이곳으로 관광객을 더 끌어들이는 매력 요소로 작용하는 듯하다.

입장료 1인당 5유로를 내고 저곳까지 가는 구름다리(?)를 건넜다. 입장 과정조차도 꽤 흥미롭다. 무슨 쥬라기공원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성처럼 생긴 마을 입구에 도착하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벽 위의 성 '미나스 티리스' 느낌도 사알짝 난다.

거의 다 무너진 성벽 사이로 난 좁은 성문을 통과해서 한 블록만 걸으면 이렇게 소박한 광장이 바로 보인다. 여기가 치비타의 중심이다. 아이폰12 mini의 초광각 안에 다 들어오는 좁은 마을...

이른 시간이라 관광객은 거의 없고, 사람 따위는 무서워하지 않는 이 지역 맹수들만 돌아다닌다. 포스가 장난 아니다.ㅋ

성당에 들어갔다.

뭔가 여기는... 찾아오는 관광객의 기대치 충족을 위해서 할 수 없이(?) 일부러 좀 잡다하게 꾸며놓은 느낌이다.

우리도 뭔가 기대를 갖고 한참을 둘러보고... 그냥 나왔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사실 치비타 성당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무하다.

 

* 참고로 이번 여행은 취재 여행을 겸했기 때문에, 모든 사진이나 정보, 스토리를 블로그에 다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

 

성당에서 공허함을 느끼고 나와서 뭐라도 붙잡으려고 매표소에서 나눠준 안내장을 살피고 계시는 아내. 그래도 아내가 영어를 좀 하고, 출국 직전에 이탈리아어 기초학원도 1달 속성으로 다닌 터라 여행 중에 요긴(?)했다. 1달 가지고 뭘 알겠냐 싶겠지만, 도로 표지판이나 톨게이트 통과할 때도 도움이 되고.. 최소한 식당에서 메뉴판 보는 데는 큰 도움이 됐다.

사진을 보니 추워 보인다. 여행 짐 꾸릴 때 가벼운 오리털 패딩을 각자 휴대하기로 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침이라 날이 아직 쌀쌀했다. 오후엔 금방 더워진다. 4월에 이탈리아 중북부는 일교차가 매우 크다.

마을은 그냥 겁나게 이쁘다. 주위의 특이한 지형도 이 마을을 돋보이게 하는 데 한 몫 하는 듯하다. 상쾌한 공기에 감탄하며 숨을 크게 쉬었다. 나는 마침 출국 직전에 안경 도수를 높이고 왔는데 평소에 흐릿하게 보이던 멀리까지 선명하게 잘 보이는 것이 너무나 감동이었다. 내가 모니터를 많이 봐서 안경 도수를 가까운 것에 맞춰놓고 살다가 오랜만에 이런 기쁨을 누렸다.

마을 구석구석 안 가본 골목 없이 다 돌아다녀도 1시간이면 끝난다. 중간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 무리가 슥 지나가셨는데 입장하고 둘러보고 다 나가실 때까지 30분 내로 끊으셨다(?). 그만큼 조그마한 마을이다.

우리도 오늘 갈 길이 멀어서 (토스카나 지방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하면서 구경하고 시에나를 거쳐 피렌체까지 가야 했다!) 오래 있지는 못했다. 다만 여기서 조금 이른 점심을 했으면 이후 컨디션이 좋았을텐데, 문을 연 식당도 딱히 없고 해서 그냥 나왔다가 결국 밥 때를 놓치는 바람에.. 여행 초반에 현지 적응을 빠르게 못 하면 종종 이런 문제가 생긴다.

돌아나오는 길이 왠지 모르게 섭섭하다. 지형 말고는 딱히 대단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의 마을이었다.


내가 운전하며 차를 달리는 중에 아내는 느려 터진 데이터로 절박하게 구글 검색을 계속했고, 결국 평점이 좋은 시골 식당 하나를 찾아냈다. 문을 여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동네 찐맛집이라는 삘이 확 느껴졌다. ㅎㅎㅎ 할아버지 주방장께서 무려 화덕에 고기와 피자를 굽고 계셨고, 손님들은 무슨 회식이라도 하는 듯이 떠들썩 분위기가 좋았다.

처음에 가격을 보고 약간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후 여행을 다니면서 미쳐버린 관광지 물가를 체험하며, 이 집이 엄청 저렴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ㅋ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주문을 해놓고 둘이서 식전 빵을 조금씩 뜯어먹고 있었더니 옆 자리 사람들이 안절부절 하더니만, 한 분이 주방까지 가서 올리브 오일을 주전자 째로 가져와서 "이렇게 한 번 먹어보지 않을래?"라고 권했다. 우리가 OK 했더니 올리브 오일을 빵에 듬뿍 부어준다. 다시 말하지만 직원이 아니라 옆 자리 손님이~ ㅎㅎ 나는 당연히 서빙하는 직원인 줄 알고 대충 대답했는데 아내가 겁나 리액션을 잘 해줘서 왜 저러나 싶었다. 알고보니 옆 자리에 웬 아시아인 둘이서 뭣도 모르고 앉아서 우리 자랑스러운 이탈리아 음식을 엉망으로 먹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그거그렇게하는거아닌데 삼겹살 집에 와서 쌈장도 안 바르고 진지한 표정으로 상추를 뜯어먹는 외국인을 본 우리네 심정이랄까. ㅋㅋㅋㅋㅋ

단순한 식재료의 조합으로 뜻밖의 맛을 내는 것이 이탈리아 음식의 매력인 듯하다. 구글맵 별점 오지게 주고 나왔다.^^

https://goo.gl/maps/rHkvsw8ZBk7mVazQA

 

Trattoria La Dogana · Via Cassia Fraz, 01020 Centeno VT, 이탈리아

★★★★★ · 남부 음식 전문 레스토랑

www.google.co.kr


토스카나 지방 특유의 경치를 구경하며 운전을 계속 했다. 정말 눈앞의 경치가 어디든 매력 터져서, 모든 장면을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매번 차를 세우기도 귀찮고, 차 안에서 찍는 사진이 나중에 봐서 좋았던 적은 거의 없다는 인생의 경험으로, 그냥 기억에만 담기로 했다.

