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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메이커/2018 미국 서부 - 봄 | 가을

[미국] 모하비 사막 - 라스베거스 가는 길, 캘리코 유령 마을(Calico Ghost Town)

by 황희상 2019. 7. 3.

LA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드디어 사막으로 들어간다. 첫 번째 글에도 썼지만, 우리의 여행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LA에서의 1주일 일정, 그리고 중간에 콜로라도 고원 지대에서 1주일, 끝으로 시애틀에서 1주일이다. LA와 시애틀에서 대략 3주 간격으로 강의가 있어서, 중간에 여행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잡은 것이다.

앞으로 며칠간은 콜로라도 고원을 비스듬히 횡/종단하는 코스가 될 것이다.

미국의 지형은 대충 이렇게 서고동저로 되어 있다.

콜로라도 고원에는 수많은 캐년과 국립공원, 국가기념물이 있는데, 이 지역을 여행하는 좋은 방법은 투어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렌터카로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그랜드캐년이었으나, 요즘 뜨는 곳은 엔텔로프캐년이다. 우린 둘 다 가보기로 했고, 추가로 모뉴먼트밸리와 아처스국립공원도 일정에 넣었다. 이 지도는 계획을 세울 때 그린 것이다. 실제로 여기서 한두 군데만  빼고 거의 다 가볼 수 있었다.

LA 시내를 빠져나가는 순간, "드디어" 기름이 떨어진 우리는 미국에서의 첫 주유소 체험을 여기서 했다. 기름을 가득 채운 차는 광활한 황무지를 한참을 달렸다. 작년에 봤던 "모로코"가 연상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도로가 훨씬 더 잘 정비되어 있고 주유소와 페스트푸드 점이 자주 보이는 점이랄까. 모로코가 훗날 부자가 되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다.
한참을 달려 바스토에 도착했다. 우리 여행 콘셉 중 하나는 루트 66 체험이다. 그래서 이곳의 기차박물관에 왔는데.. 마침 문을 닫는 날;;
그냥 말 그대로 기차만 좀 보다가.. ㅎㅎ 근처에 있는 또 다른 건물로 들어가보았다. 관공서처럼 생겼는데, 이곳도 전시관을 갖추고 있었다.
NASA 관련 전시물이 주를 이루었다. 직원분이 오더니 사진을 찍어준다. ㅋㅋㅋ 친절하고 외향적인 서부 사람들 ㅎㅎㅎ

 

이어서, 중간에 들러보려고 했던 캘리코 유령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 이곳은 그러니까 은광이 발견되어 사람들이 몰려들어 반짝 번성했던 마을인데, 멕시코 쪽에서 은이 밀려드는 바람에 은값이 하락하고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서 결국 버려진 곳이라고 한다. 고스트 타운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러던 마을을, 미국 최초의 테마파크(LA에 있는 너츠베리팜) 설립자가 이 땅을 통째로 사서 테마파크로 만들었다고...
고스트타운의 급격한 인구 변화를 보여주는 숫자
마을 게시판. "와이프가 개를 델꼬 내 친구랑 날랐소. 혹시 보거든 개는 돌려보내주쇼!" ㅋㅋㅋ
실제로 당시에 있었을 듯한 가게가 기념품 샵으로 운영되고 있다. 뭘 좀 사볼까 하다가 그냥 사탕이나 하나 사서 먹었다.
상점들. 인터넷에서 다른 사진들을 보니, 아마 실제로 운영될 때는 연기자들이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마을이 전체적으로 한산했다. 쉬는 날이었을까...?
소방기구. 마을 공동 소화전 같은 개념인듯 ㅎㅎ
광산 쪽으로 올라가면, 실제로 사용했던 갱도를 체험할 수 있는데, 투어 요금이 조금 비싼 느낌이었다. 왠지 앱 내 결제를 유도 당하는 느낌이어서 그냥 나왔다. ㅋㅋㅋ
작은 학교도 있다. 누군가는 미래를 생각하고 이곳까지 선생님을 초빙해서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을 가르쳤을 것이다....
빨강머리앤에서 봤을 법한 교실 장면에 피식 웃음이 났다.
고스트 타운 인증샷을 위해서인지 곳곳에 해골바가지가 ㅋㅋㅋ

사실 캘리코 유령마을은 LA에서 라스베거스 가는 길의 중간에, 딱 점심 먹기 좋은 위치에 있어서, 한국인 관광객도 자주 들르는 기본 코스이다. 렌터카로 자유롭게 여행하는 우리로서도 딱히 다른 곳에 가기 애매해서 여길 들렀다. 그닥 신기할 것도 없는 오래된 민속촌 느낌. 재연 배우들이 활동하는 날이었으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우리가 나오는데 한 무리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왔다. "집사님~" 하면서 다니시는 것을 보니 교회에서 오신 것 같기도 ㅎㅎㅎ

캘리코 투어를 마치고 다시 큰길 쪽으로 나와서, 인근에 있는 식당에 찾아 들어갔다. 거의 기대하지 않았는데, 분위기가 넘 좋은 식당이었다. 미국 서부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었다랄까!

식사 후 출발하려는데 문득 길 건너편을 보니...
헉! 저거슨... 탱크 ㄷㄷㄷ M1 에이브럼스인가?? 저게 왜 여기 이렇게 잔뜩 있지??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에 군시설이 있었다. 근데 구글지도로 보니까 또 그 군시설 코앞에는 서바이벌게임장까지 있다. ㅡ,.ㅡ 정말 미국은 재미있는 나라다.

다시 한참을 달려, 달려, 모하비 사막을 통과했다. 운전 중이라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드라이브였다. 가도 가도 끝없는 길을 크루즈 컨트롤을 켜놓고, 크루즈라는 말처럼 "항해"하는 기분으로 운전하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조금만 더 가면 네바다주에 들어서는 지점에 이르자, 왼쪽에 밝은 빛이 보였다. (그렇게 밝은 빛은 처음 봤다.) 대낮부터 UFO가 착륙했나 싶을 정도였다. 저게 뭔가 하고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고속으로 운전하는 중이라서, 곁눈질로 슬쩍 슬쩍 살펴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태양열 발전소였다. 정말 보기드문 장관이었다. 사진으로는 느낌이 살지 않지만, 정말.. 그 태양빛처럼 강렬한 인상이었다. 

나중에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이반파 솔라 엘렉트릭 제너레이팅 시스템(Ivanpah Solar Electric Generating System)"이라고 뜬다.

 

발전소를 지나자, 잠시 뒤 라스베거스에 도착했다. 사막 한 가운데 갑자기 대도시가 나타나는데, 그 장면 또한 신기했다.

라스베거스 시내에서 다시 개솔린을 좀 보충하고(거의 다섯 시간을 달렸으니...) 예약한 호텔에 들어갔다.

라스베거스의 호텔들은 대부분 1층에 카지노가 있다. 나에게 라스베거스는 별 관심도 없고 여행 동선상 지나가는 위치였기에, 그냥 최대한 저렴한 호텔로 하려고 외곽으로 잡았다. 분위기가 좀 걱정됐으나, 그냥 전자오락실 같은 느낌이고, 담배 냄새가 난다는 것 외에는 Inn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시설 덕분에 오히려 지내기가 좋았다.

우리는 여기서 전체 여행기간 중에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2박을 했다. 갈 길이 먼 사람들이 라스베거스에 볼 일도 없다면서 2박이라니, 왜 그렇게 했는지는 다음 글에서 적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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