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했고, 자라면서도 주로 IT 영역과 밀접하게 관련된 일을 했던 나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막연한 선망 같은 것이 있었다. 그들의 선택과 판단, 도전과 성과들이 대단해 보였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IBM, HP, Intel 등의 전통적인(?) 하드웨어 업체들이, 대학 시절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Adobe 등의 업체들이 대단해 보였으며, 요즘은 다들 아시다시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등이 뜨는 중이다. 그리고 여기 언급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죄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근방에 있다. ㄷㄷㄷ 이 동네 지형이 밸리 지역이고, 반도체 산업을 실리콘 산업이라고 부르는 까닭에, 이 동네를 오래 전부터 실리콘밸리라고 부르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 이곳은 유명한 IT기업 SUN(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사옥이었다. 그런데 SUN이 오라틀에 합병된 뒤, 이곳 사옥을 페이스북이 샀고, 간판을 그대로 뒤집고 포장(?)을 씌워서 좋아요 사인을 붙인 것이다. 이걸 좋게 보면 재치가 있는 것인데, 좀 삐딱하게 보면 SUN에 대한 모욕일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우리가 왕년에 잘 나가던 너네를 재꼈다, 너네 건물을 사버렸다, 약간 이런 느낌...??
사실 페이스북에 대한 인상이 괜찮았고, 나도 지난 9년간 페이스북을 가열차게 하면서 인생의 많은 재미를 느꼈지만, 페이스북 본사 방문 경험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저 간판의 함의도 그렇고... 다만, 페이스북이 길 건너편에 대규모 신사옥 단지를 건설중이라 정신이 없던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이해를 해주기로 했다. ㅎㅎㅎ
이제 구글로 이동했다. 구글은 내 어릴 때 친구가 다니고 있어서, 구글캠퍼스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이 친구는 원래 삼성전자에 다녔는데, 나이가 좀 들었다고 일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 고민 끝에 이직을 결심한 것이다. (미국 쪽에서는 여러 글로벌 업체가 두 팔 벌려 환영할만큼 유능한 인물인데, 삼성에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람을 놓쳤으니.. 안타깝다.)
※ 이곳에 오기 위해 17번 도로를 탔는데, 이게 상당히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나도 운전을 꽤 잘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미국 사람들 운전 정말 잘한다. 다들 크루즈를 걸어놓고 다니는 것이 일상인지, 산길에서 커브마다 속도도 줄이지 않고 잘도 다닌다. 나는 막 무서워서 속도를 줄였다 높였다 난리를 쳤는데 말이다. 감탄... 내가 도로 위의 방해물이 된 기분을, 초보 때 이후로 20년만에 처음 느꼈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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