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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기록을 시작하며 : 비수기, 우기, 비인기 유럽여행지에서 지내는 것은 나름 장점이 있다. 올봄 이탈리아 여행 때보다 기간은 더 긴데, 비용은 훨씬 더 적게 들었다! 조용하고, 친절하고, 낭만적이고, 역사적이고, 안전하고, 맛있고, 힙하고, 저렴한 여행지를 찾는 분들께... 겨울의 포르투(porto)를 강추 드린다.


포르투

한 주간 리스본 일정을 마치고 기차를 타고 포르투갈의 정신적 수도 '포르토'로 이동했다. 리스보아에서 포르투까지 이동은 기차가 젤 편하고 낭만적이다. 아침에 기차시간 맞춰서 짐 챙기고, 국립 판테온 바로 밑에 있는 산타 아폴로니아 기차역으로 가면 된다. 기차는 미리 홈페이지에서 예매를 해두면 굉장히 저렴하다. 한 달 전에 예약하면 1만 2천원 정도에 좌석 선택까지 가능했다. 3시간쯤 이동해서 포르투 도착하면, 시내(숙소)까지는 우버를 이용하자. 그게 편하다.

산타 아폴로니아 기차역
예약한 기차를 확인하고 해당 플랫폼 번호를 찾아가자.
웹에서 티켓을 예매할 때 좌석을 고를 수 있다. 짐칸 옆에 앉으면 더욱 안심이 된다.
차창 밖 풍경을 보다가... 자다가... 하면서 3시간쯤 간다.
포르투에 도착했다. 열차 차창 밖으로 포르투 관광버스가 지나가는데, 처음 보는 친구인데도 괜히(?) 반갑다. ㅎㅎㅎ
기차가 다리를 건너면서 포르투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포르투 역에 도착했다. 시내에서 많이 멀지는 않지만 짐이 있으니 우버를 불러서 숙소까지 간편하게 이동하자.
우버에서 내려서 뒤를 돌아보니 보이는 장면. 숙소 근처 성당이다.
포르투 첫 숙소는 시내 중심지에 있는 경치가 아주 좋은 스튜디오였다. 포르투는 물가가 저렴해서 좋은 숙소도 크게 부담이 없다.
  정말 시내 한 복판, 1층엔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이었다. 발코니에서 내다보니 아까 그 성당 앞 광장이 보인다.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숙소 로그인(?)에 한참 어려움을 겪느라 당이 떨어진 우리는 짐을 대충 던져놓고 곧장 먹이를 구하러 나섰다. 한참을 탐색하다 만사 다 귀찮아져서 대충 구글맵 평점만 보고 찾아간 집은 하필 완전 로컬 식당. 문을 들어서는 순간 아뿔싸 했다. 정말 동네 사랑방 같은, 수시로 동네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왁자지껄 떠드는 그런 선술집 분위기.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앉아서 맥주와 와인을 한 잔씩 마시며 TV를 보고 계시다가 일제히 우릴 쳐다보셨다. ㅋㅋㅋ

 

사실 이런 집이 재미있기는 해도, 문제는 이렇게 로컬 식당에서는 카드도 안 되고 영어도 안 되고 그냥 포르투갈 사람들과 바디랭귀지 또는 구글 번역앱을 써서 뭐든 해야 한다는 사실... 그 중에서도 이 집은 완전 쌩 로컬이라 구글맵을 봐도 정보가 마땅치 않았다. 도로 나갈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이미 자리를 펴고 앉았고 주인 아저씨가 서서히(정말 서서히) 다가와서 냅킨을 깔고 나이프 포크까지 놓으신 통에 도로 나갈 수도 없..

테이블에 메뉴판도 없고, 구글 리뷰 사진을 봐도 온통 포르투갈 말로 적혀 있어서 뭘 먹어야 될지도 모르겠고 둘이서 어버버 하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가 다시 다가오셨다. ㅋ 정말 인자하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포르투갈어로 말씀하셨는데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서 구글번역을 돌려보니 "Fish or meat with rice" 라고 ㅋㅋㅋ 일종의 '오늘의 요리'처럼, 서민적인 가정식으로 저녁을 해주는 곳이었다. 둘 다 달라고 하고 주시는 대로 받아 먹기로 했다.

먼저 밥을 주시는데, 육수에 끓인 밥에 돼지고기 삶은 거랑 물고기 세 마리... 지극히 서민적인 비주얼과 맛. 먹다가 문득 콜라가 땡겨서 콜라 없냐 하니까 "펩시!"라고 하셔서 "오케이!" ㅋㅋ 펩시 뚱캔 두 개를 가져오시더니 글라스에 따라주시며.. "수드꼬레아? 자판??" 하셔서 "꼬레아!"를 외쳤더니 "건배!" 하라고 ㅋㅋㅋㅋㅋ 밥을 다 먹고 나니까 또 서서히 다가와서 치워주시더니, 새 숟가락을 다시 세팅하고는 이번엔 스프를 주신다. 이것도 생전 처음 먹어 본 것이었다. 닭 육수에 콩인지 뭔지 모를 부드러운 뭔가가 끓여 나오는... 이것도 다 먹고 나니까 이번엔 과일을 주시는데, 직접 깎아 먹으라고 과도 두 자루랑 배하고 사과를 주심 ㅋㅋㅋ

