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한 달 살기 기록을 시작하며...
어렸을 땐 그냥 막연히 '부루마블'에서 봤던 '리스본'이 있는 나라...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나중에 '대항해시대' 및 '레콩키스타'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포르투갈은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역사의 현장으로서는 이스탄불, 에페소, 카디스, 라로셀, 카사블랑카,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제노바, 베네치아, 마르세유 등등 수많은 동네들이 더 있다보니, 포르투갈은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결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봄에 이탈리아 다녀오면서 유럽 물가에 충격을 너무 받은 바람에.. 가을 여행지는 다 필요 없고 무조건 저렴한 곳으로 찾았... 중세 르네상스 취재 여정 가운데 비용대비 효과로 최적인 곳이 바로 포르투갈이었음을, 나는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래, 어차피 가야할 곳이라면, 포르투갈이 세속에 더 물들기 전에 다녀오자!!
즉시 비행기를 질렀다. 겨울은 포르투갈의 우기(雨期)여서 날씨가 좀 거시기 할 거라는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강행했더니, 생각보다 비행기도 안 비쌌고, 무엇보다 12월 비수기는 숙소와 물가가 엄청나게 저렴했다. 게다가 지금 생각하니 잘 한 결정이었던 것이... 포르투갈도 드디어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 ㅎㅎㅎ 미리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
포르투갈은 세계지도에서 보면 스페인의 서해안 방파제 같은(?) 느낌이다. 크기는 남한과 비슷한데 남북으로 더 길고 동서로 더 좁다. 동쪽은 산지여서 주로 서쪽에, 그 중에서도 수도 리스보아(리스본이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포르투갈어로는 리스보아이다.)와 북쪽에 있는 포르투에, 대부분의 인구가 산다. 이번 여행도 엄청 고민을 하다가 결국 리스보아, 포르투, 이렇게 두 도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 사실 포르투갈은 여행지로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여서 여행 인프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덜 갖춰져 있고, 이렇다할 관광지도 많이 없다. 흔히 유럽에서 기대하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고, 누구나 사진만 봐도 알만큼 유명한, 뭔가 랜드마크스러운(?) 것이 딱히 없다.
결정적으로 이 나라가 독재 시절을 오래 지나오는 과정에서 나쁜 놈들이 우민화 정책을 폈었는데, 그렇다보니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 교육 쪽으로 투자가 많이 열악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박물관이 없다. 물론 최근에 막 생겨나고 있기는 한데 여러가지 경제 문제로 인해서 역부족인 듯 보인다. (그래도... 이번 여행기에서 그나마 괜찮은 박물관을 몇 개 소개하려 한다.)
이번에 우리 부부의 포르투갈 한 달 살기는, 정확히는 리스보아에서 1주간, 포르투에서 3주간을 지냈다. 보통 여행자들이 리스보아 3일, 포르투 2일 정도로 할당하는 것에 비하면 5~6배나 더 긴 시간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뭘 하나?? 스스로 의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녀와서 더욱 느끼지만, 포르투갈은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지는... 이어지는 글에서 여행 중에 찍은 사진과 함께 차근차근 코멘트를 해보려 한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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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다음은 어느 분이 포르투갈 여행을 가신다고 해서 조언 드린 내용 중 일부이다. 앞으로 적을 여행기에도 녹여 넣겠지만, 급하게 참고하실 분을 위해 모아둔다.
