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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다시 금문교를 넘어서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들어간 날이다. 엊그제는 시내에 주차하고 뚜벅이 여행을 했다면, 오늘은 렌터카를 최대한 활용해서, 샌프란시스코의 더욱 넓은 지역을 둘러본다. ^^ 가야 할 곳을 시간 순서로 리스트업 하면 아래와 같다. 

 아침 : 골든게이트 파크 內 보타니컬 가든
▲ 오전 : 골든게이트 파크 內 드 영 뮤지엄
▲ 정오 : 오션 비치 (점심 식사 후 산책)

▲ 오후 : 페인티드 레이디스 & Ms. 다웃파이어 아파트먼트
▲ 저녁 : 예술궁전

여행자를 위한 팁: 왜 이런 순서로 동선을 짜는가?

어느 여행지에서든 대체로 통용되는 <원리>가 있다. 수많은 경험으로 알아낸 엄청난 팁인데, 블로그 방문자들께 전격 공개한다. 위 일정을 기준으로 설명은 하지만, 원리가 담겨있으니 잘 추출하시기를. ^^*


1. 식물원은 싱그러운 아침에 가야 제맛이다. 수많은 식물들이 수많은 언어로 말을 걸어올 것이다. 땡볕에 식물원은 고행. 식물들도 한 낮에는 광합성에 몰두하느라 바쁘다. 게다가 대부분의 식물원은 이른 오후에 문을 닫는다.

2. 오전에 한산할 때는 박물관이 좋다. 보통 오전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보니, 관광지에 가봤자 스산하고 뻘줌하다. 가게들은 아직 문을 안 열어서 거리 분위기도 썰렁하다. 그래서 오전에는 주로 타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으로 쓰거나, 박물관, 미술관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대체로 10시~12시를 박물관 관람 또는 기차 이동 스케줄로 잡아두면 딱이다. 주말은 예외. 주말에 박물관은 미어터진다. 현지인들을 위해 양보하자.

3. 해변은 언제 가도 좋으므로,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고, 남은 시간대에 들르는 것으로 하자. 주로 점심식사 후 커피 한 잔 할 때 해변 근처의 찻집이 좋다. 멍때리고 바라보고 있기에 해변만큼 좋은 곳이 있을까. 혹은 하루 일정 마치고 밤바다에 나가보는 것도 좋다.

4. 오후에 사람들이 슬슬 움직일 때 주요 관광지로 향하자. 관광지는 사람이 너무 많아도 싫지만 너무 없어도 문제다. 적당히 사람들이 돌아다닐 때 함께 그 분위기를 경험하고(3~5시가 피크), 저녁식사 전에 빠져주자.

5. 저녁식사 및 야경은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주로 호숫가 까페나 스카이라운지 등 전망 좋은 곳으로 이동하자. 혹은, 공연을 보자. 해당 지역에 유명한 뮤지컬이나 음악회를 예매해두면 여행의 매력이 갑절이 된다. 또는 식사 후 일찍 숙소에 들어와 쉬는 것도 매우 좋은 일정이다. 하루를 무조건 꽉꽉 채워서 아침부터 밤까지 다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전체 여행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자, 이 원리에 따라 위 일정을 다시 보자. 원리에 딱 맞는 환상의 코스다. ㅎㅎㅎ

보타니컬 가든(식물원)이다. 거대한 도심 공원 "골든게이트 파크"의 중심부에 있다. 입장료가 있다. 이곳이 얼마나 좋으면, 이미 훌륭한 골든게이트 파크 안에 들어와서 거기서 또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가겠는가! 확실히 좋다. 단, 식물에 아무런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약간 비싼 감이 있다. 하지만 이곳이 어딘가. 샌프란시스코다. 샌프 물가 감안하고 판단하자.
우리가 갔을 때는 식물이들이 약간 가물었다. 
그래도 여기저기 워낙 잘 꾸며놔서...
식물원 내에 마련된 "고대 식물 가든"이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식물원 컨셉이니 눈여겨 보자.
공룡 발자국을 찍어놨다. ㅎㅎㅎ
이곳을 꾸미는 데 공을 세운 사람들. 도심 공원을 만들어 가는 일은 공공의 예산이 들고, 시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해진 땅을 어디에 쓸 것이냐, 이는 결국 그 사회가 바라보는 지향점과 품고 있는 가치관의 문제이자, 더 나아가 이를 실행하는 정부관료들과 여론단체의 이타성 및 도덕성과도 관련된 문제이다.

