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래블 메이커/1976~ 대한민국

2021 서울 - 대한민국역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Korean Contemporary History)

2021년 6월 29일 현재 내가 꼽는 국내 원탑 클라쓰 박물관이다. 박물관 이름은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인데 이렇게만 보면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다. 영어로 보면 확실한데, 굳이 풀자면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다루는 국립 박물관"이다. 역사 박물관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곳은 국립 중앙 박물관인데 그곳은 고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다 다루는 스코프를 지니고 있다면 이곳은 '해방 이후' 수립된 대한민국이 그동안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다룬다. 3층 전시관 리모델링이 완성되면 그 범위가 1919년 임시정부 수립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대한민국 근현대사 박물관"이 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98

map.kakao.com

사실, 이명박 & 박근혜 정권 시절에 경복궁 앞 육조거리 구역 내에 떡 하니 만들어진 이곳은 초기에 식민사관이 반영된 뉴라이트 역사관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외면하는 48년 건국주의자들의 입김이 일부 들어간 전시 철학으로 인해서 비판을 받았다. 다행히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대적인 개편을 거쳐 (현재도 일부 개편작업이 진행 중) 새롭게 오픈한 상태이다. 나는 이전에 가보고 그런 점 때문에 실망해서 블로그에도 다루지 않았었으나, 개편 소식을 듣고는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드디어 기회를 잡아서 다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얼마나 잘 고쳐졌나 확인하러 가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속이 다 후련할 정도로 잘 개편되었다.

※ 현재 3층을 리모델링 중이라서 - 3층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사를 다루는 전시관이다! - 이번 관람은 3층 한쪽 구석에 마련된 작은 특별전시관부터 시작했다. "등록문화재"라는 개념에 대해서 알려주고, 대표적인 국가등록문화재 몇 점을 전시해 두었다. 전시실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콘텐츠는 허술하지 않으니 잊지 말고 꼭 가보시길 바란다.

만평, 고바우 영감. "언론 발전은 언제부터???" ... 이게 무려 1980년 작이다.... 어째 이 분야는 40년이 지나도 발전이 없는지~~

 

국딩 때 세벌식 파와 두벌식 파가 박 터져라 싸웠던 기억... ㅎㅎㅎ 결국 세월이 흐른 지금 세벌식은 문화재 취급을 받는다.
3층 휴식 공간에는 5.18 관련 도서와 자료집이 충실하게 전시되어 있다. 5.18 관련 기관과 제휴로 비치한 듯한데, 영구적인 것인지, 얼마나 지속되는 것인지, 자세한 정보는 모르겠다.


이제 4층 체험관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입장할 때 무작위로 주어지는 ID카드를 하나 받는다. 그 사람의 인생을 가상으로 체험해보는 차원의 기획인데, 미국의 박물관에서나 봤던 신선한 기획이다.

거짓말 마라!!
인터랙티브한 체험관이라 아이들도 좋아할 듯하다.

당시 포스터에 적당한 문구의 도장을 찾아서 찍는 체험장 ㅎㅎㅎ 근데 사람들이 각자 엉뚱한 도장을 찍어서 전시해 두고 간다. ㅋㅋㅋ 재치와 해학으로 주최측(?)을 괴롭히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성이자 국룰 ㅋㅋㅋ (ex.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돈'입니다.) 

공약만 보고 투표를 하면, 내가 찍은 게 누구였는지를 보여준다. ㅋㅋㅋㅋㅋ 이런 거 너무 좋아~
와... 이거 쫌 감동이었다. 당시의 사운드를 듣는데, 눈물이 왈칵!

ID카드를 가지고 부캐를 생성해보자. 광장으로 나가서 해당 캐릭터가 경험했던 인생을 보여주는데, 갑자기 찡~ 하고 감동이 몰려왔다. 정말 훌륭한 기획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정말이지 이 정도 전시 기획은 국내 박물관에서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과 같이 오면 더 좋을 듯한 4층 체험관이었다.


