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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메이커/2018 미국 서부 - 봄 | 가을

[미국] 라스베거스 - 후버댐 투어

by 황희상 2019. 7. 3.

라스베거스의 아침이다. 숙소 창밖 경치는 어제 오후랑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라스베거스에서 2박을 하는 이유는 후버댐 투어를 하기 위함이다. 사실 후버댐은 일반적으로는 라스베거스에서 그랜드캐년 가다가 잠깐 들르는 코스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하루의 절반을 이곳 투어에 쓰고, 다시 라스베거스로 돌아와서 '쉬어가는' 날로 삼았다. 중간에 변수를 고려해서 이쯤 되면 하루쯤 버퍼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그렇게 예약한 것이었는데, 제대로 된 예측이었다. 아내가 아팠고, 나도 엘레이에서 어쨌거나 강의를 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는지, 쉼이 필요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숙소에 두고 카메라만 챙겨서 차를 몰고 후버댐으로 달렸다.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 경치가 펼쳐진다. 이것이 바로 후버댐 덕분에 생겨난 미드 호수(Lake Mead)이다. 세계 최대의 인공 호수.

 

댐이라고 하면 흔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 댐은 스케일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댐 그 자체는 지구상에 있는 가장 큰 콘크리트 구조물이라고 한다. 이 댐의 건설로 라스베거스라는 거대  도시 하나를 존재하도록 했던 것은 물론, 미국 대륙 서부에 있는 여러 주에 물과 전력을 공급하게 됐다. 세월이 지나 노후된 발전기 설비가 신형으로 교체되면서, 생산되는 전력도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호수 위에 점선으로 찍힌 주 경계선에 주목하자.

후버댐 투어를 신청하고 순서를 기다리면 담당 가이드가 나온다. 역시 미국은 어딜 가나 가이드 투어다. ㅎㅎㅎ

엘리베이터를 타고 댐 밑바닥으로 내려간다. 여기서 가이드의 '허무개그'에 모두가 빵 터졌다. "Korean call this 허무개그"라고 해줬다. ㅋ
거대한 후버댐의 작동원리를 설명해준다.
발전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자세히 구경할 수 있다.
이런 엄청난 인프라를 관광객에게 노출시켜야 하므로, 들어오기 전에 보안검색은 필수였다.

 

 

댐 그 자체를 투어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비지터 센터에 마련된 교육용 전시관 또한 알차고 충실했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언제 왜 만들었는지를 아주 확실하게 알려준다.

 

이제 전시관 밖으로 나와서, 드디어 후버댐의 외관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댐 위로 직접 걸어볼 수 있다.

아찔한 높이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 내 손에 쥔 카메라의 앵글에는 한눈에 잡히지 않는다.
댐 위로 걸어보자.
걷다 보면 중간에 네바다 주와 아리조나 주 사이의 경계선을 알리는 명패가 보인다. 주 경계선에 서서 두 개의 주를 왔다갔다 해봤다. ㅋㅋㅋ
댐 바로 남쪽으로 93번 고속도로가 지나가면서 다리가 놓였다. 보통 관광객은 저 다리 위에서 잠시 후버댐을 전망하고 곧장 그랜드캐년으로 간다. (그렇게 하는 분들을 위한 주차장이 다리 근처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다리 노견에 차를 세우지 말자. 위험!!)
댐 위로 걷다보면 아리조나 쪽 취수탑이 보인다.
휴게소에서 "매우 비싼" 아이스크림을 각자 사먹은 것을 끝으로 투어를 마쳤다.
상상했던 것보다 후버댐은 더욱 대단했다. 이런 어마무시한 것을 그 시절에 뚜걱뚜걱 건설하다니... 참 대단한 인간들이다.
라스베거스로 돌아오는 길에 전망 좋은 지점을 발견하고 잠깐 쉬었다. 어떤, 트럭 운전하는 아자씨가 혼자 인증샷을 찍으려고 쌩고생을 하다가 나를 보더니 한 장 찍어달란다. "슈어~ㄹ" 하고 찍어주니, 찍힌 사진을 보고는 놀라면서 "아유 엑스퍼트??" 한다. ㅋㅋ "얼모스트!"라고 답하고 함께 웃었다. ㅋ 그리고 같은 구도로 아내도 한 장 찍어주었다.
이곳 위치를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Hoover Dam Lodge"라는 업소의 주차장이었다. 그런데 지도상으로 더 멋진 전망이 있을 듯한 곳이 따로 예상된다. 여기보다 후버댐에 조금 더 가까운 곳인데, "Lake Mead - Lakeview Overlook"라고 검색해보자. 진짜 멋질 듯하다.
라스베거스로 돌아와서, 파파이스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숙소로 들어와서 쉬었다.

 

아내가 한숨 자는 동안, 나는 좀 심심해져서, 시내에 있는 국립 원폭시험 박물관이란 데를 가봤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무슨 높으신 양반이 새하얀 양복에 빽바지에 빽구두를 신고 시커먼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이곳에 들어오는 중이었고, 직원들은 거기에 온통 정신이 팔려서 내가 입장하려고 하는 것을 아무도 돕지 않았다. 살짝 기분이 상해서 숙소로 돌아와 버렸다. ㅋㅋㅋ
돌아오는 길에 혼자 드라이브를 즐긴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라스베거스의 구 다운타운과 새로운 중심가를 드라이브 했다.
별로 차에서 내리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냥 드라이브 하면서 구경만...

 

숙소로 돌아와서 쉬면서 내일부터 가야 할 머나먼 길을 지도상으로 점검했다. 편안한 숙소에서 하루를 여유롭게 보냈더니 피로가 조금 풀리는 듯했다. 이제 진짜 둘만의 황무지 탐험이 막 시작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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