Q. 교통패스를 써야 할까?
ㄴㄴ 포르투갈에서는 대중교통보다는 무조건 우버나 볼트(볼트가 더 저렴!) 이용하자. 가끔 재미로 트램 한번씩 타는 정도로 충분하다. 대중교통은 텀이 길고, 어차피 걸어야 할 거리가 길고, 우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포르투갈 우버 드라이버들 훌륭하다. 옛날 우리나라 택시처럼 시스템 약간 무시하고 자기가 더 잘 아는 길로 막 다니고 그러는 낭만(?)이 아직 살아있어서, 경험하는 재미가 있다. ㅎㅎ
리스보아 카드 등 대중교통과 연계된 관광객용 할인 패스는 대부분 단기간에 써야 하므로,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의미가 퇴색된다. 그러니, 자신이 가려고 하는 곳의 리스트를 먼저 만들어본 뒤, 일정 내로 클리어 할 수 있는지 계산을 따져보고 구입하자. 물론 박물관이나 성당 입장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유용하겠지만, 과연 포르투갈에서 돈을 내고서라도 꼭 들어가봐야 하는 박물관이나 성당이 있는지 의문이다. 보통 한국 사람들이 유럽에 처음 가면 뭔가 홀린듯이 성당에 들어가고, 그걸 또 필수 코스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포르투갈에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듯하다. 포르투갈은 카톨릭 국가라서 주위에 성당이 정말 많이 보이긴 하는데, 이곳에서 성당은 우리나라의 지역 교회나 사회복지단체 같은 역할을 겸하고 있다. 즉, 관광지라기보담은 업무 공간(?)에 가깝... ㅎㅎㅎ
Q. 숙소를 어떻게 할까?
주방이 있는 스튜디오 형태를 빌리면 시설도 좋고 생활하기도 좋다. 아침에는 빵이나 스프를 먹고, 저녁에는 이것 저것 밀키트 수준으로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것을 구해다가 주방에서 요리해 먹자. 스튜디오 구하느라 쓴 금액이 외식비 아껴서 상계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물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스튜디오에서 아침/저녁을 해결할 경우 식비가 거의 안 든다고 보면 된다. 현지인의 삶에 필요한 식재료가 너무나 싸다. 미니프레코 또는 핑고도스 같은 수퍼마켓에 가면 기본적인 빵 한덩어리 가격이 한국 돈으로 2~300원 수준. 가난한 사람들도 충분히 살 수 있도록 기본적인 먹거리가 굉장히 저렴하다. 예를 들어 파스타 면이랑 파스타 소스, 홍합, 소고기, 피클 등을 좀 사다가 요리해서 먹으면 장바구니가 2~3만원 채워지는데, 그걸로 주재료를 바꿔가면서 둘이서 4~5끼를 해결할 수 있다.
※ 관련 꿀팁 : 유럽에서 사는 피클은 좀 시큼하니까, 커피 마실 때 주는 설탕을 모아뒀다가 피클 통에 왕창 때려넣으면, 다음 날 맛있게 변한다.
Q. 각 도시에서 방문할 곳?
리스보아
1. 리스보아는 경치가 좋기 때문에 전망대를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일정으로 하루를 쓰면 되겠다. 상 조르즈 성을 목표로 잡고, 거기까지 가는 길에 산타루치아 전망대 &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이 두 곳을 들러서 구경하는 것이다. 올라가는 길에 재미삼아 트램을 타도 좋고, 걸어가도 되는데, 걷기는 재밌지만 노약자는 약간 힘들 수 있다. (힘들면 곧장 우버 고고!) 들어가면 내부에 박물관도 있으니 먼저 둘러보자. 성 안에 들어가면 성벽 위로 올라가서 한 바퀴 둘러보고 탑에도 오를 수 있는데 전망이 아주 좋다. 날씨가 좋을 경우 최고의 여행지가 된다. 그리고 내려올 때는 알파마 지구 골목길을 따라서 조금씩 천천히 구경하면서 내려오는 일정이다. 골목이 좀 지저분해서 싫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것이 진짜 리스보아의 모습이니 꼭 보기를 추천. 그리고 겉보기에 좀 그렇더라도 위험하진 않다.
강조하자면, 포르투갈은 여행하기에 상당히 안전하다. 일단 사람들이 순박하고, 전체적으로 폭력범죄가 없다. 소매치기 걱정도 없이 다닐 수 있는 몇 안 되는 유럽 국가이다.
