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더 맑은 날씨. 왠지 찬란한 하루가 될 듯한 밝은 느낌에 아침부터 가슴이 설랬다.
우리 부부는 가장 먼저, 간밤에 점찍어둔 베네치아의 '게토' 지역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베네치아에도 유대인 집단 거주지역인 게토 지구가 있다. 처음부터 강제로 격리된 구역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금방 "베니스의 상인"이 연상되었다.
베네치아가 여러 개의 섬으로 되어 있고 운하와 다리로 연결된 도시인데 그 중에 한 섬을 중심으로 주위에 게토가 형성되었다. 2차 대전 때는 격리되기도 했고, 이 지역 주민들이 끌려가서 처형되기도 했다.ㅠㅠ 지금도 이곳은 유대인들의 실제 거주지역이기도 하면서, 과거의 흔적들을 보존하고 기념하는 곳이기도 하다. (너무 디테일한 사진은 올리지 않기로 한다.)
자율 책방 혹은 작은 도서관. 뭔가 마음이 찡하다.
이곳도 수시로 보수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게토 지구 외에도 사실 베네치아 골목 골목마다 사연들이 참 많다. 다리 이름마다 심상치 않은 역사가 담겨있고, 기록물도 많다.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골목과 운하와 다리를 비록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치지만, 마음 속으로부터는 그 묵직한 시간의 중첩에 리스펙을 보낸다.
게토에서 나와서 멋진 북까페에서 커피 한 잔을 했다.
* 이곳은 구글맵 분류에 술집이라고 뜨지만, 커피, 식당, 아동용 서점 등을 겸하는 곳이다. 평화로운 공간에서 커피와 함께 쉬는 그 순간이 참 좋았어서 링크를 공유한다. https://goo.gl/maps/SFMhr2xP2a7owx4t9
베네치아는 사진 찍기 참 좋~은 도시다. ㅎㅎㅎ
오늘은 수상버스 2번을 타고 한 바퀴 돌았다. 이 노선은 관광객을 위한 코스라고 할만큼 베네치아의 핵심 지역을 콕콕 찍으면서 한바퀴 순환하는 아주 고마운 노선이다. 75분 이용할 수 있는 1회권을 쓰면 정확히 75분만에 원래 탔던 곳까지 돌아온다. 물론 그 전에라도 원하는 정류소에서 내릴 수 있고.
수상버스를 타고 즐기는 베네치아 풍경은 정말 최고였다.
건너편 섬에도 들른다. 관광객들은 보통 여기서 내려서 잠시 둘러보고, 다음에 오는 수상버스에 탑승한다.
걷다 보면 다리가 너무 아프지만 수상버스는 편안히 앉아서 도시 전체를 관망할 수 있다.
수상버스 팁 : 수상버스 앞쪽은 전망이 더 좋긴 하지만 매 정류소마다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아서 번잡하지다. 실내 좌석은 조용하고 편안하긴 하지만 답답하다. 뒷쪽에 오픈된 좌석은 비교적 고요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옆 자리에 누가 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ㅎㅎㅎ
대운하 쪽으로 들어왔다.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우리를 구경하고 우리는 그들을 구경한다. ㅎㅎㅎ
리알토 다리 아래로 지나가는 순간.
다른 수상버스와 곤돌라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는 산마르코 광장에서 탑승해서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고, 아카데미아 다리에서 내렸다.
저 멀리, 엊그제 갔던 돌로미티의 봉우리들이 보인다. 직접 보면 은근히 신비롭다. ^^
점심 무렵에 베네치아에 들어와서 석양 무렵에 나간다.
맑은 날의 베네치아는 흐린 날보다 훨씬 에너지가 충만한 그런 곳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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