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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메이커/2017 아랍에미리트 모로코 스페인

[스페인] 그라나다 - 알함브라 궁전과 레콩키스타

스페인에서는 매일 최소 5시간, 최대 10시간이나(ㅎㄷㄷ)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중세교회사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들을 경험하고 사진도 찍었다. 첫 순서는 알함브라 궁전(La Alhambra).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음악과 기타 선율 때문에 그 이름은 유명하지만, 정작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깐, 토막상식으로 썰을 풀어보자.

바로 앞의 글 말미에서 언급만 하고 넘어갔는데, 이곳은 스페인 '레콩키스타(Reconquista)'에 대항한 마지막 저항도시였다. 유럽에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있는 지역을 '이베리아 반도'라고 부르는데, 이 지역은 로마제국 이후로 게르만족의  일원이었던 반달족에의해 서고트 왕국이 차지했다가, 이슬람 세력에 의해 점령된, 그러다가 다시 카톨릭 세력에 의해 이슬람 세력이 차차 물러갔던, 나름 기구했던 땅이다. 즉, 로마 >> 게르만 >> 무어인 >> 가톨릭 왕국 순서로 주인이 바뀐다. 여기서 마지막 단계, 즉, 무어인들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다시 모로코 쪽으로 몰아냈던 일련의 과정들을 레콩키스타라고 한다. 굳이 보케블러리까지 안 하더라도, 레콩키스타(Reconquista)는 영어 단어 Reconquest와 같은 것임을 눈치챌 수 있다.

(※ 개인적으로 '레콩키스타'나 '무어인'과 같은 신민주의(新民主義)적이거나 차별적인 용어 사용이 별로 내키진 않지만, 설명을 위해 부득불 쓰고 있음을 밝힌다.)

자, 그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남았던 무어인들의 왕국이 바로 그라나다였고, 로마의 팔라티노 언덕처럼 그라나다의 정치, 종교, 문화 중심지였던 알함브라 궁전 지구는 '그 최후'의 역사 현장이자, 그 자체로 증거품이다. 세련된 이슬람 문화의 정점이 이 궁전 건축물에 스며있는데, 레콩키스타 이후 가톨릭 문화가 문자 그대로 '덧칠'되면서 독특한 복합(?) 문화를 인류사에 남겨둔 셈이 됐다. 이후 수백년간 처참한 훼손이 있었지만, 그 소중함을 인식한 자들의 치열한 노력 끝에 복원을 거쳐, 인류 문화 유산으로 남겨질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이 바로 그 결실이고...

즉, 이 궁전을 볼 때 이런 배경을 모르고 보면.. 그냥 경치 좋은 산 위에 있는 '예쁜 팬션' 구경하듯 보게 된다. 궁전 치고는 규모가 작고, 요새라고 보기엔 너무 예쁘고... 이슬람 문명인지 가톨릭 문명인지, 대체 어느 시대에 왜 건설된 것인지 감도 오질 않는, 혼란스럽고 특이한 짬뽕처럼 보일 수 있다. 마치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처럼 말이다.

사실 그렇다. 얘는 특이한 짬뽕이 맞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공부 많이 했으니까... 사진이나 보자. ^^*

궁전 내 일부 지역은 하루에 정해진 인원만 입장할 수 있다. 티켓 살 때 확인.
사진 찍는데 자꾸 들어와서 초점 나간 저 분은 누구신가. (미안해 여보ㅠㅠ)
겹겹이 쌓인 서로 다른 문명의 흔적들... ㅠㅠ (근데, 이거 손 대면 안 된다. 주의하자.)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었는데, 사진 찍기에 '빛'이 너무 좋았다. 
싱그러운 숲길을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짧지만 행복한 순간이었다.
요새 쪽으로 올라갔다. 알카사바(Alcazaba).
벨라의 탑(Torre de la Vela)에 올랐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중간계 '리븐델'이 실제했구나  싶을 정도로 진한 감동을 받았다... ㅠㅠ
아, 정말 멋졌다. 날씨도 도와줬다. 클릭해서 확대해보시기 바란다.
탑에서 내려다 본 그라나다 구도심. 중앙에 그라나다 대성당이 보인다.

 


 

알함브라에서 스페인 첫 일정을 보내며, 하루 종일 레콩키스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바로 전날까지 모로코에 있다가 와서 그랬을까??

이베리아 반도에서 축출당한 그들은 모로코와 알제리 등 아프리카 북부 지역으로 영향력이 축소되었고, 이후 대항해 시대를 이루며, 유럽은 이슬람 문명을 산술적으로 넘어서기 시작한다. 동쪽에서 십자군 전쟁으로 내내 이루지 못했던 일을 서쪽 이베리아 반도를 획득함으로써 얻어낸 셈이랄까. 특히 스페인은,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어마어마한 대제국을 이룬다. 반면 모로코는 바로 그 스페인의 식민지 생활을 해야 했다.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풍요로운 스페인 땅에 발을 딛고, 황량한 건너편 아프리카 땅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이, 이날 알함브라에서 증폭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