 

이제 그  유명한 "드 영 뮤지엄"으로 갔다. 입구에서부터 깜놀했다. 미국 사회에서 무슬림을 주제로, 그것도 도시의 간판적인 박물관에서 대놓고 공공 전시가 열리다니. 이것이 다름 아닌 '샌프란시스코'의 힘이다.
넓고 여유로운 공간이 사람에게 넉넉한 안정감을 준다. 조잘거리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심리적 공간이 충분히 확보된다.
화장실 가는 길이 이렇게 예쁜 박물관은 유럽에서도 못 봤다.
전용 엘베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왔다. 360도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다가, 이곳은 이미 탁 트인 골든게이트 파크 한 가운데다. 그래서 전망이 쥭일 수밖에 없다..... 이런 건축 아이디어는 어디서 배운거니.....
언덕 위 계획도시 샌프란시스코의 격자무늬 시가지 구획이 아주 잘 드러난 전망 사진이다.
드 영 뮤지엄. 전시물 자체도 그렇지만, 전시 기법의 수준이 높다!! 

 

점심을 먹고, 그 격자무늬 시가지를 통과해서 해변으로 향한다. 여기서 잠깐, 깨알 팁을 또 드리자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서간 이동은 골든게이트 파크 내에 시원하게 뻗어있는 도로(드라이브)를 이용하자. 시가지 운전을 택할 경우, 사거리마다 STOP 사인이 있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미국은 STOP 사인에서 무조건 멈춰서서 3초를 세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
'드넓은' 오션 비치에 도착했다. 정말 광활한 해변이다.
끝이 안 보이는 해변 !!!
저기에 끝이 보이기는 하는데 ㅎㅎㅎ 아무튼 크고 넓다!!!
이것이 태평양이다. 가슴 속이 시원하게 뚤리는 기분이었다. 밀려오는 파도 역시 '파워'가 달랐다.ㅎㅎㅎ

 

다시 골든게이트 파크를 통과해서, "페인티드 레이디스"를 만났다. 바로 앞은 주차 경쟁이 치열하니, 공원 반대편 노견에 주차하면 편하다.
"알라모 스퀘어"라는 공원이다.
샌프란시스코는 1906년 대지진과 화재로 도시 거의 전체를 재건해야 했던 아픔이 있다. 그 시절에 다시 지어진 건물들은 당시 유행하던 복고풍 건축양식인 "빅토리아 양식"을 따랐는데, 그래서 사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상당 수의 건물들이 죄다 이런 양식으로 되어있다. "페인티드 레이디스"는 그 중에서도 수준이 높고 잘 보존된 고급 주택들이다.
이곳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배경이다. 주소는 2640 Steiner Street.
집 앞 경사를 보면 샌프란시스코가 어떤 동네인지, 왜 케이블카가 필요한지 잘 알 수 있다. ㅎㅎㅎ 영화 초반부에서도 아이들이 이 경사로를 힘겹게 올라오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타이밍에, 예술궁전에 도착했다. 예술궁전 역시 게임 '심시티'에 나오는 랜드마크 건물이다. 정식 명칭은 Plalace of fine arts 이다.
영화 "더 록"에서 주인공 숀 코너리가 딸을 만났던 장소이다. "아빠 또 사고쳤어요??"
건물 뿐만 아니라, 함께 붙어있는 호수같은 연못까지도 예술궁전에 속한다.
예술적인 하루가 끝나간다. ^^

 

저녁은 일찌감치 장을 봐서 편안하게 집에서 먹었다. 마트에서 흩어져서 각자 먹고싶은 것을 고르기로 했는데, 아버지는 매우 만족스러운 빵을 하나 득템하셨다. ㅎㅎㅎ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

매력적인 도시, 살고 싶은 도시,
뭘 해놔도 멋이 있고, 뭔가 깊은 의미가 담겨있을 듯한 도시...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또한 존중받고 배려받기를 원하는 도시...
* 미국의 초대 황제 노턴 1세가 살았었고,그가 살아있는 동안 그에게 충분히 경의를 표했던 도시...
또한 그의 명령에 따라 다리를 건설했던 도시.......... (링크)

그것 역시,
오직 샌프란시스코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