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에서 며칠이 지났다. 강의를 다 마치고 마지막 돌아가는 날, 섭외자께서 우리 가족의 하루 안내자가 되어주시기로 했다. 운전까지... 우린 "너무" 감사해서 몇 번을 사양했으나, 기어이 덕을 베푸셨다. 우리는 저녁 비행기 시간이 되기 전까지, 라구나비치, 발보아 섬, 산페드로 등 주로 LA 남쪽 해안지역을 "아주 편하게" 돌아봤다. 원래 계획에도 있었으나 내가 강의 중일 때 가족들만 움직이기엔 교통이 애매해서 포기한 곳인데 마지막 날 이렇게 커버가 됐다. ^^
사실 엘레이에서 급하게 숙소를 구했던 그 악몽의 순간에, 워낙 경황이 없어서 자동 주차장 출입문에 렌터카 범퍼가 접히고 찌그러지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렌터카 반납할 때 걱정을 했는데, 미국은 그 정도는 신경도 안 쓰고 쿨하게 반납해준다. 여러 가지로 미국 서부 여행에서 나는 이런 "쿨함"을 자주 경험했다. 가진 자의 여유라고 봐야 할까? 너무 까다롭게 굴지 않고, 넉넉하게 넘어가는 이 동네 사람들의 정서가 부럽다.
샌프란시스코부터 시작된 이번 여행을 마치고 드는 마음은 "여한이 없다" 였다. 여행은 피곤하고 돈을 쓰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다. 하지만 여행 덕분에 한 사람의 인생이 그만큼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지며... 쉽게 말해서 한 인간의 세계가 넓게 확장되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 처하여 단합하게 되는 과정도 귀하다.
여행을 마친 뒤 내가 맨 처음 하는 일은, 다음에 또 가보고 싶은 장소를 구글맵에 꾹꾹 눌러 표시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