2. 이튿날은 카르모 수녀원에 갔다가, 우버 타고 밸렝 지구로 이동해서 벨렝탑, 해군박물관, 발견기념비... 이렇게 세 곳 정도를 추천한다. 거기에 유명한 제로니무스 수도원도 있는데, 그런 쪽으로 관심이 많다면 들어가봐도 좋겠다. 그리고 인터넷에 그 동네 나타(에그타르트)가 제일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있지만, 나타 맛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으니 굳이 그렇게 줄까지 서서 드실 건 아니다. 리스보아 시내에 그냥 길가 어디든지 나타 파는 집은 많다. ㅎㅎㅎ 여행 중에 수시로 다리를 쉬어가고 화장실도 이용할 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커피 한 잔이랑 나타를 드시면 된다. 어차피 포르투갈은 1일 1 나타 원칙이다. ㅎㅎㅎ 개인적으로는 200년 된 까페 Confeitaria Nacional라는 곳에서 나타와 커피를 즐겨보자.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충분히 맛있다.
3. 셋째날은 주변 바다랑 외곽 도시를 투어해보자. 제일 유명한 것이 신트라-호카곶을 연계해서 자동차로 데리고 가주는 투어인데, 비용이 약간 비싸다. 포르투갈 비수기에는 렌터카가 엄청나게 저렴하므로, 렌터카를 빌려서 직접 다녀오는 것도 추천한다. 길이 단순해서 운전하기 쉽고, 길도 거의 안 막힌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경치 좋은 곳에서 자유롭게 쉬어갈 수 있으니, 가족 단위로 가기엔 최고의 선택. 짐은 숙소에 두고 움직이면 된다.
세부 일정은, 리스보아에서 신트라까지 1시간 정도 걸리고, 거기서 궁전 구경하고 별장 구경하고 신기하게 생긴 지하 우물같이 생긴 공간 탐험하고 그러면 2시간쯤 흐른다. 그리고 마을 중심지에서 점심 해결하고 (여기에도 물론 나타 맛집 있음!) 기념품 사고... 다시 차를 타고 30분쯤 이동해서 유럽 서쪽 땅끝마을이라고 부르는 호카곶에 가보자. 탁 트인 대서양 바다를 마음껏 구경하고...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궂으면 궂은대로 기억에 남을 듯.) 해안 도로를 따라서 드라이브 하면서 오는 길에 카스카이스라고 하는 관광지 마을에 들를 수도 있다. 예쁜 마을이니, 거기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좀 놀다가 저녁 먹고 오면 된다.
지금까지가 리스보아 3일 추천 일정.
포르투
1. 포르투는 소위 '주요 관광지'랄 것이 따로 없고, 그냥 도시 전체가 통으로 하나의 낭만적인 관광상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포르투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도심 최고 중심지에 숙소를 똭 잡아놓고 날마다 나와서 도보로 돌아다니는 것이다. (이건 사실 리스보아도 마찬가지!) 도심지 중심의 스튜디오에서 지내면서 날마다 느지막히 나와서 점심 먹고 커피와 나타 먹고 인근 지역을 구경하다가 해질 때 되면 강둑에 가서 석양 구경하고 이어서 저녁 라이프를 즐기면 된다.
2. 그래도 핵심 지역 하나를 꼽는다면, 유명한 루이스 다리 주변이다. 다리가 위 아래 이중으로 되어있는데 에펠탑을 만든 에펠의 제자가 만들었다고 한다. 윗쪽 다리로는 트램도 지나가서, 구경하는 맛이 있다. (트램과 사람이 함께 이용) 그 다리를 중심으로, 양쪽 강변에 내려가서 구경하고 뭐 사먹고 그러는 게 포르투 관광의 핵심. 강 건너 남쪽에는 와이너리 창고와 시음 매장이 많다. 그 동네에서 놀다가 케이블카 타고(1인당 만원 수준) 강둑에 올라가서 버스킹도 보고 군밤도 사먹고 그러다가, 수도원 전망대 올라가서 석양 구경하고....뭐 이런 것들이 포르투 관광이다.
3. 날씨가 좋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보트 투어를 하는 것도 좋다. 도우루 강 보트 투어는 저렴한 것은 그냥 1시간 정도 한 바퀴 돌아주는 것이고, 돈을 더 쓰면 와인 시음이랑 묶어서 파는 상품도 있다. 도시 곳곳에 투어 상품 파는 곳이 있고, 가격도 거의 통일이니, 아무 데서나 신청하면 되겠다. 단, 날씨가 나쁜 날은 타지 말자. 유럽이 다 그렇지만 날씨에 따라 도시 분위기가 천차만별. 잘못하면 돈이 아깝다.
