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M을 타고 암스테르담을 경유해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보아(또는 리스본)로 날아갔다. 리스보아는 도시가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여행 전부터 사진 찍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다.라고 썼지만 사실은 아이폰12프로를 가져간 것이 전부 ㅎㅎㅎ 저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아이폰12미니로 찍으면서 줌렌즈의 결핍에 시달린 탓에, 이번엔 여행 1달 전부터 당근에서 열심히 잠복해서, 쓸만한 아이폰12프로를 저렴하게 구했다.
포르투갈의 겨울은 우기라서 비가 올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일기예보도 계속 우산이 그려져 있었지만, 공항에 도착해보니 화창했다. 그런데 막상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도착한 리스보아 시내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비를 피해 식당부터 들어갔다.
점심을 먹은 뒤,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갔다. 포르투갈에서는 '나타'라고 부른다. 마카오에서 에그타르트가 유명한 이유는, 과거에 마카오가 포르투갈 식민지였기 때문인 듯... 인터넷에 유명한 나타 가게가 추천되고 있지만, 나타 맛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으니 굳이 일부러 찾아가서 줄까지 서서 드실 건 아닌 듯하다. (리스보아 어디든지 나타 파는 집은 널렸고, 어차피 포르투갈은 1일 1 나타 원칙ㅎㅎㅎ) 여행 중 수시로 다리를 쉬어가고 화장실도 이용할 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커피 한 잔이랑 나타를 드시면 된다. 우리는 200년 된 까페 Confeitaria Nacional라는 곳에서 나타와 커피를 즐겼다.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충분히 맛있었다.
이제 가방을 끌고 숙소 쪽으로 이동한다. 숙소는 시내 한 복판에 잡았다. 한 주간 리스보아에서 지내는 동안, 주로 걸어다니면서 모든 것을 해결할 계획이었다. 외곽보다 비싸지만, 교통비가 전혀 안 들어갔으니 오히려 이익이다. Avenida 지하철역 및 주변 광장 부근에 있는 숙소를 추천한다.
동네가 깔끔하고 여러모로 편리하다.
사실 이 지역은 과거에 쓰나미(TSUNAMI)가 쓸고 지나가서 폐허가 된 지역에 새로 세워진 신도시이다. 한 때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비던 포르투갈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근대화가 더딘 이유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1755년 11월 1일, 어마어마한 지진을 수도 리스보아가 정통으로 때려맞았고(ㅠㅠ), 뒤이어 끔찍한 지진해일이 도시를 덮쳐서 무려 80%에 달하는 지역이 피해를 입었었다고 한다. 더구나 그 재난 현장에 5일간 화재가 이어졌다고 하니... 국가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이었을 것이다.
지금 보는 리스보아 중심지는 대부분 그 이후 고생 끝에 재건된 도심... 즉, "오래된 신도시"인 셈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좀 쉬었다가 산책 하러 나왔다.
리스보아의 명물, 트램. 현지인들이 오르막 비탈길을 편리하게 이용하려고 만든 것인데 관광객들도 즐겨 탑승한다.
바닷가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타구스 강 하구 지역에 리스보아가 위치해 있다.
무슨 일인지 광장에 사람들이 엄청 모여들기 시작했다. 무슨 행사라도 하나? 하던 차에... 갑자기...
펑! 펑펑~!!
하필 이 날은 12월 1일, 크리스마스 점등식이 있는 날이었다.
온 도시 사람들이 시내로 쏟아져 나와 돌아다니는 듯했다.
유럽은 12월 한 달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라더니 정말로 12월 1일부터 난리였다. ㅎㅎㅎ
덕분에 우리는 흥겹고 들뜬 분위기의 관광지에서 얼떨결에 낭만적인 시간을 충분히 보낼 수 있었다.
페드로 4세 광장은 아예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다.
겨울철, 비수기, 비인기국가 여행이 우울하고 우중충할 거라 예상했던 선입견은 첫째 날부터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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