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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프로젝트/기후 위기(climate crisis)

기후위기 해결하기(11) - 행동이 신념을 바꾼다 / 에필로그

탈탄소를 서포트하는 네 번째 요소는 "행동"이다.

우리는 보통 신념이 행동을 바꾼다고 알고 있지만,
적어도 기후 위기 해결에 있어서는 행동이 신념을 바꾼다.

앞의 모든 글(1~10편)에 머리로는 전부 다 동의하더라도,
'그러거나 말거나'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지구는 이대로 멸망하고,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

이것은 가능성의 영역이 아니라 답이 딱 정해진, 답이 딱 나온 코스이다.

전 세계의 절반이 기후위기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행동을 바꿀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현 거버넌스를 그대로 두고 동참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 구조를 바꾸고 생활 패턴을 바꿀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 당연하다 여겼던 산업과 그 결실들을 되돌아보고, 꼭 지금처럼만 해야 하는지 되물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일본은 후쿠시마 앞바다에 원전 누출 냉각 오염수를 방류하고 있다. 다량의 물에 희석하고 필터로 걸러서 안전하다고 말하는데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나... 일본이라는 한 나라의 결정이지만 전 지구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거기에 일개 개인은 딱히 손쓸 방도가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의 특징이다. 앞으로는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국가만이 잘 한다고 해서 멀쩡하게 살 수 있는 지구가 아님을 인식하고, 인류가 함께 다같이 잘 지낼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가치를 두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은 서로를 돕는 일의 가치가 향상되어야 한다. 공공 영역과 서비스가 확충, 보완, 강화되어야 하며, 조금 덜 일하더라도 굶거나 상실감/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기본적인 보장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사실 인간의 업무 시간만 줄여도 넷제로 목표 달성을 코 앞으로 바짝 땡길 수 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전 세계적인 록다운으로 인간의 이동과 소비가 줄어들자, 지구 전체에 배출되는 탄소가 처음으로 확 줄어들었다. (이후 보복소비 붐으로 다시 롤백 됐지만...) 즉, 이것은 무슨 대단한 기술 혁명 없이도, 인류가 조금 덜 활동할 수만 있다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규제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앞의 글에서도 말했지만,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행동을 강제로 요구해봤자 들어먹지도 않을 뿐더러 반작용이 생겨서 그나마 수행해 온 소중한 행동들마저 무위로 돌릴 위험이 있다. 우리가 이미 경험중이다. 기후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상황에서 규제만 강조하면, 애들이 삐뚤어진다....

누구나 물질주의는 답이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물질이 좋은 걸 어떡하나. 오히려 그러한 인간의 소욕을 다른 형태로 만족시키면서도 지속 가능한 세상이 되도록 하는 변화와 변혁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빅테크와 4차산업혁명이 가져다줄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늘 관심이 많은 것이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행동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를 가리지 않고 남녀 노소 인종 종교를 초월해서 해당하는 문제이다. 밀림 한 구석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선진국 대도시로 퍼지는 것이 금방이다. 누가 됐든지간에 사람이 먹고 싸는 문제, 생활 필수품을 확보하는 문제, 세균과 오염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문제 등에 지구적 차원의 대안이 항상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필자는 특별히 저소득/빈곤 국가의 화장실 및 예방접종 등의 기초적인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빌게이츠와 멜린다에게 리스펙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

바로, 교육과 연대이다.

시리즈를 마치면서 책 한 권을 소개한다. 필자는 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라는 책을 읽고 이번 시리즈를 쓰려는 마음을 먹었다. 이 책은 인류가 기후 위기를 '금방'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확히는 '금방'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세대 안에라는 제목이 핵심이다. 우리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란 이미 틀렸다고 무심코 믿어버리기 때문에 적절하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막연히 방법이 있겠지 하면서도 그 방법을 찾거나 실천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우리 생각을 단호히 틀렸다고 말하며 대안을 - 너무나도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채크리스트/펀치리스트를 제공한다. 뭐뭐 했나/안했나 확인하라는 거다. 구체적인 실천을 말하고 요구하는 책은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근거와 희망을 주면서 행동을 요구하는 책은 처음 만났다. 공부해보자. 세미나, 독서토론 등도 좋겠다.

NGO 활동(또는 후원), 생활협동조합 등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별히 여성교육 이야기를 언급하고 싶다. 그동안 지구온난화가 주로 과학 기술의 영역에서 다뤄지고 소통되다 보니 대체로 여성이 배제된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특히 저개발 국가의 경우 여성의 사회참여 비율이 낮고, 교육 기회가 부족했기에... 그런데 문제는 어느 문화권이든지 인류 '라이프스타일'의 키멤버가 주로 여자들이라는 점이다. 여성들이 인류의 '행동' 스펙트럼에 엄청난 비중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후위기와 관련된 지식을 전수하거나 변증법적으로 발전시킬 기회가 부족하고, 특히 정치와 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권한이 없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인류가 빠르게 바꿀 수록, 우리는 넷제로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것이다.

관련하여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 애플에서 2014년에 아이폰 건강앱이 출시됐는데 거기에 '생리주기' 표시 기능이 빠져있었다. 어찌 보면 대단히 간단한 기능인데도 불구하고 그게 빠져있던 이유가 뭐겠는가. 그때 애플이 받은 비판이 이것이다. "이거 남자들이 개발했지??" ... 물론 개발자 중에 여성이 왜 없었겠는가. 다만 여성들이 보드 멤버로 참여하지 않았을 확률, 혹은 그 기능을 당연히 요구하기 어려웠을 어떤 환경이 아니었겠나 하는 비판을 애플은 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린워싱

'행동'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하겠다.

그린워싱(Greenwashing). 이 개념도 알아두자. 정부나 기업이 '우리는 잘하고 있다'라고 홍보하는 것인데, 실제는 별로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린워싱은 그걸 꼬집는 용어이다. 말로만 하는 것은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말을 잘 하면 우리는 쉽게 안도한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하고 있겠지...' 하지만 많은 환경운동가들은 현장에서 분노하고 있다.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대한민국 정부 공식 트위터에 아래와 같은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원자력을 지금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논의를 떠나서, 이거는 너무 유치하고 부끄러운 수준의 그린워싱이다. 지금 한국 정부가 이런 거 신경쓰고 있을 시간이 없다. 진짜 재생에너지 확보에 눈코 뜰 새 없이 박차를 가해도 한국은 이미 너무 많이 늦은 지각생이다.


에필로그 

희망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자.

개발 중인 기술들이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탈탄소의 과제들과 이를 서포트하는 요소들이 적절히 버무려진다면,
현재의 기술만 가지고도 충분히 적시에 넷제로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그 일은 더더욱 쉬워질 전망이다.

또한 실제로 그간 걱정이었던 중국의 민도(民度)가 꽤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차량은 폐차를 시킨 뒤 다음에 선택하는 차량의 무려 85%가 전기차이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져서 벌써 석탄에너지 비중을 추월했다.
다음 단기 목표는 석탄과 가스를 합친 것보다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하나 하나 희망이 된다.

 

우리도 탈탄소를 위해 별 짓을 다 해야 한다. 

골때리는 시도들을 과감히 해보며,

회의주의/ 패배주의와 싸우며,

주위에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부지런히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갖고,

혁신적인 인물들을 격려하며,

ESG에 투자하며,

제대로 투표하자.

 

 

할 수 있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