※ 리스보아도 지역에 따라 약간 그렇지만, 포르투는 더더욱 도심지가 전체적으로 낡고 허름해서... 비가 오면 우중충하고 음침하다. 그렇다보니 우기에 해당하는 겨울철에 포르투 여행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하지만 해만 비치면 더없이 찬란하고 낭만적이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매력을 발견하는 것도 포르투 여행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4. 그밖에 짧은 일정의 여행자가 가볼만한 박물관을 딱 두 곳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Porto Museum—Casa do Infante (이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강추.)
- World of Discoveries (체험형 박물관. 아이가 있다면 필수!)
5. 포르투의 매력 중 하나는 골목길과 광장이다. 필자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에 갔었는데, 정겨운 분위기였다. 평소에는 그보다 덜하겠지만... 돌아다니다가 맘에 드는 광장에서 커피와 나타를 즐기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보자. 히베이라광장, 바탈리아 광장 등을 추천. 그리고 시내, 특히 산타 카타리나 쇼핑거리를 중심으로 골목마다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 기념품 사는 맛이 있다. 볼료 시장이라든지, 마제스틱 카페 등... 배고프면 쇼핑거리 중심에 있는 비아카타리나쇼핑몰 4층에 가자. 넓은 푸드코트가 있어서, 여행 중 먹거리 메뉴 선정에 지쳐서 귀찮을 때 무조건 거기로 가시면 해결이다. 원하는 것을 각자 알아서 사먹을 수 있다. 마카오의 쇼핑타운 느낌도 나는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의 원류가 결국 이곳이었음을 딱 느낄 수 있다.
6. 날씨가 좋은 날, 자연을 많이 좋아하는 분이라면 수정궁 정원이라는 곳에 가봐도 좋겠다. 닭, 갈매기, 공작 등이 어우러져 먹이 쟁탈전을 벌이는 '새'판오분전(?)을 목격할 수도 있다.
7. 포르투에서 성당 입장은 그닥 추천하지 않지만, 그래도 꼭 가야 된다면 클레리구스 성당, 알마스 성당, 포르투 대성당, 카르무 성당, 얘네가 젤 유명하다. 얘네는 외관만 봐도 멋있다. 심지어 비오는 날에도...
8. 포르투에는 유명한 와인이 있다. 포트(port) 와인이라고 해서, 포르투 항구에서 곧바로 수출하는, 달달하고 도수가 높은 특이한 와인이다. 와인 애호가들은 이걸 저급이라고 무시하곤 하는데, 와인 초보들 입장에서는 달작지근하고 솔직한 맛이 좋을 수 있다.
9. 시내에서만 노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 하시는 분들은, 가까운 바닷가에 가도 좋겠다. 거기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버스로 가도 되고 트램을 타도 된다. 갈 때는 트램으로 갔다가, 올 때는 버스(500번) 타고 오는 것을 추천. (트램 탑승장소는 아래 구글지도에 표기) 바다만 봐도 좋지만..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오는 항구도시가 있는데 거기 메인 스트릿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인근 수산시장에서 해물 위주로 저녁을 먹는 것도 좋은 경험일 듯하다. (중요! 이곳은 오후 휴식시간이 길다. 저녁식사는 7시 이후에 재개됨.) 참고로 포르투갈은 문어, 대구 요리가 유명하다.
짧은 기간으로 여행하는 사람에게 포르투는 대략 이 정도로 보면 충분할 듯하다. 이어지는 여행기에서 더 사진과 함께 자세히 다루겠다.
★ 위 내용들은 필자가 실제로 가보고 경험한 뒤에 알아내고 느낀 점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란다. 좀 더 객관적인 정보는 구글링 또는 Ai 검색을 통해 알아보시기 바란다.
※ 이번 여행에서 방문한 장소를 구글맵에 마킹한 자료 :
https://www.google.com/maps/d/edit?mid=17N_9f81TVID8Jw9N4RQwiHPKsA4oFfk&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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