그나저나 무엇보다도 식당 분위기가 넘 웃긴 게, 약간 좀 텐션이 많이 높으신 할아버지가 들어와서 떠들면 주인 아저씨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주고, 물론 그 할아버지는 안하무인ㅋㅋㅋ 옆에 앉아서 조용히 앉아서 TV 보던 할아버지가 새로 들어온 할아버지 다리를 퍽! 치고 모른척 하고, 그러면 맞은 할아버지는 또 때리는 시늉을 하고, 그러다가 또 가죽잠바 입은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나머지 할아버지들을 제압... 분위기가 약간 긴장됐는데 다음 순간 그 할아버지의 예쁜 손녀가 나타나서 긴장 해소.... ㅋㅋㅋ

결국 다함께 앉아서 술 먹고 떠들고 싸우고 웃고 라이터 빌리고 빌린 라이터 주머니에 넣고 그거 내놓으라고 또 아웅다웅... ㅋㅋㅋ 그 와중에도 동네 사람들 여럿이 거쳐가며 왁자지껄 떠들면서 술을 한잔씩 하고 나가는데 이번엔 또 화려한 복장의 할아버지가 훅 들어오시더니, 우리를 포함한 모두에게 인사하고 얼떨결에 초면에 악수하고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우끼고 자빠진 식사를 마치고 이제 계산하고 나가려고 일어났더니 주인 아저씨는 벌써 가냐는 듯한 표정으로 "카페? 노 카페??" 라고 하신다. 커피도 먹고 나가라는 ㅋㅋㅋ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아 저녁에 커피까지 한 잔 더 때리고 완벽한 포르토 가정식 저녁식사 풀코스를 마치고 나가는데 얼마냐고 물으니 종이에 적어주시는 가격이 16유로... 한 사람에 고작 8유로!

대만족하고 식당을 나서면서 입구 사진을 찍었더니, 그걸 보신 주인 아저씨가 "포토?" 하시더니 급 어깨동무를 하고 셀카까지 함께 찍었다. ㅋㅋㅋㅋ 누가 보면 몇 년째 알고 지낸 동네 지인처럼 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몇 주간 지낼 포르토의 삶이 엄청 기대가 된다! ^^*

포르투 역시 거리 곳곳에 크리스마스 시즌 준비가 한창이었다.

숙소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도 겁나 멋졌다. ^^


다음 날 아침, 포르투 첫 날부터 비가 왔다. ㅎㅎㅎ
우산을 쓰고 다닐 일이 갑갑했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우기'인데 ㅎㅎㅎ 도시의 첫 인상을 느끼러 자리를 털고 나갔다.

 

인터넷에서 포르투에 가볼만한 곳은 다 찾아놨지만, 막상 가보면 딱히 땡기지 않았다. 대표적인 곳이 아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매장이라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들어가기 싫었다. 3주간 머무는 동안 한 번도 안 들어갔..ㅋ

 

비 내리는 골목길을 정처없이 걸으며 포르투에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물품과 음식을 샀다. 주방이 있는 스튜디오 형식의 숙소에 머물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할 일이 마트에 가는 것이다. ㅎㅎㅎ

아줄레주로 유명한 알마스 예배당 Capela das Almas. 시내 한복판에 있다보니 앞으로 자주 지나치게 된다.
도심 외곽에 한국 마트가 딱 하나 있었다. 외곽이라고는 하지만 걸어서 갈만한 거리였다. 기념으로 라면을 두 개 샀다. ㅎㅎㅎ
골목길은 허름한 외관의 건물들로 으시시(?)한데, 1층 상가들은 영업을 잘만 하고 있다. ㅋㅋㅋ
▲ 레트로한 건물 디자인. 한때 우리나라도 저런 거 유행했는데 ㅎㅎㅎ    ▲ 여기 포스터 예뻐서 하나 사고싶었지만 겁나 비쌌다.

 

길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도착한 곳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포르투 - 상 벤투 São Bento 역.

내부에 아줄레주로 역사적인 장면들을 데코해 두었는데 워낙 명물이라 관광객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나 또한... ㅎㅎㅎ
보호/보존을 위해서인지 망사 같은 것으로 덮어둔 부분이 많았다.
역 앞 광장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우리가 머문 3주간 이런 상태여서 살짝 아쉬웠다. 멋진 모습으로 단장되길!


날씨가 좋은 날의 포르투는 그럼 어떤 모습일까? ㅎㅎㅎ 아래와 같다. ^^

뿌연 안개(?)의 정체는... 놀랍게도, 군밤장수들이 피우는 연기다. ㅎㅎㅎ 도시 전체가 고작 서너 명의 군밤장수의 연기로 가득하다. 그만큼 옛(?) 정서가 남아있는 서민적인 도시. 이곳은 포르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