5층 역사관으로 올라갔다. 이곳이 현재까지는 사실상 메인 전시관이다. 나중에 3층과의 연계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모르겠으나... (나중에 3층까지 오픈하면 다시 가보고 이 게시물을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체험관에 비해서 지루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예상을 깨고 이곳도 인터랙티브한 전시 기법이 적극 활용된 수준 높은 전시관이었다. 기존에 해방 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강조했던 전시 기획이 바뀌어, 해방 이후 일본군 성노예 문제, 제주 4.3 문제, 전쟁의 상흔 등을 골고루 다루는 것부터 차원이 달랐다. 아울러 시대별로 지속되었던 민주화 운동을 비중 있게 다룬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것이 진짜 한국 현대사가 아니겠는가 싶었다.

반가운 포니 승용차. 어렸을 때 택시는 무조건 이거였는데 ㅎㅎㅎ

새마을 운동과 함께 유신체제 및 민주화 운동을 골고루 입체적으로 균형 있게 다룬다. 칭찬해~

어이없는 이유들로 금지곡이 된 노래들이 쭉 전시되어 있고, 들을 수 있다. 사진은 그 일부.
벽면에 입체 구조물을 설치하고 빔프로젝터로 비춰가면서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 매우 효과적인 전시 커뮤니케이션 기법.
참으로 안타까웠던 1987년의 그 직선제 대선. 나는 어렸을 때지만 주위 어른들의 처절했던 반응이 하나하나 기억난다.
산업화와 노동문제도 다루고
중산층의 발흥과 신도시 건설에 대해서도 다루고
격동의 시대를 거쳐온 대한민국......
대한민국 현대사의 전환점.
날로 다원화 되고, 다양화 되는 사회... 다양한 층위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처한 현재의 고뇌...

이제 우리나라도 국격에 맞는 선진국형 역사박물관을 소유하게 되었다. 앞으로 만들어지는 (혹은 리모델링 되는) 모든 박물관이 최소한 이 정도 레벨을 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관람을 마쳤다. 진보냐 보수냐 하는 구별 없이,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역사관이 휘둘리지 말고, 팩트에 기반하여 골고루 진실을 다루되 무리하지 않는 해설로서, 100년을 바라보고 도도히 서있는 그런 박물관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참고로 나에게 있어서 국내 최고의 박물관은 시대에 따라 변해오는데

- 2003년 이전까지는 천안 독립기념관이었고
- 2010년 이전까지는 삼각지 전쟁박물관이었고
- 그 뒤는 새로 건립된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가, 
- 2012~3년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생긴 것을 봤으나 식민사관 및 개발지상주의적인 시각으로 일부 해설된 것들이 너무 아쉬워서 순위에 들지 못했고
- 2015년 이후 서울역사박물관이 1위였다.
- 그러나 오늘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1위! 접근성도 좋고 무료에다가 아이들과 함께 갈 수도 있다.

다음에는 시간 맞춰서 신청해서, 전문 해설 투어도 참가해 보려고 한다.

관람을 마치고 꼭 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8층 옥상 정원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자.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만의 공간(?)......인 줄 알았지만 많이들 올라오신다. 여기서 바라보는 경복궁과 청와대, 북한산의 경치는 정말이지 일품이다. 가슴이 탁 트인다.

2021년 여름 현재 광화문 앞 세종로의 광장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오른쪽은 그 전부터 이루어진 의정부 터 복원 현장이다. 육조거리의 과거 모습에 대해서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블로그의 이전 글을 링크한다.

우리에게도 이제 제대로 된 역사 박물관이 생겼다.
연말쯤 예상된다는 3층 리모델링 작업도 순조롭게 잘 마쳐지기를 기대한다.
코로나도 속히 종식되어, 이곳이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의 교육 현장으로 널리 활용되기를 또한 소망한다.

 

:: 관련 글 링크   https://blog.naver.com/reformer0301/222538734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