그래도 몇 장 찍었다.

이곳은 구글맵에 아예 "사이프러스 길"이라고 뜨는 지점이다. 구글맵에 찍어놓고 일부러 지나가는 길에 들러서 인증샷을 남겼다. 마침 앞에 간발의 차로 먼저 도착한 커플이 배경에 매력포인트를 더해주었다. 

구글맵 링크는 요기 : https://goo.gl/maps/bECm4HD17BptjwZYA

 

사이프러스 가로수길 · SR2, 53023 Castiglione D'orcia SI, 이탈리아

★★★★★ · 명승지

www.google.com

 

그밖에도 멋진 풍경이 계속해서 운전을 방해했지만, 두어 번 실족했을 뿐 대부분 꿋꿋하게 버티면서 지나갔다. (응?)


1시간 정도 더 운전해서 시에나에 도착했다. 시에나는 메인 일정은 아니었고, 그냥 시간이 나면 들러보기로 했던 곳이다. 그런데 시간이 났다. ㅋㅋ 그래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다녀오려고 구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을 찍었다. 해당 주차장 위치를 링크로 남겨둔다. https://goo.gl/maps/UVzfFqqsg2rG1rpm8

 

Siena (Parking Santa Caterina) · Via Esterna di Fontebranda, 53100 Siena SI, 이탈리아

★★★★☆ ·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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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하고 걸어 올라가면 아래 사진과 같은 빨간 원 모양의 표지판이 보인다. 렌터카 관광객은 이탈리아 어디서나 저 표지판이 보이면 긴장해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지역 주민을 제외하고는 아예 차량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기면 금융 치료를 쎄게 맞는다. 아래 쪽에 여러 조건들이 적혀있긴 하지만 죄다 이탈리아어로만 되어 있어서 해석하기도 쉽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이렇게 구도심 외곽에 마련된 유료 주차장에 얌전히 돈을 내고 주차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정말 고맙게도 시에나는 주차장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도심 한 가운데로 직행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잘 마련되어 있다.

에스컬레이터로 올라오면 이 지점이다. 사진에는 안 담겼지만 오른 쪽에 표지판이 바로 보여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쉽다. 우리는 먼저 시에나 대성당 앞 두오모 광장으로 향했다.

크아..

흰 대리석에 검정 대리석을 교차 배치한 외관이 너무나 멋있었다. 내부도 그렇게 되어 있다. 이탈리아 도시들은 각자 자기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 이곳도 원래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성당을 계획했으나 로마 교황청(본사)에서 까불지 마라고 압력이 내려와서 원래 크기보다 훨씬 축소된 건축을 했다고 한다. ㅎㅎㅎ 그러니까 지금 보고 있는 파사드가 원래는 정문(?)이 아니라 서쪽 파사드에 해당하고, 압박이 없었다면 동남쪽으로 훨씬 더 큰 건물이 되었을 것이었다.

이걸 말로 하면 어렵고, 구글맵으로 설명하면 확실하다.

주황색 라인이 현재 성당 크기라면, 원래 건축 계획은 파란색 라인이다. 차량이 두 줄로 주차된 저 장소에 서서 건축과 관련된 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아내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아내는 그깟 정보 쯤은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왜 내부 입장을 안 하는지 불만인 눈치였다. 

지으려다 말아서 한쪽 벽만 남은 지점을 성문처럼 꾸며두었다. (왼쪽) 우리는 오늘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시에나에서 반드시 봐야 할 곳이 있었다. 대성당 내부 관람은 제끼고, 길을 재촉했다. 캄포 광장을 향하여 출발.

좁은 골목길을 5분쯤 걷다 보면 갑자기 엄청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꼭 큰 모니터에서 클릭해서 크게 보시길... 초광각으로도 담기지 않아서 할 수 없이 파노라마를 찍는 바람에 왜곡이 있다. 광장의 느낌을 사진으로는 살릴 수 없어서 안타깝다. 캄포 광장은 오른 쪽 푸블리코 궁전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약간 경사가 지도록 건설되었는데, 바닥의 벽돌(?) 무늬로 9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중세 시에나를 지배했던 아홉 가문의 대표들이 모인 공화정 의회의 권위를 상징하는 디자인이라고 한다. 슬슬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라 광장은 대부분 그림자가 졌는데, 사람들이 아직 햇살이 남은 부분에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재미있다.

광장의 설계에 감탄하며 구경하다 젤라또로 당 충전까지 마치니, 뭔가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ㅎㅎ 갑자기 기운이 펄펄 나서 광장 뒷쪽 골목길을 탐험했다. 특히, 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https://youtu.be/duWh1-M9Yf0)에서 본 지점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상인연합 건물(길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지금도 운영되는 은행)

역시 이곳도 수박 겉핥기로 보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루만에 너무 많은 것을 봤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많이 받는 나그네가 제 욕심껏 살 수는 없는 법... 예약된 피렌체 숙소(캠핑장)를 향해 두 시간을 더 달려야 한다.

 

시에나는 구석 구석 허름하긴 했지만 그래도 옛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가상했다. 나중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들러서 제대로 경험하고, 밥도 먹고, 까페에 앉아서 카페인도 섭취하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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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4편] 피렌체(1) - 베키오 다리, 시뇨리아 광장, 대성당 구역, 메디치 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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